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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술깨비 Sep 18. 2018

<관상>의 영광은 저 멀리..; <명당>(2018)

시나리오가 엉망이다

*카카오 브런치 시사회 초청으로 작성합니다.


한 줄 감상

틀에 박힌 캐릭터, 납득 가지 않는 설정. 후...


당신에게

내 돈 내고 안 보면 볼 만 합니다.


죄송스런 리뷰


영화 <명당>은 역학 3부작의 마지막 편이다. 영화 <관상>의 영광으로 여기까지 온 듯하다. 그 다음으로 나온 <궁합>이 쫄딱 망했으니, 이번 영화에 거는 기대가 클 것으로 보인다. 조승우와 지성, 그리고 <인사동 스캔들>을 연출한 박희곤 감독의 조합으로 개봉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게다가 천재 지관을 필두로 하는 풍수지리라는 흥미로운 소재. 추석 때 개봉하는 한국 영화 4편(안시성/명당/물괴/협상)사이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을 줄 알았다. 다른 3 편이 어떤지 몰라 조심스러우나, ‘충분한’은 빼는 게 좋겠다. 이 영화는 경쟁력을 지니기, 어렵다.    


우선 캐릭터부터 매력적이지 않다. 어느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콤비가 등장한다. 바로 진중한 주인공과 감초 역할의 친구 캐릭터다. 하품이 나올 지경이다. 야심을 품고 ‘상갓집 개’ 행세하는 흥선(지성)의 모습은 흥미로울까 했으나, 마찬가지였다. 흥선은 어떤 딜레마로 갈등하지 않아, 무척 단선적인 캐릭터에 머무른다. 주인공 박재상(조승우)에게 부여되는 고난도 가족의 죽음이라는 케케묵은 설정인데, 이 역시도 극에 녹아들기 보다 극을 위해 편리하게 이용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주인공 친구로 감초 역할을 하는 구용식(유재명)에겐 별다른 설명이 없다. 그나마 매력적으로 다가온 캐릭터는 김병기(김성균)다. 김병기는 절대 권력을 지닌 김좌근(백윤식)의 아들이다. 김병기는 왕도 무릎 꿇게 하는 아버지 김좌근을 죽인다. 예외적인 서사를 만들어낸 김병기, 그리고 이를 연기한 김성균의 연기만이 조금이나마 흥미로울 뿐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전개는 극에 몰입을 방해한다. 역사적 사실과는 다르지만, 김동인의 소설 『운현궁의 봄』에 그려진 상갓집 개의 파락호 이미지를 지닌 흥선을 가져온 것은 영화적 상상력으로 용인할 있다. 그러나 한낱 신하가 왕을 무릎 꿇리는 장면은 받아들일 수가 없다. 아무리 당대 모든 권력을 지닌 인물로 설정된 김좌근이라고 해도 말이다. 이에 앞서 김좌근은 자신의 아버지 묘를 선왕의 자리에 이장한 것을 들켜, 이를 무마하기 위해 번거롭고 어려운 일을 한다. 앞선 장면과도 상충되는 부분이다. 김좌근이 왕을 겁박하는 장면에서 왕의 호위무사들이 김좌근 측근으로 돌아서는데, 이것을 보면 나중에 왕도 아닌 흥선이 어떻게 호위무사들의 도움을 받아 김좌근의 아들 김병기를 물리칠 수 있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 암암리에 왕을 조종하거나 단 둘이 있을 때 겁을 주는 것은 이해가능하나, 모든 신하가 다 있고, 심지어 신하 집에서 그런 일이 펼쳐지는 것은 영화라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이거 말고도 정말 말도 안 되는 부분들이 많았는데, 게으름 탓에 다 잊어버렸다. 아무튼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시나리오다. 시나리오가 너무 클리셰하고 편리한대로 껴 맞추다보니 긴박감은 물론 감동도 주지 못한다. 마지막 엔딩 장면은 더욱 가관이다. 이른바 ‘국뽕’을 한사발 들이 붓는다. 주인공 박재상을 철저한 애국주의자(민족주의자/국가주의자)로 만들기 위해 흥선을 사리사욕에 눈 먼 캐릭터로 만드는 것까지는 이해한다. 마지막에 신흥무관학교 자리를 점지해주면서, ‘신흥’이라는 이름을 지어줄 때는 너무 낯 뜨거웠다. 이때 자신들이 번 돈을 선뜻 내어주며, 다시 한 번 애국을 외친다. 2018년도 영화인가 싶었다.     


너무 욕만 한 거 같다. 그러다 보니 글도 다듬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써 제꼈다. 그래도 좋은 점이 있지 않을까하며 몇 줄 적어보려 하는데,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니, 생각할 수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배우들을 기대하고 갔지만,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 깊지는 않았다. 연출은 풍수지리를 보여주기 위해 부감샷을 많이 사용하고, 컷 호흡을 빨리 해서 상업영화의 미덕을 지키려고 한 노력은 보인다. 다만,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화면이 버벅거렸다. 후반작업할 때 완성도가 떨어진 느낌이다. 아, 다시 욕을 해버렸다. 힘들게 만드셨을 텐데, 재미있게 못봐서 죄송합니다. 그냥 자기 돈 안 내고 보면 볼만한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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