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등

오덴세의 오후

by 블루밍드림
덴마크 오덴세 - 성 크누트 대성당(Sankt Knuds Kirke)


덴마크 오덴세.

안데르센 박물관이 거기 있었다.


카이로의 미라처럼

방부된 이야기들이 그곳에 누워 있었다.


아이들도 나도

오래 머물지 않았다.


밖으로 나와 대성당을 뒤로 돌았다.

작은 공원이 있었고,

안데르센은 거기에도 서 있었다.





안데르센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이들이 업어 달라고 보챘다.


등을 내밀었다.

작은 녀석이 재빠르게 올라탔다.

큰 녀석이 내 팔을 잡아끌었다.


몇 걸음 걷다

힘겨운 척을 했다.


“어휴, 아들, 미워 미워.”





나 어릴 적에도, 업어 달라 떼를 썼다.


엄마는

몇 걸음 못 가서 나를

내려놓았다.


몇 걸음을 되돌아가

바리바리 장 보따리를 줏어들고, 다시

돌아왔다.


"어부바, 어부바"

"에효, 아들. 미버 미버."


엄마보다 내가 더 큰데도,

엄마는 안데르센 동화처럼

그 이야기를 계속했다.


바람이 불제,

엄마 등에서 엄마 냄새가 났다는 이야기는 오직

나만 알았다.





"아빠 힘들어. 저기까지만 가자."


엄마가 날 밉다더니

아들이 나이 들어, 제 아들을

밉다 했다.


내 등에서 아이들이 조금씩 흘러내렸다.

점점 무거워지는 어느 날,

아주 내려가겠지.


바람이 다가왔다.


누구 것인지 모를 미움을

앗아갔다.





안데르센 이야기는 변치 않는다.


미운 오리 새끼는

어느 날,

제 날개를 펴 떠나간다.


세월이 나를 사랑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세월이 밉다.


어느 날

갑자기

두 개의 등이 모두 비었다.




기억 속에 문신으로 새겨진 '순간'은 참 별 것 없습니다. [모멘토]의 이야기입니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