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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띵북 May 23. 2021

비대면 시대 새로운 좀비가 나타났다.

가상의 세계, 사람들은 심각한 중독에 빠졌다 / 책리뷰 『좀비보험』


"얼굴이 없었어요."

"뭐라고요?"

"손도, 발도 없었어요."

"화장실 욕조에 시체가... 얼굴도, 손도, 발도 다 없었어요."

말을 마친 제니가 구역질을 했다.

철규가 등을 두드려 주고 있을 때 남자의 비명이 들려왔다.

도로에 널브러졌던 여자가 천천히 철규와 제니 쪽으로 기어 오기 시작했다.

하반신이 완전히 으깨진 채로, 한쪽 팔로만 바닥을 짚어가며.


인간과 좀비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시대 새로운 좀비를 상상하는 세 편의 소설 작가 그룹 한제이『좀비보험』 이다.



내게 와줘

3년에 걸친 팬데믹은 인간의 생활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서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집에서 온라인으로 접속하는 것을 선호했고, 팬데믹 시대에 유행했던 우울증의 자리에 이제는 '광범위성 중독 증후군'이 차지했다.


본격적인 비대면 시대, 가상의 세계에 빠진 사람들은 먹지도 자지도 않고 오직 중독된 대상에만 빠져서 반송장처럼 지냈고 중증에 이른 이들은 결국 '좀비'가 되었다.

보험설계사인 제니는 대면 시대의 보험왕이었던 한철규를 영입해 증후군 환자를 겨냥한 보험 상품인, 일명 <좀비보험>을 만들어 시험 판매에 나서는데...



우리 마을로 오세요

세상이 변했다. 전 세계에 전염병이 유행하면서, 전 세계가 멈춰 버린 듯했다. 결국 문을 닫는 가계들이 속출한다.

반면 대기업에서는 기술력을 앞세워 사람들의 심리를 파고들었다. 개개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하나의 욕망에 집착하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사람들은 좀비처럼 하나의 욕망만 집착하는 심각한 중독 상태에 빠져든다.

이런 변화하는 시대에 발 빠르게 보험회사는 게임 중독 보험과 핸드폰 중독 보험 상품을 내놓고 전국적으로 보험설계사를 채용한다. 그리고 '중독 감별사'라는 새로운 직업군이 생긴다.


밖에서 떠도는 전염병으로부터, 좀비화되는 중독증으로부터 도망가 깊은 산속에 사는 사람들. 이곳에 좀비 감별사, 수련이 찾아온다. 하지만 이 마을은 어딘가 좀 이상하다.



좀비 마라톤

좀비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시위와 좀비들을 사냥하는 집단의 갈등으로 사회는 혼란에 빠졌다. 몇 달 후 치료제가 개발되어 사회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는 듯 보였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치료제의 가격은 계속 올라간다.

이제 도시는 치료제를 구하지 못해 쓰러져 죽음을 앞둔 좀비들을 쓰레기처럼 수거해 가는 트럭들과 도시를 떠돌아다니는 좀비들을 연행해 가는 군인들뿐이다.


그런데 사랑하는 그녀가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침을 흘리기 시작하더니 점점 목과 턱 부분이 늘어지면서 조금씩 부패하기 시작했다. 눈동자도 갈색으로 변했고, 가끔 사랑하는 이도 알아보지 못한다. 그녀가 좀비로 변해가고 있다.


좀비 치료제를 구하기 위해 그는 군대에서 함께 일했던 상사를 찾아가기로 하는데...






좀비보험은 한국메세나협회 문학 지원 작품으로 최근 인류가 맞이하고 있는 전염병으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바뀌며 발생하는 상황들을 상상하며 그린 독특한 소설이다.


유치하다는 이들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난 좀비물을 좋아한다.

특히 스피드와 지구력, 그로테스크한 몸동작의 K좀비는 전 세계 영화팬을 사로잡을 정도로 예술의 경지다.

화려한 영상으로 접했던 좀비 이야기를 과연 책이 조금이라도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로 읽기 시작했는데 좀비와 보험이라는 독특한 소재의 이야기는 시작부터 강렬한 스토리와 장면 묘사로 마치 영화를 보는 듯 순식간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특히 비대면 시대 새롭게 대두된 사회적 문제를 소설 속에 녹여 낸 부분과 사람들이 좀비로 변하는 과정을 섬뜩하게 써 내려간 글이 나를 흥분하게 만들 정도였다.


코로나19 비대면 시대, 점점 짧은 주기로 다가오는 전염병들로 인류는 큰 위협을 받고 있다. 그리고 예상 불가능한 일들로 우리의 삶도 점차 변하고 비대면 시대를 넘어 이제 가상의 시대로 들어서려 하고 있다.

새벽 3시 이 책을 읽으며 재미도 있었지만 극단적일 수 있는 좀비 이야기가 낯설지 않게 느껴질 만큼 우리의 현재 모습과 닮아있어 놀라웠다. 어쩌면 나일 수도 당신일 수도 있다.


"환자가 탐닉하는 대상은 말 그대로 '광범위'해요. 게임, 애니메이션, 아이돌, 배우, 스포츠, 도박, 영화나 드라마 속 캐릭터부터 고양이, 물고기, OTT나 SNS 같은 특정 플랫폼, 심지어 견과류 까는 소리까지. 온라인으로 볼 수 있는 모든 것이 중독 대상이 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팬데믹 시대에 집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되자 심심풀이로 보던 것들이 자연스레 중독의 대상이 되어버렸다고 할까요." -p.40 중-


좀비 보험에 가입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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