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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띵북 Jun 11. 2021

19살의 첫날, 눈을 떠보니 51살의 내가 되었다.

매해 시간을 뛰어넘는 여행이 시작된다 / 책리뷰『우나의 고장난 시간』


이제 막 19살 생일을 맞이하던 그때 발밑에 이상한 진동을 느끼며 의식을 잃은 우나 록하트.

눈을 뜨니 51살의 내가 돼있다.


"당신은 겉모습은 쉰한 살이지만 내면에는 여전히 열아홉 살 때의 마음과 기억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누가 당신 몸을 바꿔치기한 것 같은 거구요. 하지만 지금 모습도 당신이에요. 다만 나이대가 다를 뿐이지."

그녀의 비서이자 친구라며 말하는 켄지라는 낯선 남자가 미안한 듯 그녀를 쳐다보며 말한다.


분명 파티장에서 선물포장을 뜯어봐야하는데 뚱뚱한 중년 여성이 입을 떡 벌린 채 서있는 모습이 거울에 비친다.

'이게 나일 리가 없어.'

"맙소사, 내가 늙다니!"

그리고 자신에게 전달하라는 편지를 펼쳐보는데...


우나에게.
너의 미래에 온 걸 환영해. 일단 알고 나면 그렇게 나쁘진 않을 거야. 겁내지 마. 넌 미치지도 죽지도 꿈꾸고 있지도 않으니까. 이건 너의 진짜 현실이야. 지금은 정말 2015년이고 넌 쉰한 살이야(겉으로는 말이지). 네가 그 사실을 빨리 받아들일수록 적응도 빨라질 거야.
해마다 네 생일이 돌아오면, 그러니까 정확히 자정에 넌 시간 여행을 하며 네 삶의 각기 다른 시점으로 가서 그때의 네 몸에 살게 돼. 정확히 일 년 동안. 그리고 나면 네가 전에 살아보지 못한 또 다른 나이대로 '리프'하게 돼. 물론 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건강하지만 단지 뒤죽박죽인 성인기를 경험한다고 생각하렴.


매해 생일이 되면 시간을 뛰어넘는 여행이 시작된다. 전미 아마존 화제의 베스트셀러 마가리타 몬티모어의 장편소설 『우나의 고장난 시간』 이다.



"넌 몇십 년을 잃어버린 게 아니야, 아가. 삶의 순서와 위치가 좀 바뀌었을 뿐이란다."

우나의 시간여행을 알고 있는 유일한 두 사람 켄지와 엄마가 있어 조금은 안심이라고 할까.

하룻밤 새에 쉰한 살이 돼버린 지금 그녀는 어떻게든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오늘 자신의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찾아야 했다.

"어서, 우나." 그녀의 어머니가 소리쳤다.

"모험이 기다리고 있잖니!"


우나에게
난 가끔 이런 편지들이 너한테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은 생각이 들어. 물론 난 널 준비시키려고, 넌 안심시키려고 편지를 쓰지만 네가 실수하지 못하게 막으려는 게 나의 실수라면 어떡하지? 더는 우리의 미래를 다시 쓰려고 하지 말아야 할 것 같아. 어쨌든 넌 오르막뿐만 아니라 내리막도 경험해봐야하니까. 그렇지 않으면 넌 안전하고 고생하지 않아도 되지만 밍밍하기만 한 삶을 살게 될 거야. 그런데 어느 누가 그걸 원하겠어?


하지만 사랑하는 데일이 죽었어.

난 그의 죽음을 막아야겠다.

그런데 그의 죽음을 막을 수 없다면...

어떡해서든 그의 존재를 기억하고 남기고 싶었던 우나는 뜻밖의 선택을 하게 되고, 그 선택은 미래의 그녀에게 큰 아픔과 고통을 안기는데.....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워낙 많다 보니 익숙하다 못해 식상할 정도였다. 그런데 5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쉬지도 않고 단숨에 읽어내려갈 정도로 재미와 긴장감, 호기심을 자극한다. 무엇보다 매해 다른 나이대로 리프하며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들 간의 예측불허의 위기와 갈등, 시간여행 특유의 짜릿함과 손목에 새겨진 타투 M.D.C.R 글자의 단서를 추리해가는 과정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우나의 시간 속으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반전은 순간 나를 울컥하게 만들며 눈물짓게 했다.


가끔 상상하곤 한다. 내가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난 어떠한 삶을 살아갈까.

미래를 바꾸기 위해 다른 선택을 하며 또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부자가 되기 위해 애플과 아마존, 카카오, 네이버에 투자하고 강남의 땅과 아파트를 사들이는 꿈도 꿔본다.

그렇게 해서 미래가 바뀌고 지금 내 옆에 있는 나의 사랑하는 이들과 다시는 만날 수 없다며...

이보다 더 끔찍할 수 있을까. 상상하기조차도 싫을 정도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우나가 시간여행을 하는 자신에게 쓴 편지에 미래를 바꾸려 하지 말라는 그 말의 의미를 알 거 같았다.

아마 지금의 나의 나이이기에 주인공 우나의 나이를 넘나드는 이야기와 그녀가 전하고자 하는 삶의 의미가 더욱 마음에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과거의 젊었었던 나도 현재의 나도 미래의 노인인 나도 아마 바뀐 그 누구의 삶도 아닌 나로서의 삶을 살아가지 않을까.

그 어떤 시대에 있든 그때의 나에게 응원의 말을 해주고 싶다.

"넌 해마다 슬프고 힘든 일도 있지만 그보다 더한 행복이 있을 거야. 그냥 그 순간을 사랑하고 즐기렴."



어쩌면 젊음은 젊은이들에게 소용없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젊은이들은 젊음을 제대로 쓰는 법을 알고 있을지도. 그해는 영광스러운 한 해가 될 터였다.

_본문 512쪽





<< 작가 소개 : 마가리타 몬티모어>>

전미 베스트셀러인 《우나의 고장난 시간》의 작가인 마가리타 몬티모어는 30대 후반의 어느 날, 10대 때 샀던 앨범의 발매 20주년 기념 소식을 듣고 현재 본인의 나이와 내적 감수성의 나이의 괴리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우나의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때문에 시간적 배경을 본인이 지내온 90년대 뉴욕과 보스턴으로 설정하여 자신의 추억을 소설 속에 담았다. 소설을 집필하고 발간한 한 해는 21살로 살아왔다고.

에머슨 대학 창의적 글쓰기에서 BFA(창작예술학사)를 받고, 10년 넘게 출판 및 소셜미디어에서 일하다가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글쓰기에 매진했다. 소비에트령 우크라이 나에서 태어나 브루클린에서 자란 그녀는 현재 남편과 개와 함께 뉴저지에 살고 있다. _출처 : 이덴슬리벨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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