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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띵북 May 20. 2021

초보 은행강도의 인질극 대환장 소동극

<오베라는 남자>의 작가 프레드릭배크만이 돌아왔다 / 『불안한 사람들』


아내가 죽고 난 후 살아갈 의미를 잃은 한 남자가 자살을 기도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를 방해하는 이웃들로 인해 번번이 실패하고 마는데...

세상 까칠하고 고집불통인 오베라는 남자와 그 이웃들의 이야기 '오베라는 남자'는 전 세계적으로 1300만 부 판매를 기록하며 스웨덴의 한 평범한 컬럼리스트이자 블로거인 프레드릭 배크만을 일약 스타 작가로 만들었다.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은 엉뚱하고 유머러스하며 까칠하지만 바보스러울 정도로 순수한 면도 가지고 있다. 그런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은 마치 우리 속에 함께 살아가고 있는 듯 자연스레 스며들어 더욱 그의 글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런 그가 코로나 시대 우울한 마음을 잠시 달래줄 만큼 엉뚱하고 재미있는 인물들과 다시 돌아왔다.  마음 약한 강도 꿈나무와 더럽게 말 안 듣는 인질들의 대환장 소동극!  프레드릭 배크만 『불안한 사람들』  이다.



은행에 침입한 총을 든 강도는 6천5백크로나 (한화로 약 88만 원)을 요구하며 은행원을 협박한다. 하지만 그곳은 현금이 없는 은행이었고 당황한 은행강도는 경찰이 오는 소리에 놀라 옆 건물로 달아난다. 그곳에는 아파트를 구경하러 온 여덟 명의 사람들이 있었고 은행강도는 뜻하지 않게 인질극 사태까지 벌이게 된다.



인생이 항상 예상한 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그냥.... 엎드려주시면 안 될까요? 잠깐만? 나는 지금... 아니 그러니깐 나는 은행을 털려고 했지.... 이건 내가 의도한 바가 아니라고요!"

권총을 손에 든 강도는 흐느껴 울며 말했다.


절대로 아이를 낳지 않겠노라고, 절대 대책 없는 부모는 되지 않겠노라고, 어른 노릇을 감당하지 못하고 공과금을 처리하지 못하고 아이들과 함께 살 곳을 마련하지 못하는 그런 부모는 되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던 그녀는 지금 은행강도가 돼 서있다.


은퇴 후 아파트를 사서 리모델링한 뒤 가격을 높여 파는 부부, 출산을 앞두고 끊임없이 의견이 충돌하는 신혼부부, 콧대가 하늘을 찌르는 은행 간부, 겁 많고 시끄러운 부동산 중개업자 그리고 아흔 살 노파까지.

오픈 하우스에 방문한 여덟 명은 그렇게 은행강도와 마주하게 된다.


인질이 요구한 불꽃놀이가 끝난 후 오픈 하우스에 있던 인질범 여덟 명은 밖으로 나오는데, 집 안에 인질범은 보이지 않고 카펫에 붉은 피만 흥건해있다.


"은행 강도요? 맞아요! 한참 집 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은행 강도가 뛰어 들어와서 우리 쪽으로 총을 겨누었어요. 왜 그랬는지 알아요?"


이보다 더 비협조적인 목격자들이 또 있을까

경찰관 야크와 짐은 은행강도의 인질범이자 목격자인 여덟 명의 진술을 들으면 들을수록 뭔가 이상함을 느낀다.

그리고 인질들 가운데 한 명이 은행 강도의 도주를 도운 게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전부 복잡하고 있을 법하지 않은 이야기다. 어쩌면 우리가 이야기의 주제라고 생각한 것이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일지 모른다. 예컨대 이 이야기도 은행 강도나 아파트 오픈 하우스나 인질극이 주제가 아닐지 모른다. 심지어 바보에 대한 이야기도 아닐 수 있다.
어쩌면 다리에 대한 이야기일지 모른다. -p.158중-

하지만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실 여러 편의 사랑 이야기다.







재미있고 감동적이고 가치 있는 이야기를 글로 쓴다는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은 이번 책에도 인물들의 독특한 성격을 그려내고 있는데 개성 강한 인물들의 등장과 돋보이는 티키타카 대화와 장면들은 마치 한편의 연극 무대를 보는 듯하다.


소설 속 인물 중 은행 고위 간부인 사라는 상대방을 무시하고 모욕하고 쏘아붙이는 말투로 나에게 참 불편한 인물이었다. 10년 동안 열어보지 못한 편지를 간직한 채 가면을 쓰고 과거와 마주하기 힘들어하는 그녀가 한편으로 이해되면서도 상대방에 대한 예의 없고 배려 없는 대화는 다소 불편했던 거 같다.


그러고 보면 등장인물들은 스키 마스크를 쓴 인질범처럼 각자의 가면을 쓰고 드러나면 안 될 비밀을 숨기고 있다.

어쩌면 우리도 살면서 한 번씩은 저지르는 황당한 일들 말이다.


그리고 소설 속 인물들은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어른이지만 가끔 불안해하며 바보 같은 짓을 저지를 수도 있는 어른 아이처럼 어쩌면 오늘도 황당한 일을 저질렀을지도 모르겠다.

평소 요리를 잘 못하는 내가 아침 반찬으로 감자볶음을 맛있게 하겠다며 소금 대신 설탕을 때려붓듯이 말이다 ㅋㅋ

 

어쩌면 우리는 오늘 인파 속에서 허둥지둥 엇갈려 지나갔지만 서로 알아차리지 못했고, 당신이 입은 외투의 실오라기가 내가 입은 외투의 실오라기를 스친 순간 서로 멀어졌을지 모른다.
나는 당신이 누군지 모른다.
하지만 오늘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거든, 오늘 하루가 끝나고 밤이 우리를 찾아오거든 심호흡을 한 번 하기 바란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냈지 않은가.
날이 밝으면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될 것이다.  -p.478 중-

어쩌면 어제 아니면 오늘 알아보진 못했지만 우린 서로 스쳐가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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