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잃은 한 아버지의 처절한 복수 /책리뷰『죄의 여백』
내가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내 덕분에 살맛이 난다고 말해준 아빠.
내가 죽으면 아빠는 어떻게 될까.
부재중 전화 48건
강한 불안감을 억지로 짓누르며 딸의 번호를 누른다.
왜 가나의 전화를 장모님이...
"이제 틀렸어. 늦었다고! 가나는 죽었어."
무슨 뜻인지 모를 저주 같은 절규가 안도의 귓속에 메아리쳤다.
학교에서 추락해 자살한 딸. 가나는 정말 자살한 걸까.
슬픔에 잠겨 있던 어느 날, 딸의 친구가 찾아온다.
학교 내 괴롭힘으로 딸을 잃은 한 아버지의 처절한 복수 아시자와 요 의 『죄의 여백』 이다.
8년 전 긴 투병 생활 끝 아내를 떠나보내야 했던 안도는 그 누구보다 딸을 사랑하며 가나만 위해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러운 딸의 죽음으로 그의 인생은 송두리째 사라지고 만다.
딸의 흔적이 남아있는 앨범과 책들을 보며 상상 이상의 고통을 느끼며 눈물이 쏟아지고 딸의 체취가 코를 스칠 때마다 숨이 막힌다.
네가 문을 열고 나가는 모습을 보는 게 마지막인 줄 알았다면
널 끌어안고 입을 맞추고
다시 한번 불러 세워 끌어안았을 텐데
네 기쁨에 찬 목소리를 듣는 게 마지막인 줄 알았다면
전부 비디오로 찍어놓고
매일 되풀이해 볼 텐데
-p.29 중-
가나는 왜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남이 들으면 오해하겠어. 딱히 강요하는 건 아니잖아. 정말로 싫으면 안 하면 그만이야."
"어쩔래 , 가나?"
가나는 고개를 숙인 채 대답이 없었다.
죽으려고 여기 올라선 게 아닌데, 이제야 깨달았다. 벌칙을 받기 싫다고 말할 걸 그랬다.
싫다고 말할걸. 아빠한테 상담할 걸 후회한 가나 하지만 너무 늦어버린 후였다.
가나는 그렇게 추락하고 만다.
가나가 추락한 그 시간 그 장소에 함께 있었던 사키와 마호 그 아이들 사이에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건의 진실은 은폐되고 가나의 죽음은 자살로 종결된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의 일기장을 통해 그동안 가나가 학교에서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한 정황이 드러나고 안도는 딸의 복수를 계획한다.
얼마 전 학교폭력이 연예계와 스포츠계를 휩쓸며 끝없는 진실공방으로 방송가를 얼룩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동안 참아오고 숨겨왔던 피해자의 끔찍한 증언들이 속속 드러나며 유명인들의 학폭 사건은 큰 파장을 일으켰고 학교폭력이 집중 조명되었다.
학교에서는 해마다 학교폭력 실태 조사를 하는데 그 결과 언어폭력, 집단 따돌림, 사이버폭력, 신체폭력등이 학교폭력의 유형은 다양했으며 학교 내에서뿐만 아니라 학교 밖에서도 괴롭힘과 폭력은 지속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폭력이 감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학폭 피해는 끊임없이 아이들 속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가장 충격적인 건 초등학교의 학교폭력 피해가 중, 고등학교보다 훨씬 높다는 거였다.
가장 보호받아야 하는 어린 초등학생들이 집단 따돌림과 사이버폭력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고통받고 있었던 것이다.
어린 가해자라는 이유로 부모와 학교의 보호 아래 무마되서는 안 된다. 아무리 어린 학생이라도 잘못된 행동에 대한 책임과 인식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지금도 '현재 진행 중' 인 이야기
책을 읽으며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나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다 보니 딸을 떠나보낸 주인공 안도의 고통스러운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죄의 여백 속 가나는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면서도 그룹 내에 속하지 못할까 전전긍긍하며 모든 부당함과 괴롭힘을 혼자 견뎌낸다. 상담 선생님과 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면, 조금만 용기를 내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아쉬움에 마음이 너무나도 저려왔다.
실제로 아이들은 학교폭력을 당하면서도 가해자의 협박으로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리고 어렵게 도움을 요청해도 단순한 아이들의 장난쯤으로 여기거나 학교 내 학폭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까 조용히 무마하려는 경우도 있어 제대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 후 더 큰 폭력과 보복으로 피해 학생들은 신고 자체도 못하고 평생 학교폭력의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아이를 키우며 늘 세심하게 관찰하고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고 하지만 행여나 아이의 힘든 점을 놓친 건 아닌지 걱정스러울 때가 있다. 특히 이런 이야기를 접할 때면 늘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하다.
아마 문제가 발생해도 아이들이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알기에 더욱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거 같다.
우리 아이들의 문제는 수십 번 수백 번 논의해도 모자라고 부족하다.
아이들이 올바른 가치관과 인성을 갖출 수 있도록 지속적인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에서도 교육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의 고통을 방관하지 않고 지속적인 관심과 공감으로 다시는 학교폭력이 이 땅에 존재할 수 없도록 해야겠다.
학교와 가정이 우리 아이들의 소중한 안식처가 되어주길 기도하고 또 기도해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는 햇살에 마음을 맡기고 나는 너의 일을 떠올리며 수많은 생각에 슬퍼진다.
우리는 단지 내일의 일도 지금은 알 수가 없으니까 그저 너의 등을 감싸 안으며 다 잘 될 거라고 말할 수밖에.
더 해줄 수 있는 일이 있을 것만 같아 초조해져.
무거운 너의 어깨와 기나긴 하루하루가 안타까워.
내일은 정말 좋은 일이 너에게 생기면 좋겠어.
너에겐 자격이 있으니까. 이제 짐을 벗고 행복해지길 나는 간절하게 소원해 본다.
이 세상은 너와 나에게도 잔인하고 두려운 곳이니까 언제라도 여기로 돌아와, 집이 있잖아, 내가 있잖아.
내일은 정말 좋은 일이 우리를 기다려 주기를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기를 가장 간절하게 바라던 일이 이뤄지기를 난 기도해 본다.
-김윤아의 Going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