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룰이 지배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지금 펼쳐진다!『서초동 리그』
서리풀 공원에서 의식 불명 상태로 발견.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
최근 코스닥 상장을 성공리에 마친 벤처기업 대표가 자살했다.
법조계와의 유착이 깊은 경영인, 박철균의 죽음은 누군가에게는 확실한 이야깃거리인 것만은 분명했다.
"사람은 언제나 죽을 수 있지.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야. 문제는 그 죽음을 어떻게 의미 있게 만드느냐에 있어."
"표적"
"표적을 누구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이 죽음은 창조적인 의미를 담게 될 거야. 역사의 축을 바꿀 정도의 의미라고 할까."
'외압에 의한 자살'
대검찰청 엘리트 부장검사 한동현은 그의 장기말로 서울중앙지검의 평검사 백동수에게 정치 스캔들을 만들자며 제안한다.
"맡아. 서초동 리그에서 주전으로 뛰고 싶으면 말이야."
서초동에 어떤 식으로든 발을 담그려는 이들의 이유는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단순하고 분명하다. 돈 아니면 권력, 이 두 이유는 결국 하나로 수렴된다. 권력이 곧 돈이고, 돈이 곧 권력이 된다. _본문 내용 중
SKY출신도 상위 인맥으로 뭉친 로스쿨 출신도 아니다. 오직 조직의 구색 맞추기에 필요한 존재였던 평검사 백동수.
그가 서초동 리그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검찰 카르텔'을 적으로 돌리려 하는 그를 끊어내야 한다.
표적은 검찰 권력의 끝
그런데, 과연 이게 옳은 것인가?
주어진 시나리오대로 진행하면 되는데, 이 기분을 무엇으로 표현해야 할까?
'부끄러움'
가장 공정해야 할 이곳. 그들의 민낯이 부끄럽다.
검찰 내부의 반발이 거세다.
검찰 총장 기소라는 초유의 사태는 막아야 한다.
어떡해서든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했던 검찰총장 김병민은 법무부 장관과 결탁하고 이 상황을 무마할 희생 제물을 준비하는데...
권력이 돈과 함께한 그곳, 서초동
일그러진 룰이 지배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지금 펼쳐진다! 주원규의 『서초동 리그』 이다.
소설은 검찰 내부의 권력 투쟁, 정치권과의 야합, 사건 조작과 언론 플레이를 적나라하게 묘사하며 정의보다 자신들의 카르텔을 지키기 위한 욕망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개혁은 겉으로 보이는 그림일 뿐 그 검은 화폭 속 숨겨진 야욕은 저마다 달랐다.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될 수도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지가 될 수도 있는 진흙탕 같은 곳.
자주 그래왔지만 몇 년 사이 유독 언론의 핫이슈로 오르내리는 검찰이다. 세계 유일했던 막강한 검찰의 권한을 견제하기 위해 꼭 필요했던 개혁의 칼날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어렵게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은 사건을 책임지는 사람이 모호해진 상황이다. 꼭 필요했고 해야 했던 그 일들이 막상 시작되자 엉거주춤한 형국이다.
알고 보니 그 나물에 그 밥인 거지
소설이 현실 같고 현실이 소설 같은 이야기.
아니 어쩌면 소설이 현실을 못 따라가는 건가.
책을 읽으면서 지난 개혁의 거센 바람이 맥없이 흩어졌던 일들이 생각나 더욱 씁쓸해진다.
정치, 사회, 언론 어렵고 골치 아픈 것들이지만 무엇이 우리 사회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것이라는 것쯤은 안다.
그런데 그게 이렇게나 어렵다.
돈과 권력을 단단히 쥐고 있는 그들에게 단 한 발자국 나아가는 것도 수많은 피를 흘리고서야 가능하다는 게...
그동안 얼마나 많은 희생자들이 표적이 되어 죽음을 맞이했을까?
결국 마지막 화살은 평범한 사람들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결말이 너무 뻔해 보여서 소설 속 백검사의 마지막 다른 선택이 더욱 위태로워 보인다.
그럼에도 다른 선택을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