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고양이로부터 내 시체를 지키는 방법』
가까운 친지가 반려동물 화장터를 운영하신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나에게는 생소한 단어였는데 생각보다 반려동물 장례, 화장터가 우리나라에도 꽤나 많이 있고 많은 반려동물가족인들이 무지개다리를 건너간 반려동물들을 그곳에서 보내주고 있었다.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의 마지막 길도 최대한 예의를 갖춰 보내주는 모습에 경건함이 느껴진다.
그동안 죽음과 관련된 여러 권의 책을 읽으면서 다소 무겁고 아파서 마음을 단단히 부여잡고 읽어야 했는데, 이번 죽음과 관련된 책은 시체에 대한 기상천외한 질문에 유쾌하고도 과학적인 답을 해준다.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의 작가 케이틀린 도티의 두 번째 작품 『고양이로부터 내 시체를 지키는 방법』 이다.
언젠가 죽을 여러분, 이리 모여 봐요!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을 가진 작가에게 많은 이들이 죽음에 관한 질문을 한다.
시체가 깨어나기도 하나요?
화장로의 온도는 몇 도예요?
시신의 방부처리는 어떻게 해요?
시체한테 어떤 냄새가 나요?
왜 이 직업을 선택했어요?
무섭지 않아요?
사실 내가 궁금한 질문이기도 하다. ^^;
어른들은 죽음에 대한 무서움과 두려움으로 죽음을 직시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은 솔직하고 생각지도 못한 상상력이 풍부한 질문들을 쏟아낸다. 바로 이 책의 질문들 말이다.
우리 반려동물은 죽은 동물을 먹어. 사람이 죽은 동물을 먹는 것처럼. 많은 야생 동물도 시체를 먹을 거야. 우리가 가장 뛰어난 포식자라고 생각하는 동물 중에서도 자기 영토에서 죽은 동물을 보면 신나게 뜯어먹는 것들(사자, 늑대, 곰)이 있어. 굶주릴 때면 더욱 그렇지. 먹이는 먹이일 뿐이야. 네 시신도 마찬가지야. 그러니 그들에게 마음껏 먹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라고 하자. - p.17 중-
반려동물은 죽은 주인의 시체를 바로 먹지는 않는다. 다만 며칠 동안 먹이를 먹지 못한다며 살기 위해 시체를 뜯어먹는다. 겉으로 보이는 부드러운 살 부분을... 어느 부위일까? 눈꺼풀, 입술, 혀다. 놀라지 말자. 개는 완전히 먹어치운단다. 놀라지 말자 ㅠㅠ;
수 세기 동안 사람들은 시신이 신음 소리를 낸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꼈어. 세균의 방귀와 신경계를 알기 전, 그리고 죽음을 더 명확하게 과학적으로 정의하기 전까지 사람들은 산 채로 묻히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갖고 있었어. 시신이 씰룩거리고 신음 소리를 내니깐 아직 덜 죽은 것처럼 보였거든. -p.35 중-
사람이 죽은 후에도 신경계는 활동할 수 있어서 몸이 살짝 씰룩하거나 경련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리고 죽은 지 열 시간이 넘어서도 숨길에 갇혀있던 공기가 밖으로 밀려 나올 수 있는데 그건 마치 신음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는 죽은 시체가 살아났다면 놀라 자빠지기도 했지.
중학교 생물 시간에 개구리 해부를 한 적이 있다. 살아 있는 개구리에 마취를 시키고 개구리를 뒤집어 바닥에 고정한 다음 해부를 하는 수업이었는데, (말로 다 하지 않아도 그 수업이 얼마나 소란스렀을지 알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개구리를 기절시키고 개구리 배를 가르고 장기를 관찰하는데 마취에서 깨어난 개구리가 갑자기 튀어 오르는 바람에 우리 조는 거의 기절 상태였다. 한마디로 놀라 자빠진 거지 @.,@
너덜거리는 장기가 튀어나온 배가 열린 개구리가 말이다 ㅜㅜ;
그 후로 난 양서류가 무섭다. 근처도 안 간다.
뇌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혼수상태에 빠진 너를 병원 밖으로 내보낼 가능성은 매우 낮아. 혹시 내보낸다고 해도, 내가 아는 장례식장 관리자나 검시관 중에서 산 사람과 시신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p.104 중-
과거 사망 검사법이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기괴하다.
바늘로 발톱 밑이나 심장, 위장에 찔러 넣거나, 발을 칼로 베어 내거나, 손을 불로 지지거나 손가락을 잘라 내서 사람의 반응을 보는 것이다. 정신은 깨어있으나 몸을 움직이지 못한 사람들은 그 고통을 다 감내했어야 했을 텐데, 생각만 해도 너무 끔찍하다.
현대 의학에 또다시 한번 경의를 표하게 된다.
가장 먼저 나오는 질문은? 맞아. 진짜 시신이야. 그리고 몇몇 중요한 예외가 있긴 하지만, 시신들을 생전에 그렇게 전시되기를 원했어. 주로 독일인들로 이루어진 약 1만 8,000명이 '인체 신비전'을 위해 자신의 시신을 기증했어. -p.117 중-
우리나라에서도 '인체의 신비전'이 열려 화제가 됐었는데 난 무서워서 가지 않았었다.
기증받은 시신이라 했지만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꽤나 많은 시신들이 중국 공장에서 비밀리에 만들어져 독일로 보내졌는데, 시신의 출처는 온갖 추측과 의혹만 남겼다. 그 후 논란이 가중되자 몇몇 국가에서는 '인체의 신비전'을 금지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죽음을 둘러싼 괴담인 '관 속에서 머리카락이 계속 자랄까?', '죽었을 때 똥을 쌀까?', '우주에서 죽으면 우주 비행사는 어떻게 될까?', '죽은 뒤에도 헌혈할 수 있을까?', '화장한 유골을 장신구로 쓸 수 있을까?' 등 기상천외한 질문들과 유쾌하고도 과학적인 답이 있다.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
케이틀리 도티 작가는 죽음에 진심인 사람이다. 죽음 앞에 진지하지만 사람들에게 죽음을 자연스럽고 유쾌하게 전달한다.
언젠가 나는 죽는다. 당신도 죽는다.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찾아온다. 죽음은 피할라 야 피할 수 없다. 물론 『노화의 종말』 책 내용처럼 영생을 할 수 있는 연구가 성공한다면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죽음을 생각하면 사실 무섭고 두렵지만 죽음은 우리 삶의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음을 맞이했을 때 슬프고 불안한 마음을 느끼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슬픔 뒤 우린 또 일상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죽음을 터부시 하기보다 죽음을 똑바로 바로 보는 거. 이 책을 보면 죽음이 결코 나쁘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 아마존 이달의 책
★★★ 2019 Goodreads Choice Awards Best Science & Technology
*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