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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lker Jun 06. 2022

당신의 투자에 원칙이 없는 진짜 이유

우리의 투자가 불안한 것은 정말로 마음의 문제일까?

1. FOMO의 시대


팬데믹 이후 자산시장에는 대규모의 지각변동이 있었다. 2020년 - 21년 간의 상승장은 투자자산을 보유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의 자산격차를 급격히 벌려놓았고, 사람들은 뒤쳐지지 않기 위해 앞다투어 달리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돈이 달려가도록 했다. FOMO (Fear of Missing Out) 였다. SNS, 유튜브, TV 어디를 보아도 돈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곳이 없어졌고 이러한 기조는 몇몇의 스타 인플루언서들을 탄생시켰다. 그 결과 투자라는 행위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하고도 권장할만한 생활양식이 되었다.



출처 : 데일리중앙



출처 : Business Watch



뒤늦게라도 주식시장에 발 담그기 시작한 개인투자자들이 많다. 이는 19년, 20년, 21년을 거치며 새로 개설된 주식계좌수의 증가나, 증권사들의 거래수수료를 통한 순이익 증가추세를 보더라도 한눈에 알 수 있다. 팬데믹의 깊은 골을 지난 후의 가파른 상승장은 우리를 자산시장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문제는 곧이어 발생한 2022년에 발생한 원자재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한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금리인상과 같은 "충격"이다. 전국민이 투자에 뛰어든 이후의 첫번째 "조정(Adjustment)" 국면이 찾아온 것이다. 역사적으로 이러한 조정기는 많았지만, 사실 지금의 문제는 최근에 자산시장에 진입한 투자자들에게는 이 모든 일이 처음 겪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많은 개인투자자들은 21년의 호황을 시작으로 이미 레버리지(leverage)까지 활용해 투자한 터라, 22년의 대대적인 글로벌 통화긴축 앞에서 발생한 불확실성 상황에서 응당 해야할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Porfolio rebalancing, 변동성 확대에 대처해 높은 가격의 자산은 팔고, 낮은 자산의 가격을 사며 포트폴리오를 변경하는 전략) 을 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다. 소위 '물린' 상황에 처한 것이다.  


시장의 조정기에 가장 난처한 경우는 대부분의 현금이 자산에 묶여있어 손실을 감수하고 섣불리 팔 수도 없고, 저가매수를 할 현금도 없어 옴짝달싹 못하고 자산가격 하락을 지켜볼 수 밖에 없을 때이다. 바로 요즘처럼. 증권사 앱에 표시되는 평가손실과 아파트 급매물 실거래가를 넋놓고 바라보면서 우리는 비로소 하락장이 주는 공포에 익숙해지는 법을 뒤늦게 스스로 배워가는 중이다.



2. 마음가짐 (Mindset)  중요성


우리는 물론 안다.  또한 지나갈 것이고 다시 시장은 반등할 것이라는 것을. 결국 문제는 투자자로서의 마음가짐(Mindset)일 것이다. 우리가 잃는 이유란 언제나 시장의 속도를 넘어선 욕심을 갖기 때문이므로 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중요하다. 그러므로 기다려야 한다. 시장의 붕괴를 투자의 기회로 삼았던 바겐 헌터(Bargain Hunter)  템플턴 (John Templeton, 1912-2008)처럼 하락장을 오히려 매수의 기회로 반갑게 맞아야한다. 시장의 변덕스러움은 오히려 투자의 새로운 기회다. 모든 자산이 정상적인 가격으로 되돌아올 때는 반드시 온다


가치투자의 원칙은 좋은 기업(또는 자산) 낮은 가격에 사서 끈기있게 기다렸다가  가격이   (또는 시장이 과열되었을 ) 편안하게 파는 것이다. 쉬운 원칙이지만 지키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변동성" 때문이다. 투자의 귀재들은 시장을 수시로 뒤흔드는 변동성에 관심을 끄는  또는 그런 마음가짐과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단 우량주  종목을  다음, 수면제를 먹고   동안  자라" 말한 '유럽의 워렌 버핏' 앙드레 코스톨라니 (André Kostolany, 1906-96) 격언처럼, 어느 정도는 시장의 변덕에 눈을 감을 필요도 있다. 그러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주식투자를 하다보면 자주 겪는 일들도 생각해보면 결국 마음의 문제인 것 같다. 기다리다가 지쳐 끝내 반토막난 주식을 팔자 마자 다시 주가가 회복될 , 단기투자로 10% 수익만 보고 흐뭇하게 나오자마자 주가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을 . 이런 상황들을   겪다보면, 투자에 있어서 마인드컨트롤 사실상 수익실현의 결정적 요인임을   있다.



3. 마음가짐만으로 이겨낼 수 있을까?


하지만, 투자자로서의 우리가 다스려야할 것이 진정 우리의 '마음가짐' 뿐이라면 투자는 하나의 정신수양 활동에 불과하게  것이다. 대다수의 가치투자 지침서에서 말하는 것처럼 참고 버티는 것이 최고의 미덕인 셈이다. 그러나, 과연 투자에 있어 그것이 전부일까?


오늘날 경제는 전세계라는 거대한 규모의 무대 위에 첨단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복잡하게 이어져있는 시스템  자체이다. 그런 경제 안에서 경제를 구성하는 개별 자산에 성공적으로 투자한다는 것은 단순히 마음가짐만으로 해낼  있는 일은 아니다. 투자의 기본태도는 밑바탕일뿐, 정말 중요한 것은  자산의 내재적 가치와 시장환경을 읽을 줄 아는 지혜다. 당장 오늘부터 어떤 펀드에 투자한다고 생각해보자.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는 자본시장법에 의해 정기적으로 해당 펀드의 투자자들을 위한 "투자설명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하게 되어있는데,  투자설명서에서는 펀드운용전문인력의 생년, 자산운용경력, 성과수익률과 같은 기본적인 인적사항들은 나오지만 투자자들의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대신  펀드가 어떠한 자산구성을 가지고, 개별자산이 추종하는 시장지수가 무엇이며, 투자위험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는 등등의 객관화가능한 최소한의 정보가 나온다. 우리가 신뢰할  있는 정보는  정도다.

자산의 진짜 가치는  자산의 펀더멘털(fundamental)에서 나온다. 펀더멘털이란, 자산의 기초체력 또는 내재적 가치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여러 지표 또는 사실들인데 지금과 같은 글로벌 경제 하에서는 해당 자산만이 가진 경제적 해자 (Economic Moats)  자산이 속한 시장환경  국가의 상황에 의해   없이 영향받으며, 나아가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들로부터도 영향을 받는다. 2022 6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듯이.

투자의 본질이란 결국 자산의 펀더멘털에 베팅하는 이다. 마음가짐은 '좋은 ' 기다리기 위한 태도에 불과할 뿐이다. 우리가 투자하는 자산의 진정한 가치를 담는 펀더멘털을 올바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보다 객관적이고 표준화된, 가능하다면 '이론(또는 공식)'으로서 표현될 수 있는 간단명료한 해석도구 필요하다.  해석도구를 통한 결론이 현실과 정밀하게 일치하는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해석도구가 제시하는 비전과  방향성 등을 통한 신뢰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이론의 참된 가치는 현실을 해석하는 힘과 능력 있기 때문이다.


모든 투자자산의 펀더멘털을 측정할 수 있는 표준적인 도구가 있을까? 개별기업에 대해서는 이미 재무분야에서는 "기업가치평가(Valuation)" 방법론이 시도되어왔고 나름의 분야로 자리잡았다. 현금흐름할인법 (DCF, Discounted Cash Flow), 고든의 배당성장모형 (GGM, Gordon Growth Model)와 같은 방법이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방법들이다. 그러나 기업과 같은 개별자산들은 여러 거시환경에 영향을 받는 '개별'적인 특성들을 사실상 무한개로 가지므로 이 모든 특성을 반영한 펀더멘털의 표준화된 해석도구를 찾기란 쉽지 않다. 환경변수에 대한 일정한 가정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자산을 둘러싼 거시환경이 얼마나 쉽고 빠르게 바뀌는지를 생각해본다면 경제환경이라는 변수를 상수취급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즉 기업의 펀더멘털은 시장환경을 제외하고 논할 수 없다. 우리가 투자하는 대상이 '나무'라면, 그 나무가 얼마나 성장할 지는 기후환경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눈에 들어오는 것은 개별 자산들보다 한 차원 상위 단계에 있는 한 국가의 '거시경제'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의 영양상태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나무들이 모여있는 숲 또는 그 지역 식생의 전반적인 상태와 기후환경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기후가 올라가지는 않는지, 홍수나 태풍이 불어닥치지는 않을지, 그리고 그런 일들이 숲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에 대해 살피는 것이다. 거시경제로 눈을 돌리면 훨씬 예측가능해진 세상이 보인다. 한 개인이 금리인상을 막지는 못하더라도, 금리인상이 시장에 어떤 효과를 초래하고 거기서 각각의 자산들이 어떤 '거시적' 영향을 받게 될 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거시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어떤 해석도구가 필요할까?


수많은 사람들 또는 기업들이 수행하는 경제활동의 '결과'를 지표로 하는, 각 지표간의 "인과관계"가 그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스토리를 구성하는 것이다. 다행히 이러한 경제변수들 간에 영향을 주고받는 스토리는 매번 조금씩 달라지지만 통계적으로 어느 정도 '실재'하는 것으로 밝혀져왔다. "금리가 오르면 환율이 오른다"와 같은 식의 바로 그런 인과관계.

거시경제 전체로 볼 때, 경제 내의 일정 기준으로 측정된 변수 간에 인과관계를 정립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발견이다. 사회적 현상에 불과한 경제지표/변수들이 마치 과학현상의 인과관계와 같이 "A이면 B이다."는 명제로써 규정되는 것이다. (물론 절대적인 법칙은 아니다.) 그러므로 (거시)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해 알고자 할 때 여러가지 거시경제 지표 및 그 인과관계를 활용하는 것은 개별자산에 대한 평가방법보다 구체적이지는 않겠지만, 훨씬 현실성이 있어보인다. 숲이라는 큰 차원의 질서를 설명하기 때문에 예외를 찾기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이다. 경제의 작동원리를 밝히고 현재의 펀더멘털 수준을 평가하고, 더 나은 경제상태로 가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말해주는 해석도구, 그것이 바로 거시경제학(Macro Economics)이다.


거시경제학은 무질서해보이는 거시경제환경으로부터 각 경제변수 간의 유의미한 인과관계를 찾아내고 새롭게 질서를 만든다. 우리가 투자하는 개별자산에 대한 가치를 규명하지는 않지만, 과연 그 가치가 어떤 환경에 놓여있는지, 어떤 대륙판 위에서 움직이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정부의 재정정책이나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마치 지구온난화처럼 경제 내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그로 인해 우리의 개별자산들이 존재하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설명을 시도한다.  


이제 투자에 있어 믿음의 환상에서 벗어날 때다. 우리가 투자하는 대상이 속한 경제적 환경이 수시로 변할 때, 그저 때를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그 변화에 내재된 실재하는 '규칙'을 직시해보자. 나무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숲의 식생이 변한 것일 수도 있다. 이 규칙을 올바로 알아야만, 우리의 투자여정에서 일어나는 호황 또는 불황이 그저 일시적인 변덕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당연히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경제적 현상인지를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로소 그 때서야 우리는 투자의 구루들이 말하는 "마음가짐"으로 지금의 하락장을 버틸 수 있지 않을까?


투자자로서 거시경제학을 공부해야하는 이유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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