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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lker Jun 16. 2022

케인즈의 『일반이론』쉽게 읽기

케인즈의 소득-지출모형과 유동성선호설

케인즈의 1936년 저서 『고용, 이자, 화폐의 일반이론(The 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이하 '일반이론')은 당대 경제학계의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 내용이 실제로 맞는지, 틀린지는 이후의 많은 실증연구를 통해서 알 수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일반이론'이 경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학자들의 지적 탐구욕을 자극한 것은 물론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해로드(Henry Roy Forbes Harrod, 1900-78), 힉스 (John Hicks, 1904-1989) 등은 케인즈의 '일반이론'을 수학적 모형으로 정립하고자 했다. 특히 힉스는 케인즈의 모형에서 이론적 힌트를 받아 이를 정교화한 'IS-LM모형'을 정립하여 거시경제학의 수학적 모형설계에 크나큰 기여를 했다.


일반이론은 크게 생산물시장화폐시장에 대한 논의를 담고 있다. 그 논의는 그래프와 함수로 구성된 정밀한 모델은 아니지만, 이후 여러 학자들의 이론적 수정을 거쳐 몇 가지 가정들을 바탕으로 이론체계로 고안되었다. 생산물시장과 화폐시장의 균형원리에 대한 논의로 시작된 케인즈의 모형은 시장 내의 여러 경제변수 간의 관계를 간단명료하게 보여준다. 따라서 거시경제학을 시작함에 있어 경제변수들 간의 특성들을 이해하는데 매우 좋은 길잡이가 된다. 이를 이해해야 케인즈가 왜 총수요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지를 이해할 수 있다. 


아래 내용에서는 총수요 관리를 주장한 케인즈가 그 사전 논의로서 제시한 생산물시장과 화폐시장에서의 균형을 소개하고자 한다. 생산물시장에서의 균형에 대한 논의는 "소득-지출모형"으로 구성되고, 화폐시장에서의 균형에 대한 논의는 "유동성선호설"로 구성된다. 그리고 각각은 IS곡선과 LM곡선으로 전개되고 최종적으로 IS-LM모형을 통한 총수요곡선의 구성으로 이어진다. 먼저, 생산물시장의 총수요(Aggregate Demand)와 총공급 (Aggregate Supply)에 관한 논의를 모델로 설명한다.




1. 생산물시장의 균형 : 소득-지출모형


"생산물시장"이란 재화가 만들어지고, 더 잘 만들기 위해 투자가 이루어지며, 그렇게 만들어진 재화가 교환되고 소비되는 실물시장이다. 현실에서 우리가 접하는 경제에는 화폐를 통한 거래가 빠질 수 없는데, 생산물시장에 관한 분석에서는 단순히 생산물의 공급과 수요에 대해서만 분석함으로써 그 공급과 수요를 일치시키는 '균형'국민소득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살펴본다.



(1) 거시경제변수 정의하기


생산물의 총공급과 총수요를 살펴보기 위해 우리가 다룰 거시경제변수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Y = 국민소득 : 가계가 기업에 노동/토지/자본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얻는 소득이다. 국민소득은 경제 내의 총생산과 같다. 노동/토지/자본을 제공함으로써 얻은 국민소득은 한편으로 노동/토지/자본을 투입해 생산한 생산물의 생산가치이기도 하다.


T = 소득세 (T = tY : 소득 Y에 대한 세율 t만큼이 소득세로 부과된다.)

Y - T = 가처분소득 = (1 - t)Y


C = 총소비 (C = cY (0<c<1) : 일반적으로 국민들은 소득 Y 중 c의 비율만큼만 소비한다고 본다. 이 때 c를 한계소비성향이라고 부르는데 소득 1단위가 증가할 때 소비가 증가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S = 총저축 (S = Y-T-C : 경제 내의 총저축은 국민소득 Y에서 세금을 내고 (T), 소비한 (C) 나머지가 된다.)

I = 투자 (생산성 향상을 위한 인적/물적투자)

G = 정부지출



(2) 총공급곡선 정의하기


생산물시장에서의 총공급은 어떻게 구성될까? 먼저 "국민경제의 순환원리"에 대해 간단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생산물을 생산하는 생산자는 일반적으로 "기업"인데, 기업이 생산한 생산물은 어디로 흘러갈까? 먼저 소비자들의 소비활동(C)을 통해 소비자들에게로 이동한다. 한편 정부는 민간에서 걷은 세금을 재원으로 정부지출을 하는데 기업이 생산한 생산물은 정부지출을 통해 정부에게로도 이동(G)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저축(S)된다. 그렇다면 생산자인 기업이 생산한 생산물의 전체 가치는 민간의 소비(C), 정부의 소비(G) 그리고 저축(S)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정부는 걷은 세금만큼만 지출한다고 가정하자. (G=T)


이는 총저축에 관한 항등식 "S = Y-T-C"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총저축이 가처분소득 (Y-T)에서 소비(C)되고 남은 부분이라는 점에서, 식을 새롭게 정리하면 "Y=C+T+S"가 된다. 이것이 바로 경제 내의 총공급곡선이다.


총공급곡선 : Y = c(1 - t)Y + T + S




(3) 총수요곡선 정의하기


생산물시장에서 총수요는 무엇으로 구성되는가? 다시 말해, 생산물에 대한 수요가 왜 발생하는가? 이는 달리보면 경제주체인 가계와 기업과 정부는 돈을 어디에 쓰는가에 대한 질문과도 같다. 첫째, 가계는 생산물을 구매하여 소비한다. 둘째, 기업은 생산물의 생산을 위해 설비를 투자한다. (설비라는 생산물을 구매한다.) 셋째, 정부는 공공의 목적을 위해 걷어들인 세금을 바탕으로 생산물을 구매한다. 


이 세가지 수요가 생산물시장에서의 수요를 구성한다. 이러한 총수요는 바꿔말하면 총지출과 같다. 크게 보면 생산물을 어딘가에 쓰기 위해서 화폐를 지출하여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총수요곡선은 소비(C), 투자(I), 정부지출(G)의 합으로 이루어진다.


총수요곡선 : E = c(1 - t)Y + I + G    



 

(4) 총수요와 총공급의 균형


위에서 살펴본 총수요곡선과 총공급곡선의 균형을 통해 균형국민소득을 찾아보자.

아래 그림과 같이 가로축에는 국민소득 (Y) 또는 총공급, 세로축에는 총지출 (E)를 두고 두 그래프를 전개해본다. 


먼저 총공급곡선인 "Y = C + S + T"에서, Y가 증가할 때 "C+S+T"는 Y의 증가량만큼 똑같이 증가한다. 이는 총공급곡선의 정의상 당연하다. 좌변의 Y가 증가하므로 등식을 유지하려면 우변의 C+S+T도 같은 만큼 증가해야하기 때문이다. 그 의미를 풀어보자면 이렇다. 사실 소비는 국민소득에서 세금을 내고 난 만큼만 가능하고, 저축도 국민소득에서 세금을 내고 난 만큼에 대해서 가능하다. 그리고 세금을 내느라 소비와 저축하지 못한 만큼은 곧 세금이 되어, 소비와 저축과 세금의 합계는 국민소득 또는 총공급과 같다. 그러므로 국민소득의 증가분은 소비와 저축과 세금 이외로 빠져나가지 않는다. 


국민소득의 증가에 대해 총수요곡선의 경우는 조금 사정이 다르다. 총공급곡선에서와 같이 소비는 국민소득에서 세금을 내고 난 나머지 (가처분소득)에 의존한다. 그러나 투자(I)와 정부지출(G)은 국민소득의 증감에 영향받지 않는다. 그렇다면 국민소득의 증가에 대해 같이 증가하는 변수는 소비(C)인데 소비는 국민소득의 증가와 동일한 크기로 증가하는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의 거시경제변수 정의상 소비 C는 늘 국민소득 Y의 일정부분 c (0<c<1)만큼만 소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소득이 증가하더라도 소비는 그보다 작게 증가하므로, 총수요곡선인 C + I + G는 기울기가 1보다 작다. 그리고 총공급곡선인 C+S+T보다 기울기가 작다. 따라서 아래와 같은 그림이 나온다. 



케인즈의 Cross-Diagram



소득-지출 평면에서 정확히 기울기가 1인 총공급곡선과 기울기가 1보다 작은 (정확히 말하면 기울기가 한계소비성향 c인) 총수요곡선이 만나는 지점에서 균형국민소득 Y*가 결정된다. 이를 케인즈의 Cross-Diagram이라 한다. Y*보다 왼쪽인 지점에서의 국민소득 상태에서는 총수요 (C+I+G)가 총공급 (C+S+T)보다 커서 초과수요가 발생하고, 이는 생산물시장 내의 재고감소를 유발한다. 그러면 기업은 생산을 늘릴 것이고 그에 따라 국민소득이 증가하여 소비도 증가하면서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향해간다. 한편 Y*보다 오른쪽 지점에서의 국민소득 상태에서는 총수요가 총공급보다 작아서 생산물시장에서의 재고증가가 발생한다. 그러면 기업은 생산을 줄여 국민소득도 감소하고 그에 따라 소비도 감소하여 다시 Y*의 균형을 향해 이동한다.


생산물시장에서의 균형 : Y = E = c(1 - t)Y + I + G



2. 화폐/증권시장의 균형 : 유동성선호설


일반이론에서 언급하는 경제의 또 다른 한 축은 화폐시장이다. 케인즈는 화폐시장에서 유동성에 대한 선호 (화폐수요)와 화폐공급에 의해 이자율과 균형화폐량이 결정된다고 보았다. (유동성선호설, Liquidity Preference Theory) 그 전제로 금융자산의 종류가 화폐와 채권만 있다고 보았다. 채권은 고정된 이자를 만기에 지급하는 금융자산이다. 화폐와 채권만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화폐에 대한 선호가 채권에 대한 비선호 상황에서 발생한다. 채권의 선호도를 결정하는 것은 오직 시장이자율이다. 즉, 시장이자율을 통해 화폐수요를 가늠해볼 수 있다.


(1) 화폐수요 = 거래적 + 투자적


케인즈는 화폐에 대한 수요를 크게 두 가지 종류로 구분했다. 첫째, 지출의 수단으로서 (거래수단) 화폐를 선호하는 것을 "거래적 화폐수요"라고 한다. 거래적 화폐수요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소득이다. 소득이 증가하면 그에 일정수준 비례하여 지출하는 규모가 커진다. 따라서 거래적 화폐수요(Transactional demand)는 소득의 증가함수다.


거래적 화폐수요 : Lt(Y) = La + kY

                                     (La는 소득이 0인 경우의 화폐수요, k는 화폐수요의 소득탄력성)



한편 화폐는 투자자산을 보유하기 위해 화폐를 수요하기도 한다. 이를 투자적 화폐수요 (Speculative demand)라고 한다. 앞서 화폐와 채권만이 존재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채권은 고정된 이자를 지급하는 금융자산이므로 시장이자율이 채권이자율보다 높다면 사람들은 채권을 사는 대신 은행예금을 통해 더 많은 이자를 받을 수 있으므로 채권의 매력이 낮은 상태다. 이 때 사람들은 화폐로 낮은 가격의 채권을 사기 시작한다. (채권수요 증가, 화폐수요 감소) 반면 시장이자율이 채권이자율보다 낮다면 채권의 매력이 높은 상태로서, 사람들은 고평가된 채권을 팔아 현금을 보유하려는 수요가 발생한다. (채권수요 감소, 화폐수요 증가) 화폐에 대한 이러한 수요가 바로 투자적 화폐수요다. 일반적으로 시장이자율이 높다면 투자적 화폐수요는 감소하고, 시장이자율이 낮다면 투자적 화폐수요는 증가한다.

  

투자적 화폐수요 : Ls(r) = Lb - hr

                             (Lb은 이자율이 0일 때의 투자적 화폐수요, h는 화폐수요의 이자율탄력성)


 **참고) 채권수요가 감소하면 시중에 거래되는 채권의 가격이 하락하는데, 채권은 어차피 고정된 이자를 지급하는 자산이므로 채권의 가격이 하락한다는 것은 투자금 대비 이자의 비율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채권의 수익률이 증가하게 된다. 이는 시장이자율과 같아질 때까지 계속해서 증가한다. 따라서 시장이자율과 채권의 가격은 반비례한다.


화폐수요는 거래적 화폐수요와 투자적 화폐수요의 합이다. 따라서, 화폐수요함수는 다음과 같다.


화폐수요 : L(r , Y) = Ls(Y) + Lt(r) = L0 + kY - hr

                                         (L(r, Y)라는 것은 화폐수요 L이 r과 Y의 함수라는 의미이다.)



(2) (실질)화폐공급


일반적인 거시경제모형에서 통화량은 시장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으로써 본다. 중앙은행이 정책목표에 맞게 자율적으로 통화량을 조정하므로, 시장의 변수들이 직접 통화공급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킬 수 없다는 의미다. 한편 통화량 규모는 물가변수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그 효과를 제거해야 정확하다. 즉 물가수준이 10배 차이나는 두 경제의 통화량 규모는 물가수준 차이에 의해 10배의 통화량 차이가 발생하는데, 물가로 인한 그 거품을 걷어내야한다는 의미다. (아이스크림이 500원인 경제와 5,000원인 경제에서는 후자쪽의 통화량이 훨씬 크다.) 따라서 통화량을 물가수준으로 나누어 "실질화폐공급"을 변수로 취급한다.


실질화폐공급 : Ms/P



(3) 화폐시장의 균형


화폐시장의 균형은 화폐수요와 실질화폐공급이 일치하는 점에서 달성된다. 이를 이자율-실질화폐공급량 평면에서 도식화한다면 다음과 같다.


먼저 화폐수요함수는 투자적 화폐수요에 의해 이자율이 내려갈 수록 화폐수요량이 증가한다. 따라서 아래 그림과 같이 우하향하는 곡선으로 표현된다. 한편 통화공급 Ms는 중앙은행에 의해 결정되는 변수이므로 우리의 모형에서는 일정값으로 고정되어있고, 이를 물가수준 P로 나누더라도 마찬가지로 고정되어있다. 화폐수요와 화폐공급이 일치하는 지점에서 균형이자율 r*과 균형화폐량 (Ms/P)*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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