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 출신이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

데이터만 다루던 내가, 왜 단어를 붙잡기 시작했는가

by 행복곰

수식, 논리, 정량화.

내 언어는 늘 숫자였다.


공대 졸업 후 취업하며 데이터로 일하게 되었고,

문장보다는 그래프와 지표로 세상을 읽었다.

“데이터는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말이 내 철학이었다.


그런데

삶은 숫자로만 정리되지 않았다.


숫자 속에 갇히지 않는 것들이 있었다.

감정, 관계, 흔들림, 그리고 ‘나 자신’.


그때부터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수치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위해 단어를 꺼냈다

데이터를 넘어서고 싶었다


회사에서는 익숙한 말이 있다.

“팩트로 말해, 감정은 빼”


나는 이 말에 동의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팩트는 많은데 내가 없다는 걸 느꼈다.


기획서에 진심이 없었고

보고서에 나의 고민이 보이지 않았다.

일을 하면서도, 점점

“나는 누구인가”를 잃어갔다.


그때 우연히 시작한 게

하루 15분 글쓰기였다.


글쓰기는 나를 되찾는 루틴이었다


처음엔 그냥 독서 메모였다.

책에서 밑줄 그은 문장을 옮겨 적고

내가 왜 거기에 멈췄는지 쓰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상하게

쓸수록 마음이 정리됐다.

• 오늘 왜 기분이 나빴는지

• 어떤 말이 나를 흔들었는지

•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글은 생각보다 먼저

나의 감정을 붙잡아줬다.


그게 좋았다.

말로는 안 되던 정리가, 글로는 되었다.

글쓰기는 마음을 정리하는 도구였다

생각은 반복해서 써야 선명해진다


글을 쓰다 보면

처음엔 막연했던 생각이

한 문단이 되고,

한 주제가 되고,

나만의 문장이 된다.


그 문장이 쌓이면

나만의 시선이 생긴다.


그리고 그 시선은

삶을 해석하는 프레임이 된다.


이제 나는 문제가 생기면,

분석표보다 먼저 글을 쓴다.

감정을 정리한 뒤에야 해결이 보이기 때문이다.


글쓰기 루틴은 이렇게 시작됐다


1. 하루 한 문장 쓰기

오늘 가장 기억에 남는 생각 or 말 한 줄


2. 책 한 구절 + 내 생각 정리하기

독서 후 느낌을 ‘나의 언어’로 표현


3. 브런치 글로 발행

글을 쓴다는 목적이 생기면 루틴이 이어진다


이 루틴은

생산성과는 무관하지만,

삶의 밀도를 높여줬다.

글을 쓴다는 건, 나를 세상에 드러내는 일이다

공대 출신의 글쓰기는 어색할 수 있다.

하지만

데이터로는 설명되지 않는 나를,

글은 붙잡아줬다.


이젠 말할 수 있다.

글을 쓰기 전과 후,

나는 분명 달라졌다고.


수치로 보이지 않아도

내 삶엔

확실한 변화가 생겼다고.


다음 글 예고:

《글을 쓰면서 비로소 나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작가의 이전글책을 추천하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