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콜러버 외노자의 해장법을 소개합니다
술을 좋아하지만 잘하지 못하는 필자는, 거한 술자리 다음 날 쌀국수, 라멘, 콩나물국밥을 주문해 국물만 열심히 떠먹곤 했다. 멕시코에서도 매주 파티를 즐기며 떼낄라, 맥주, 와인 등 다양한 주종을 섞어 들이키고는 다음날 빈사 상태로 침대에서 하루를 허비하는 게 주말의 일과다.
멕시코에는 국물 음식이 없냐고? 그럴 리가! 토마토, 소고기 육수, 강낭콩 등 다양한 재료를 베이스로 한 뜨끈한 멕시칸 국밥(?)들이 얼마나 다양한데. 백종원 출연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멕시코 편을 시청한 이라면 빨간 국물의 해장국 판시따(Pancita)를 분명히 기억할 것이다(실제로 방송 이후 해당 포장마차에 방문하여 동일한 메뉴를 주문해 먹는 한국인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고 한다).
다만 의외로, 이러한 국물 요리를 해장 음식으로 먹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국물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흔치 않거니와 '본식에 간단히 곁들여 먹는 사이드 메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숙취에 찌든 멕시칸들은 주말 아침 어떤 음식을 먹으며 속을 달래는 걸까?
멕시코 국민 해장템 칠라낄레스(Chilaquiles). 어느 지역을 여행해도, 오전 영업 음식점 100곳 중 99곳에서는 이 음식을 판매한다. 브런치 카페에 가더라도 아메리카노는 없을망정 칠라낄레스는 무조건 판매할 정도로 흔하고, 또 간편하면서 대중의 입맛을 저격하는 메뉴다.
바짝 굽거나 튀긴 또르띠야 조각(Totopo de tortilla)에 매콤하고 상큼한 살사를 끼얹고, 치즈와 양파 등 식당마다 다른 부재료를 가득 올려 만드는 멕시칸 브런치 칠라낄레스. 비주얼에 비해 매운맛이 강한 살사 베르데(초록색 고추 소스) 또는 순하고 익숙한 감칠맛이 도는 살사 로하(토마토 베이스 소스)를 주재료로 해 한국인 입맛에도 꽤나 잘 맞을 것이다.
브런치 식당에서 칠라낄레스를 주문하면 먼저 "Con salsa verde o salsa roja?(살사 베르데, 로하 중 어떤 베이스로 할래?)"를 묻고, 경우에 따라 달걀 또는 닭고기를 추가로 곁들일 수 있다. 묽은 강낭콩 무스인 프리홀레스(Frijoles)를 덤으로 주는 식당이 많아, 숙취에 지친 위장을 부드럽게 달래기에 제격이다.
멕시코의 만병통치약 격인 수에로(이온음료). 위염 또는 장염에 걸렸을 때, 감기를 앓을 때 그리고 숙취로 힘들 때 약보다 많이 섭취하는 음료이다. 가장 흔한 브랜드는 위 사진의 Electrolit으로, 사과와 코코넛, 베리, 오렌지 등 굉장히 다양한 맛으로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TMI로 필자는 Limon(레몬)과 Mora Azul(오디) 맛을 매우 좋아한다.
여느 마트나 편의점에 가도 다양한 수에로를 천 원 남짓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으며, 동네 허름한 약국에서도 꽤나 다양한 맛의 음료를 갖춰 두고 있다. 음식도 한 입 못 넘길 죽음의 숙취를 겪는다면 수에로를 사 마시길.
한국에 삼각김밥과 이삭토스트가 있다면, 멕시코에는 또르따(Torta)가 있다. 반미 샌드위치와 비슷한 비주얼로, 주인장 특제 소스와 다양한 속재료가 어우러져 풍부한 맛을 낸다. 헌데 과달라하라 지역에는 이를 응용한 브런치 메뉴가 있다. 바로 토마토 소스를 듬뿍 끼얹은 촉촉한 샌드위치, 또르따 아오가다(Torta Ahoraga).
'샌드위치에 소스를 붓는다고?' 부먹 탕수육은 봤어도 부먹 샌드위치는 처음이었다. 의심 반 기대 반으로 크게 잘라 한 입 먹어보니, 소스를 가득 머금은 빵과 잘게 채 썬 양배추와 적양파, 새우가 풍성한 식감을 내며 알콜에 절어 있는 위장을 순하게 감싸 주더라.
새우뿐만 아니라 돼지고기, 닭고기, 치차론(돼지껍데기 튀김) 등 다양한 속재료를 기호에 맞추어 추가하고, 가게마다 다른 특제 소스와 레몬즙을 듬뿍 얹어 먹을 수 있으니 더더욱 재미있고 매력적인 또르따 아오가다. 역시 한국이나 멕시코나, 거한 음주 다음날 그 진가를 드러내는 메뉴가 존재하는 건 마찬가지. Viva los borrachos(술꾼들에게 만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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