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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띵시 Jul 26. 2022

호세 쿠엘보 열차 투어, 경이로운 테낄라의 향연

아침 9시부터 음주를 조장하는 투어가 있다고?

 이름부터 애주가의 심금을 울리는 투어, 호세 쿠엘보 익스프레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테낄라 브랜드 중 하나인 Jose Cuervo 전용 열차에 탑승해 오로지 떼낄라를 위한, 떼낄라에 의한 하루를 시작한다. 특히 2022년은 투어 10주년이 되는 해로, 방문객들에게 보다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전통주 그 이상의 가치, Tequila


출처 : Mundo Cuervo

 다소 지루하지만, 테낄라의 기원과 특징에 대해 짚고 가야 할 듯하다. Tequila의 명칭은 멕시코 제2의 도시 과달라하라(Guadalajara)에 인접한 동명의 마을에서 유래했다. 더불어 원산지 인증 'DOT(Denominación de Origen)'을 취득한 지역인 할리스코, 나야리트, 미초아깐, 과나후아또 및 따마울리파스 주에서 빚은 술만이 'Tequila'라는 명칭을 사용할 권리를 얻는다. 즉 떼낄라는 이름 그 자체로도 멕시코 북부를 대표하는 명물이자 브랜드인 셈이다.


 16세기 무렵 떼낄라를 빚기 시작했다고 하니, 그 역사만큼이나 술의 기원에 대한 다양한 설이 존재한다. 전설에 따르면, 마법에 걸린 식물을 키우는 소녀 마야우엘(Mayahuel)이 떼낄라 마을에 살았다. 그는 주술사 할머니에게 밉보여, 저주에 걸린 채 감옥에 갇힌다. 하지만 근처를 지나던 바람의 신 에까뜰(Ehécatl)이 마야우엘의 탈출을 돕고, 사랑에 빠진 둘은 할머니의 눈을 피해 나무의 모습으로 변신해 살아간다.


 하지만 마야우엘의 할머니는 끝끝내 나무로 둔갑한 손녀를 찾아내 파괴한다. 이에 충격을 받아 폐인이 된 에까뜰은 시름에 잠긴 채 연인의 유해 조각들을 한데 모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자리에서 아가베(Agave, 용설란)가 탄생해 뿌리를 내리고 온 들판을 녹색으로 물들였다. 마야우엘의 죽음에 분노한 신들은 이 땅에 뇌우를 내렸고, 번개를 맞아 불이 붙은 용설란에서 달콤한 향기를 내뿜는 액체가 솟아올랐다. 테킬라 지역의 토착민들은 이 술을 신의 선물이라고 여기며 마야우엘의 넋을 기렸다고 한다.

 테낄라에 대해 열심히 공부했으니 다시 술꾼 모먼트로 돌아오도록 하자. 호세 쿠엘보 익스프레스는 선라이즈 투어와 선셋 투어로 나뉜다. 나는 선라이즈 투어를 선택해, 아침 8시 과달라하라의 호세 쿠엘보 기차역에 도착했다. 과달라하라에서 열차에 탑승한 이들은 이른 아침부터 두 시간 동안 어마어마한 술의 향연을 즐기며 테낄라 마을로 향한다.





Jose Cuervo 투어의 시작, 테킬라 시음


 열차가 출발하기도 전부터 술과 안주가 세팅되어 있다니, 이 얼마나 바람직한가... 내가 탑승한 이등석의 경우 4인이 한 테이블을 이용하는 형태로, 얼떨결에 초면의 페루인 매형과 처남 커플(?)과 동석하였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했지만, 일단 떼낄라 한 잔을 들이켜고 나니 마추픽추 이야기 하나로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열차가 출발하면, 30여 분간 간단한 마리아주 타임과 테킬라 비교 시간을 가진다. 첫 번째로 시음하는 테낄라는 블랑코(또는 실버) 등급으로, 숙성을 거의 거치지 않아 맑고 찬 빛을 띤다. 여러분이 한국에서 Sal y Limon(소금과 레몬)과 맛본 테킬라는 대부분 블랑코 등급이라고 보면 된다.


 떼낄라 블랑코는 날카로운 보드카와 풀 향이 느껴지며, 끝 맛이 매캐하면서 목구멍을 쓰리게 스치고 넘어간다. 고백하자면 필자는 이 쨍하니 매운 느낌을 개인적으로 굉장히 싫어하고, 또 숙취도 어마어마한지라 테킬라는커녕 테킬라 베이스의 칵테일도 기피하는 사람이었다.  

 다만 뒤이어 시음한 아녜호(Añejo) 등급의 떼낄라는 1년 이상의 숙성을 거쳐, 송진과 같은 황금빛을 띤다. 부드럽고 진득한 꿀 향이 혀를 사르륵 감싸며 스무스하게 넘어가, 테킬라 기피자를 자처하던 나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었다. 마치 에어링이 완벽하게 된 위스키에 농익은 금빛 과일을 눌러 짠 듯한 향미랄까.

 일반 호세 쿠엘보뿐만 아니라, 다섯 가지 이상의 떼낄라 베이스 칵테일을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두 시간 동안 본인의 간 해독 기능을 시험할 수 있는 기회. 처음 칵테일을 맛보면 다소 맹맹한 느낌이 드는데, 시음하고 남은 테킬라 블랑코를 슬쩍 털어 넣으면 황금비율이 되는 마법. 이 역시 호세쿠엘보의 빅픽쳐였던 걸까...

 출발 후 한 시간 가량은 할리스코 지방의 아름다운 들판이 펼쳐지고, 테킬라 마을에 가까워질수록 술의 원료인 용설란 밭이 차창을 가득 메운다. 눈과 입이 행복한 두 시간이 2분처럼 지나 열차에서 내리면  """드디어""" 진정한 테킬라 투어가 시작된다.





 다음 편에서는 술이 흐르는 마을, Tequila 여행기를 적어 보겠다. 하루 종일 혈중알콜농도를 유지하는 투어 후기도 기대하기를!




미식 여행 크리에이터 @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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