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께레따로 와이너리 탐방
오늘은 글을 시작하기 전, 질문을 하나 던지려고 한다. '멕시코'하면 떠오르는 술은 무엇인가? 많은 분들이 떼낄라와 코로나 맥주를 대표적인 멕시코의 술로 꼽을 것이다.
그런데 멕시코는 세계 22위 규모의 포도 생산국이며, 이름난 와이너리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의외의 사실. 16세기 스페인 정복자들이 멕시코에 정착하며, 중북부 지방을 중심으로 포도 재배 및 와인 생산을 시작했다고 한다.
멕시코산 와인의 90%는 바하 캘리포니아(Baja California)에서 생산된다. 하지만 필자는 바하 캘리포니아가 아닌, 멕시코 중부 도시 께레따로(Querétaro)를 추천하고 싶다. 께레따로는 멕시코시티에서 3시간가량 거리의 내륙 도시로, 다수의 한국 기업 생산법인이 진출해 있다. 더불어, 스페인 내륙과 유사한 고온건조한 기후 덕분에 유명한 와이너리들이 여럿 자리 잡아 멕시코 내 주요 와인 생산지로 격상한 곳이기도 하다.
께레따로 내 두 개의 와이너리에 방문해 보았다. 프레익세넷 멕시코(Freixenet Mexico)와 데 코테(De Cote) 와이너리의 매력과 멕시코 와인을 즐기는 방법을 소개하겠다.
1. 프레익세넷 멕시코(Freixenet Mexico)
Freixenet은 스페인에 뿌리를 둔 브랜드로, 1979년 멕시코에 진출해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멕시코 내에서 가장 많은 양의 스파클링 와인(vino espumoso)을 생산해 내기로 유명하며, 당도가 낮은 브뤼 와인(Brut)을 메인 상품으로 밀고 있다.
Freixenet 와이너리는 총 네 가지의 투어를 운영 중이다. 나는 와인 3종을 기본으로 시음하고 와인 저장 시설을 둘러볼 수 있는 'Cata de Vinos'투어를 선택했다. 1인 투어 금액이 420페소(약 21달러)이니, 스페인 등 유럽 국가 와이너리에 비해 비용이 놀라우리만큼 착하다.
프레익세넷 투어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쉽게 예약이 가능하고, 께레따로 시내에서 우버 또는 버스를 이용해 방문할 수 있다.
와인 저장고는 마치 미궁 또는 방공호를 연상시키는 지하에 숨겨져 있었다. 지하 25m에 흙벽돌로 저장고를 지어, 햇빛이 강한 멕시코 중부에서도 별도의 냉방 없이 안정적인 품질의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시설 투어 시에도 전문 소믈리에가 가이드를 진행해 와인 관련 질의응답이 매끄럽게 이어졌다는 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시설을 구경하고 나면, 나뿐만 아니라 모든 투어 참여자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와인 시음 시간이 찾아온다. 레드, 화이트, 스파클링 와인이 한 잔씩 제공되며 각 와인에 페어링할 다섯 종류의 타파스가 세팅된다.
맛과 향이 비교적 가벼운 와인부터 순서대로 시음이 진행되는데, 한 모금씩 맛본 후 가이드가 투어 참여자들에게 '어떤 맛이 연상되느냐'라는 질문을 하고 차례로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다. 청포도, 산딸기, 시트러스 등 과일부터 여름, 유리, 바람 등 추상적인 표현들까지 등장할 줄이야!
상당히 저렴한 금액에 운영됨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퀄리티의 타파스까지 제공한다는 점이 Freixenet 와이너리 투어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제철 식재료로 만든 신선한 핑거푸드를 맛보고 각 와인과 잘 어울리는 식재료를 알기 쉽게 설명해 주니, 잘 기억해 둔다면 가정에서도 어렵지 않게 와인 페어링을 할 수 있을 듯하다.
투어는 끝났지만 왠지 이대로 와이너리를 떠나기 아쉬웠다. 밖으로 나와 보니, 와이너리를 시골 산장 느낌으로 꾸며 안뜰을 식사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투어 예약자가 아니더라도 동네 노천 바에 들르듯 누구나 이 공간에 방문해 와인과 안주를 즐길 수 있을 듯하다.
어쩐지 타파스로는 배가 차지 않아, 새로운 술을 맛볼 겸 노천 식당을 이용해 보았다.
당도가 낮은 로제 스파클링 와인과 해물이 가득한 빠에야를 주문해, 선선한 그늘에서 즐기고 있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 스페인과 멕시코 전통 음식, 간단한 치즈류와 디저트 등 가지각색의 지역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으니 가족 단위로 방문해 푸드트럭을 이용하듯 여러 가지 먹거리를 주문해도 좋을 듯하다.
2. 데 코테(De Cote)
데 코테 와이너리는 프레익세넷에 비해 브랜드 파워가 크지는 않으나, 아름다운 포도밭과 훌륭한 식당으로 유명세를 탄 곳이다. 광활한 포도밭 바로 맞은편에 노천 식당과 산책로를 마련해, 이곳에서 결혼식과 피로연이 열리기도 한다.
데 코테 와이너리는 투어가 아닌 점심식사를 위해 방문했다, 시설의 규모가 상당하고 경관이 아름다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투어 역시 이용해보고 싶어졌다.
식당의 분위기가 상당히 괜찮다. 우드 톤으로 고풍스럽게 꾸며진 식당 내부 자리도 탐났지만, 날씨가 다소 덥더라도 포도밭을 바라보며 식사하고 싶어 테라스 자리를 선택했다.
데 코테 레스토랑에서는 총 세 가지의 와인을 맛보았다. 먼저 무더운 날씨에 어울리는 샴페인을 한 병 주문했고,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을 한 잔씩 추가했다.
여자 두 명이 점심부터 와인을 신나게 마셨는데도, 그늘에서 시원한 바람을 쐬며 식사를 하니 취기가 심히 오르지 않고 오히려 속이 편안하더라.
다소 이른 시간 방문했던지라, 멕시코 전통 음식 및 스테이크류는 주문이 불가능하여 비교적 간단하게 즐기기 좋은 수제버거를 골랐다. 중남미식 햄버거는 질 좋은 고기를 미디엄 정도로 익혀 풍미를 살리고 진한 소스를 곁들이는 경우가 많은데, De Cote에서는 와규와 볶은 버섯을 사용해 담백하고도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햄버거와 스파클링 와인을 페어링한 적은 처음이었는데, 여름 날씨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여러분도 꼭 시도해 보길!
한국에서는 멕시코 와인이 잘 알려지지도 않거니와, 구하기도 힘든 듯하다. 고백하자면, 나 역시 멕시코에 오기 전까지는 멕시코산 와인을 한 번도 맛본 적이 없었다. 아르헨티나와 칠레 와인에 비해 중후한 매력은 덜하지만, 멕시코 와인은 대체로 산뜻하고 부드러워 누구나 부담 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께레따로의 와이너리들은 가격 부담이 적고 분위기가 캐주얼해, 멕시코시티 근교 여행지를 고민하는 20대 친구들에게 한 번 들러 보기를 추천하곤 했다. 와인을 사랑하는 이라면, 멕시코 여행 시 께레따로 와이너리를 꼭 기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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