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쓰네. 요 몇 달은 글 작업을 하느라 개인적인 글은 하나도 집중하지 못했거든. 공모전을 통해 소설가로 등단을 하려고 하는데 참 쉬운 길은 아닌 것 같아. 매번 느끼지만 창작을 하는 사람들은 참 대단해. 무형의 것을 쌓아 올리고 이 정도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세상에게 거부당할 때의 그 참담함이란. 애써 외면하며 '다음엔 더 잘 되겠지'라고 하기엔 젊음을 많이 낭비했나 봐.
계영 씨. 참 나는 말이야. 이럴 때는 그대를 한 번씩 탓 하기도 해.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이 가난에 대한 억울함과 내 편하나 없이 세상의 눈치 밥을 허겁지겁 먹어가며 버텨가던 그 시절 말이야. 어쩔 수 없는 걸 알면서도 왜 내 곁에 있어주지 못했냐는 알량한 소리를 마음속으로 내뱉고는 말아버려. 이것 또한 어쩔 수 없음에 또 체념하고 살아가겠지만.
우리는 짧은 삶 속에 그 진한 인연을 다 풀어내지도 못하고 왜 그렇게 빨리 헤어지게 되었을까? 계영 씨가 참 많이 고생한 것 때문에? 왜 그렇게 세상은, 인연은 모질게 우리를 내치고 그대로 버려두었을까? 단 한 번의 희망이나 행복도 없이 말이야. 당신의 얼굴에서 난 언제나 근심을 먼저 보았어. 미소는 그대의 특기니까, 그 어여쁜 미소에 남아나지 않을 사람이 없을 정도니. 하지만 그 미소 뒤엔 언제나 근심이 먹구름처럼 꽉 막혀서 끼어 있었지. 나 때문이었을까?
왜, 예전에는 고속버스 승무원이 있었다며? 그리고 그 승무원은 비행기 승무원처럼 되기도 어려웠다는데, 계영 씨는 당당히 강남 고속버스 승무원이 되었다며? 큰 이모에게 들은 적이 있어. 회사 이름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80년도 그 당시 충북 제천에서 서울로 올라와 방배동에서 승무원 생활을 했다고. 참 멋있었어. 내가 아는 계영 씨는 언제나 촌스럽고 약해 보이는 존재였는데. 당신도 꿈이 있었고, 아주 멋진 날을 상상하며 젊음을 불태웠다니 말이야.
뜨겁던 계절. 한 순간의 실수로 맺어진 인연이 당신을 그리도 힘들게 궁지로 몰아넣었을지도 모르겠어. 그리고 그 중심엔 내가 있었지. 나를 잉태한 당신은 이도 저도 하지 못하는 신세가 됐어. 그렇게 가난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그 숱한 모욕과 질서 없는 삶을 견뎌내며 나의 방패가 되었잖아.
왜 그랬어?
왜.
참. 도대체 어디서부터 탓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참 가엾잖아 우리. 방 한 칸. 화장실과 붙어 있던, 나무떼기로 겨우 만들어 놓은 간이집에서도 생활했었고, 참 추웠지? 또, 서울로 올라와서 반지하 방에서 시작을 할 때도 기억난다. 나이가 든 지금은 다시 살아보라고 하면 좀 힘들 것 같아. 나는 사실 학창 시절에 반지하 집이 너무나도 부끄러웠어. 당신이 무지 애를 쓴 덕에 좋은 학교를 다니긴 했지만. 그 학교의 친구들 집은 으리으리한 아파트. 또는 개인 주택에서 살던 친구들이 있었지. 물론 나와 같은 처지의 친구들도 있었을 거야. 세상은 불공평하니까. 그럼에도 당신이 나의 머리에 무스를 발라주며 깔끔하게 옷을 입힌 덕분에 그렇게 안 보였다고 하더라. 훗날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알게 된 내용이야. 당신은 언제나 나의 등대이자 방파제였네.
아무튼. 계영 씨. 이렇게 또 탓을 하다 보니, 보고 싶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후회하는 게 뭔 줄 알아? 바로 당신에게 사랑한다고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다는 거야. 내가 자각한 상태로 계영 씨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를 못한 것. 정말 후회가 돼. 근데 이제 와서 뭘 어쩌겠어. 다음 누군가에게는 꼭 후회하지 않게 말하는 수밖에. 오늘도 이렇다 할 이야기 없이 상념에 잠기며 그대와의 추억을 되네이네? 아쉽고, 또 그립다.
아. 맞아. 나 당신이 준 재능 덕분일 테지만, 장편 소설 1편과 단편 3편, 그리고 중편 1편을 완성했어. 열심히 공모전에 넣고 있긴 한데, 정말 쉽지 않더라. 자책의 연속이라서 아마도 그 탓에 계영 씨에게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걸지도 모르겠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빠른 시일 내에 당신이 준 재능으로 무언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면 좋겠다. 현재는 비로소, 숨 쉬다 완결 후 오르다로 민태의 장편을 써 내려가고 있고 50대 만수 아저씨의 생에를 되돌아보며 함께 달리고 삶의 의미를 깨닫는 단편을 하나 쓰고 있어. 매일이 창작의 고통이라 힘들지만, 그 캐릭터가 살아 숨 쉬며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자니 안쓰럽기도 하고 잘 되었으면 좋겠고 그래.
이런 게 바로 계영 씨의 맘이었을까?
쓰다 보니 말이 길었네. 어쨌든 계영 씨. 나 요새 좀 어려워. 글 쓴다고 다 접어두고 마지막으로 원하는 거 해보고 싶어서, 직진하는 중이라서 여러모로 어렵고 힘들어. 그러니까 좀 가끔은 나타나주라. 드라마나 사람들 이야기 들어보면 뭐 한 번은 나온다는데 아직도 내가 그리 걱정되우? 참나. 나 힘드니까 좀 도와줘요. 엄마. 언제나 존경하고 사랑하는 계영 씨.
당신에게 보내는 이 글은 계속되어서 언젠가 실물로 만나게 될 수 있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