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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기차

에필로그

by 노유현

아침 햇살이 창문을 때리고 굴절되며 지수의 눈에 닿는다. 바닷길을 따라 넓게 펼쳐있는 해안도로. 약간 늦은 듯 허둥대며 서두르는 지수. 잔뜩 설렜는지 혼자서 단숨에 들이켠 듯 널브러져 있는 맥주 세 캔. 빠르게 움직이자, 숙취가 목을 타고 올라온다. 지수는 서둘러 샤워를 마치고 양치를 두 번이나 반복했다. 손바닥에 입김을 불어 확인하고는 옷을 걸쳐 입고 숙소를 나섰다. 차가운 바람이 볼을 스치며 벌겋게 달아오른다. 눈앞에 혜리가 있다. 그리고 수줍게 인사를 한다.


“혜…. 혜리야 안녕?”


부르는 것만으로도 떨리는 그 이름. 보고 싶었다. 그 어떤 것보다 더. 혜리도 방금 나왔는지 설렘 가득한 웃음을 지으며 인사한다. “오빠, 밤새 보고 싶었어.” 여전히 예쁜 미소다. 하얀 치아가 드러나는 행복한 웃음. 이 사람이었다. 지금껏 원했던 그 사람. 마음 한편에, 그 방에 고스란히 남겨놓고 왔던 그 사람. 혜리의 목소리는 지수의 귓속을 타고 흐르며 그의 감각을 자극한다. 눈물이 난다. 그리웠던 눈물이 난다. 그러다 갑자기 폭소하는 혜리. 지수는 너무 무겁게 분위기를 잡았는지 머쓱해하며 흐르는 눈물을 닦는다. 혜리가 말한다. “이봐, 김지수 씨. 약속 있으면 덜렁이는 거 여전하네? 옷도 거꾸로 입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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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기쁨은 누군가의 눈물 위에 놓일 수 있는 삶 속에서 부디, 건강하고 단단하길 바랍니다. 펴낸 책으로는 [달려라 외톨이] 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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