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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기차

6

by 노유현

여느 때와 같이 잠에서 깨고 하품하며 기지개를 켠다. 어느새 촉촉해지는 눈가. 휴대전화를 보니 혜리에게 문자가 와 있다. 꿈에서 깨자, 문자를 볼 용기가 더욱 사라졌다. 지수는 휴대전화 화면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뜨거운 물을 맞으며 평소 즐겨 부르던 발라드를 한 곡 뽑으며 유명한 대사를 외친다. “미칠 듯 사랑했던 기억이 추억들이 너를 찾고 있지만”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 그 순간, 누군가 화장실 문이 부서질 듯 쳐댄다. “쾅쾅” 그리고 다급하게 이야기한다.


“오빠…. 큰일 났어. 빨리 나와봐!”


지현이다.

거품 가득한 몸을 물로 대충 훔치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는다. 그러면서 문을 열고 지현을 약간 짜증 섞인 표정으로 쳐다보며 이야기한다. “왜? 무슨 일인데 이렇게 호들갑이야?” 지현은 지수를 보자마자 눈물을 왈칵 쏟아내며 서러움을 토한다. “지수 오빠…. 엄마가…. 엄마가” 불길하게 끊기는 말들. 지수는 당황하며 이야기한다. “엄마가 왜? 뭐야?” 흐느끼는 지현이 더듬거리며 말을 잇는다. “우리 이제 엄마 못 봐. 엄마…. 암 이래. 그것도 4기.” 천둥번개가 온몸에 내려친 듯 짜릿하게 놀란 지수. 뒤이어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하며 비바람이 몰아친다. 쏟아져 내려오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어서 지현이를 잡고 억지로 버텨보다가 그대로 주저앉는다. 그렇게 두 남매는 잊을 수 없는 시간을 맞이했다.



일주일 뒤. 지수가 병원에서 퇴원하는 엄마를 부축하며 택시에 탄다. “엄마. 오늘 그래도 날씨가 참 좋다. 그렇지? 우리 이제 공기 좋은 시골 할머니네 가서 한시름 덜고 따습게 살자.” 며칠 전 엄마를 담당하시는 의사 선생님과 상담했다. 엄마는 살날이 많지 않다고 했고, 그녀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며, 가는 날까지 그저 행복을 만들어 주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을 받았다. 지수와 지현은 아무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모진 시련을 주는 하늘이 참 원망스럽고 미웠지만, 그렇다고 화를 내고 떼를 써도 바뀌는 일은 없다. 아버지를 보내며 깨달은 사실이다. 그래서 엄마만은 행복한 모습으로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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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기쁨은 누군가의 눈물 위에 놓일 수 있는 삶 속에서 부디, 건강하고 단단하길 바랍니다. 펴낸 책으로는 [달려라 외톨이] 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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