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실히 받아온 삶을 내려놔...
순수한 흰빛 피부를 자랑하던 그가 떠났다.
사람들 삶의 찌꺼기를, 말없이,
거의 성실하게 받아오던 그였다.
그는 늘 맑은 물을 옹달샘처럼 가슴에 안고,
다음 사람을 기다렸다.
기다림이란 대개 사랑의 다른 이름이지만,
화장실에서만큼은 업무로 불렸다.
그의 삶은 단순했다.
닫히고, 열리고, 앉혀지고, 잊히고.
그러나 그의 시선은 단순하지 않았다.
그는 “몰래” 보지 않았다.
그저 거기 있었고,
사람의 은밀한 모습들에 자연스레 노출되었을 뿐
고인은 오늘 새벽, 화장실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었다.
용의자는 관음증.
자기만의 특권이라 믿어온 ‘몰래 봄’
업무의 스트레스라고 투덜대는 변기에 격분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족(뚜껑, 물탱크)은 말이 없다.
대신 물만 조용히 찬다.
장례는 고인의 뜻에 따라 간소하게 치러진다.
조문은 1인 30초,
헌화 대신 한 번의 물 내림으로 마음을 전해달라고 한다.
고인은 마지막까지 깨끗했다.
우리가 더러워질수록,
그는 더 하얗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