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자리를 비추다
어제 정오, 마지막 남은 심지마저 검게 태우고 촛불 씨(燭, 촛불)는 별세하셨습니다.
눈물이 많던 전형적인 F형 인생.
생일에선 축하의 눈물,
장례식에선 애도의 눈물,
기억하는 제사에선 추억의 눈물.
감정 가득한 눈물을 온몸으로 쏟아내던 촛불 씨이었습니다.
어둠에 맞서, 대항의 시작을 알리던 자.
처음엔 애도라 불렸고,
나중엔 질문이 되었고,
끝내는 요구가 되었습니다.
흔들리기는 했지만 꺼지지는 않았던 촛불 씨.
인생의 후반에도 지치지 않고
더 낮게, 더 낮게 비춰야 한다며
키를 낮췄습니다.
낮출수록 상대의 존재와 그림자는 커진다는 마음으로,
낮은 자, 슬퍼하는 자, 바람이 있는 자 앞에 서서
같이 기도했습니다.
생전 고인이 남긴 짧은 메모도 확인되었습니다.
“친구 라이터와 성냥에게,
항상 다 타버릴까 주저하고 망설이던 나에게
뜨겁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준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촛불 씨에게 완전연소는 삶의 목표였으며
그러려고 평생 노력했으며 결국 목표에 도달했습니다.
고인은 호상이었습니다.
남의 밤을 밝혀주고,
자기 몸을 남기지 않는 방식으로 목적을 완수했습니다.
고인이 평소 원하는 대로 화장하기로 했으며
유해는 강에 뿌리기로 했습니다.
추모에 동참하고자 하는 분들은
불을 켜지 말고,
평소 켜져 있던 자리의 어둠을
3초만 바라봐 주시길 바랍니다.
그 어둠이 고인이 지나간 자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