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3 불과 재> 판도라 입국 심사

정착에 합격한 제이크 설리, 키리, 스파이더의 공통점

by 잭옵

<아바타 3 불과 재>는

나에게 많은 즐거움을 주었다.

전혀 다른 외계행성의 환상적인 자연환경과

어디서 본 듯 익숙하지만 조금은 색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생명체들

그리고 3시간에 달하는 전동 안마의자 서비스


전체 스토리가 너무 뻔한 거 아니냐는 비판이 많지만

곰곰이 되짚어 떠올려 보면

단순한 이야기 구조는 아닌 것 같다.


나를 무시하며 골려 먹기 좋아하는 존재를 만나 물어봐야겠다.


오늘도 폐관 극장의 문을 연다.


F열 10번 자리를 찾았다.

오늘은 생뚱맞게 3D 안경이 놓여 있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지만 안경을 쓰고 자리에 앉았다.


늘 하던 대로 시작했다.

“컷과 컷 사이를르르르르"

"설명해 주소서어어어어, 노노트의 유령이시여어어~~”

난데 없이 의자가 심하게 떨려 목소리가 흔들렸다.


검은 스크린 뒤에서 유령이 웃으면서 3D로 나타났다.

“오늘은 3D로 나와봤어~

모션의자는 어때? 하하하”


"우하하하하하"

나도 덩달아 같이 웃어주었다.

기분을 최대한 맞춰주자.

오늘 내가 할 일은 단순하다.


그가 중얼거리는 과몰입 노트를


최대한 알아볼 수 있는 인간어로 받아 적는 것.


집중하자.


"유령님, 영화 아바타는 결국 외계행성 정착이야기 아닌가요?"



[퇴근 못한 알바 유령]

“오호 제법 많이 늘었군. 그렇다고 볼 수 있지.”



※ 스포일러 경고: 이 아래부터 영화 <아바타 3 불과 재>의 전개와 결말이 자세히 등장합니다.

[알바 유령의 과몰입 노트에서]

멸망해 가는 지구에서 지구인들이 자원을 노리고

판도라 행성에 왔다고 시작한 영화 아바타.

그렇지만 카메라는 판도라에 하나둘 정착해 가는 인간들을 따라가.

그리고 그중에서도 정착에 성공한 세명의 이야기가 중심에 있지.


첫 번째 성공한 인간은 제이크 설리.

그는 죽어가는 중에 '영혼의 나무'에서

치러진 차헤일루(에이와 접속의식)를 통해

나비족 몸에 완전히 정착할 수 있게 되었어.


그리고 다음은 키리.

그레이스 여박사가 죽기 직전에 제이크 설리가 했던 방법대로

평소 자신과 연결되던 아바타로 이주를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말게 돼.

인간 그레이스 박사의 의식, 몸은 사라지지만,

남아있던 아바타 몸에서 아버지 없이 잉태된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가 바로 키리.

키리는 어찌 보면 인간과 에이와 사이에서 나온 특별한 존재야.

몸은 나비족이니까 어딘가 에이와에 가까운 작은 신 같은 느낌이랄까.


마지막 세 번째는 퀴리치 대령의 아들인 스파이더.

키리의 도움을 받아 차헤일루를 거쳐

처음으로 판도라에서 자기 힘으로 숨을 쉴 수 있게 된 인간이지.


각각 다른 형태로 인간들이 판도라에게 적응하고 정착하는 걸 보여줘.

그렇지만 셋 모두의 공통점은 차헤일루 의식을 통해 에이와와의 연결을 거쳤다는 거지.

에이와는 판도라 행성의 모든 자연, 생명체들과 연결되어 있는 신이며 거대한 네트워크.

에이와와의 연결은 판도라 만물과 관계 맺음을 말하는 거고

판도라 행성 정착에 필요한 건 첨단 장비, 막강한 힘이 아닌

생명에 대한 존중과 연결, 관계라는 거지.


예전 북미의 인디언 사이에는 'All my relations (모두가 나의 친족)'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인간만이 아니라 동물, 식물, 돌, 강, 바람까지

모두 한 친족망 안에 있다는 세계관이야.

이 세계관을 SF적으로 보여주는 게 영화 아바타라고 할 수 있어.


또 이 친족, 관계, 연결은 단순히 혈연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서로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줘.

설사 다른 종인 인간이더라도 판도라의 자연, 생명체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이들을 위해 같이 싸우게 되면 친족으로 인정받게 된다는 거야.


영화 마지막 부분에 스파이더가 에이와에 연결되어

죽은 수많은 나비족 사람들과 교감하는 장면은

이 정착의 방식을 정확하게 시각화한 장면이야.



결론)

영화 〈아바타〉 시리즈는 말한다.

"기존 질서를 존중하면서 공동의 선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친족이며

친족들과 관계 맺어가는 과정이 정착이다."



[퇴근 못한 알바 유령]

“오늘 과몰입은 여기까지. 그러니까 어디 이사 가면 떡부터 돌리는 거 잊지 마라”



검은 스크린 뒤로

유령은 사라졌다.

의자의 진동도 멈추고

나도 안경을 벗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유령과 나는 친족일까? 오늘의 과정은 정착의 일부?'

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여긴 지구지'

이어지는 생각에 피식 웃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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