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위에서만 성립하는 액션의 기술
<시수: 로드 투 리벤지>를 보고
곧장 폐관 극장으로 향했다.
문이 열리자, 먼지가 먼저 들어왔다.
F열 10번 자리를 찾았다.
늘 하던 대로 시작했다.
“컷과 컷 사이를 설명해 주소서. 노트의 유령이시여”
검은 스크린 뒤에서 유령이 나타났다.
오늘 내가 할 일은 단순하다.
그가 중얼거리는 과몰입 노트를
최대한 알아볼 수 있는 인간어로 받아 적는 것.
집중하자.
"유령님,
영화 시수에서 아타미는,
트럭, 기차에서의 액션이 대부분인데요. 왜 그런 거죠?"
“아타미 할아버지가 직진남이라 그래~~”
※ 스포일러 경고: 이 아래부터 영화 <시수: 로드 투 리벤지>의 전개와 결말이 자세히 등장합니다.
시수의 아타미가 벌이는 액션은 하나의 선위에서만 벌어진다.
그 선이 도로가 되었다가 선로로 바뀌지만 종착지는 같아.
때때로 어쩔 수 없이 길에서 잠시 빗겨 나게 되지만
초인적인 힘으로 아타미는 다시 길 위에 서고 묵묵히 나아가지.
뻗은 길 위에서 마주치는 장애물은 우회하지 않아.
그렇다고 장애물을 애써 없애려고도 하지 않지.
이런 그의 특성은 기이한 형태로 나타나기도 해.
그 대표적 예가 아타미가 다시 핀란드로 되돌아가는 장면이야.
어떤 상식 있는 사람이 탱크가 적들의 머리 위로 뛰어 날아갈 거라고 상상하겠어?
또 기차 안에서 잠자는 병사들 옆을 조용히 지나가려고
깨진 병을 맨발로 밟고 찢긴 등으로 구르는 장면은 멍청해 보이기까지 하지.
이렇게까지 충돌을 피하면서도
먼저 위협이 되는 장애물들은 용서 없이 고어적 쾌감으로 환원되버려.
특히 길 앞에 가족을 죽인 상대가 가로막고 있었을 때
영화 밑에 깔린 직진성은 명확히 드러나.
쭉 뻗은 기차 선로 위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정확히 이마에 맞고 죽기 때문이야.
영화는 입체를 평면으로 압축하고
한번 더 눌러 선으로 만들고
그 위에서 액션을 보여줘. 액션은 더 스릴 있고 더 긴장되고 때론 신기하지.
선 위에서의 액션이다 보니 하늘을 나는 전투기도 선을 따라 쫓아오게 돼.
거기에다 평화로운 시골의 배경과 간간이 들리는 새소리는
액션의 강도를 한번 더 부각 시켜.
영화 <시수: 로드 투 리벤지>는 공간을 압축해 동선을 선으로 만들고,
그 선 위에서만 충돌을 발생시킨다.
고요한 풍경과 새소리까지 동원된 대조는 폭력의 체감 강도를 끌어올린다.
형식의 기술이 어떻게 액션의 쾌감을 만드는지 보여준다.
“오늘 과몰입은 여기까지.
그래도 가끔은 후진도 할 줄 알아야지.
삐리리리 삐리리~”
유령은 마치 후진하는 운전자처럼
한 손으로는 운전대를 잡은 척하고
고개를 뒤로 돌리고
검은 스크린 뒤로
천천히 사라졌다.
나는 노트를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