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 타이어 씨(黑, 검은) 별세

분류: 물건, 호상, 자연사

by 잭옵

태국 밀림.

태양도 쪄져 흘러내린 2시 32분.
땀으로 축축한 바나나잎 아래
새까만 검은 표범으로 태어났습니다.


50psi.

야성으로 가득 차 터져버릴 듯한 숨.
발로 눌러도 들어가질 않았습니다.
근육은 하나하나 깊고 선명하게 갈라졌습니다.


네발로 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먹이를 찾아
약육강식의 밀림을
동트기 전부터 밤까지 질주했습니다.

기름 냄새 들러붙은 검은 흙길을


날선 발톱이 땅에 박혔다가 밀어내는 것, 그립감이었습니다.

앞발로 재빠르게 몸을 트는 것, 코너링이었습니다.


고인은 최근들어 근육은 옅어지고

힘이 많이 빠져 버렸습니다.

잘 달린 인생은, 결국 잘 닳은 인생이었습니다.

야성도 닳고

욕심도 닳았습니다.


충분히 달렸습니다.

밀림의 끝에서 ‘깨-닳은’ 표범이 되었습니다.


조문은 받지 않습니다.

추모는 각자. 급정거 한 번만 참아 주십시오.

대신 오늘은 공기압을 확인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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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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