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물건, 자살, 사고사, 타살, 의문사
고인 앞에선 옷가지가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브랜드도, 취향도, 체면도.
다 벗고 올라오라는 말만 남겼습니다.
누구의 자식이며
어디서 공부했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연봉은 얼마고 무슨 직업인지,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은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고인은 오로지
몇 킬로그램의 물,
몇 킬로그램의 단백질,
몇 킬로그램의 지방으로
사람을 읽었습니다.
“인간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고인은 늘 같은 답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몇 근의 고기.
그는 진정한 유물론자였습니다.
체중계 씨가 던져주는 숫자를
사람들은 건강의 기준으로 삼기도 했고
아름다움의 기준으로 삼기도 했습니다.
때론 삶의 무게를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고인의 숫자는
저녁을 반 공기로 바꾸고,
인생을 반성하고,
거울을 미워했습니다.
유족들은 말했습니다.
"고인은 사람을 가볍게 생각한 적이 없다."
고인은 화장실에서 뒤집어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수사당국은 네 가지 가설을 검토 중입니다.
1. 자신의 무게를 알고 싶어 스스로 뒤집혔을 가능성
2. 변기 씨 사망 사건의 용의자 '관음증'의 또 다른 범행일 가능성
3. 친구 변기 씨의 사망 이후 심한 우울증에 빠져 스스로 생을 달리했을 가능성
4. 몸무게를 줄인답시고 고인 위에서 팔짝팔짝 뛴 주인
장례는 화장실에서 간소하게 치러질 예정이며
참석자들은 맨발로 오시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양말 신은 오른발을 고인에게 살며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부디 다음 생에는 무게가 없는 유령들만 모인 곳에서 영원히 0을 꿈꾸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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