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그.py

by 잭옵

페르디낭 드 소쉬르에 따르면 언어공동체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추상적, 사회적 언어체계, 규칙을 랑그라고 했다.

키보드를 치고 있는 나와 컴퓨터와는 프로그래밍언어 python으로 대화할 수 있다.

일단 두 명(컴퓨터는 사람이 아니지만 여기서는 사람으로 가정하고 이야기한다)이 서로 정해진 규칙에 따라 대화하니 python을 랑그라고 할 수 있다.

또 기호는 물리적인 기표(문자, 음성 등등)와 기의(의미)로 이루어진다고 했다.

물론 프로그래밍 언어에 기표도 있고 기의도 있다.


롤랑 바르트는 기호가 작동하는 두 가지 층을 이야기했다.

하나는 1차적인 기호 둘째는 문화적으로 포장된 기호층이다.



나의 글은 컴퓨터가 생각하는 2번째 층을 말고자 한다.

아래는 나와 컴퓨터 간의 문서이다.


이 문서는 사용자가 "나는 너를 사랑한다"라고 입력하면 그 문장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를 잘라내어 메모리에 저장한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단어를 3초간 하나의 문장에 반복해서 덧붙인다. 그다음 '사랑'으로만 길게 만들어진 문장에서 '사랑'만 다시 잘라낸 다음 "나도 당신을 사랑한다"를 사용자에게 출력한다. 만약 사용자가 컴퓨터가 원한 문장이 아닌 다른 문장을 입력하면 컴퓨터는 :) 를 출력한다.


랑그1.png





컴퓨터 입장에서 이 문서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상상해 보자.



1차: python 표준 라이브러리에서 time 모듈을 가져온다

2차: 엄밀한 시간 작업

신화: 형식: 더 많은 시간 기능을 가져옴 → 개념: 시간, 다기능, 시간엄수, 정밀 → 메시지: 시간 안에서의 교류, 시간을 사용자와 공유



1차: 사용자가 입력한 문장에 '사랑'이 있으면 '사랑'을 가져오고 아니면 기본값을 가져온다.

2차: 본질추출

신화: 형식: 키워드 뽑기 → 개념: 경청, 확인, 감정의 토큰화 → 메시지: 사랑의 감정은 경청하며 확인



1차: 3초 동안 '사랑'을 새로운 메모리에 계속 덧붙이기

2차: 사랑을 반복해서 생각하고 증폭

신화: 형식: 반복과 시간 투자 → 개념: 반복, 시간투자, 증폭 → 메시지: 사랑은 시간이 갈수록 생각하면서 증폭된다.




1차: 컴튜터 메모리에 저장된 '사랑사랑사랑...."에서 '사랑' 하나만 추출해서 사용자에게 모니터로 출력

2차: 감정의 일부 출력

신화: 형식: 선택, 절제된 표현 → 개념: 절제, 선택, 표현 → 메시지: 느끼는 감정의 일부만 절제, 선택해서 표현한다.




1차: 사용자로부터 키보드 입력받고 문제가 있으면 종료 메시지 출력

2차: 대화 중에 소통이 불가하면 종료

신화: 형식: 질문, 듣기, 판단종료 → 개념: 듣기, 판단, 상황판단, 오류, 거부 → 메시지: 대화중 더 이상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거부한다.



1차: 목표문장이 아니면 :) 출력 후 다시 입력 대기.

2차: 공손한 표현

신화: 형식: 상냥한 예외 처리 → 개념: 상냥함, 기다림 -> 메시지: 상대에게 원했던 대답을 듣지 못하더라도 친절하게 대한다.




컴퓨터가 생각할 수 있는 2차적 의미는

'상대방에게 질문하고 대답을 경청한다.

상대의 대답을 조심스럽게 하나하나 이해한다.

'사랑' 감정이 나에게 전달되었다면 곰곰이 되새겨보고

나의 '사랑' 감정을 담백하게 전달한다.

상대로부터 기다렸던 대답을 듣지 못하더라도 상냥하게 대한다.'이다.




컴퓨터가 나의 의도를 알아주기를 바라지만

결국 기계에 의미를 가르친 게 아니라, 내 착각을 컴파일했을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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