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자유 Jul 01. 2018

설명할 수 있는 디자인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정확히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라고 생각했던 건 2년 전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왜 되고 싶은지는 잘 몰랐다. 디자이너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등에 대해 생각하기 전에 그냥 저런 멋진 거! 쩌는 거! 대단한 거!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만들 줄은 몰라도, 감탄할 줄은 알았으니까.


내 브런치 글을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나는 '설명'에 강박을 느끼는 사람이다. 책을 읽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설명해야 하고, 영화를 보고 뭘 느꼈는지 설명해야 하며, 강의를 통해서 뭘 배웠는지 설명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나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건, 그러니까, 내가 욕망하는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건 정말이지 나를 불안하게 만들곤 했다. 납득할 만한 이유가 없으면, 계속해서 '정말 맞나?' 의심하는 버릇이 있어서.



설명이 필요 없는 디자인


그래서였을까. 스스로에게 어떤 디자인을 하고 싶은지 자주 물었다. 대답은 자주 바뀌었다. 색감을 잘 쓰는 것, 타이포 그래피를 기깔나게 다루는 것, 도형을 똑똑하게 활용하는 것... 이것저것 찾아다니면서 취향을 찾고자 했지만 글쎄, 성공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모두 다, 어딘가 모르게 겉면만 핥고 있다는 느낌에 공허했다. 저렇게 대답을 했을 때 누군가'그게 왜 좋은데?'한 번 더 물으면, 금세 머릿속이 새하얘질 것 같았다.


최근에는 '설명이 필요 없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한눈에 척 봐도 "와!" 탄성을 자아내는 작업들. 그런 작업들은 설명을 요구받지 않는다.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존재할 가치가 있으니까. 나는 그런, 그냥 봐도 '개쩌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



설명할 수 있는 디자인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설명이 필요 없는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는 설명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도 설명을 요구하지 않는 디자인일지라도, 본인은 자신의 작업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게 예술이 아니라 디자인이라면. 그 설명이 결과물과 찰떡같이 잘 들어맞는 것, 혹은 그 이상의 퍼포먼스를 내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설명이 필요 없는', '개쩌는' 디자인이다.


설명이 필요 없는 디자인들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저런 작업을 할 수 있을까 많이 궁금해했다. 신기하게도 내가 본 개쩌는 디자인들은 모두, 그 뒷단의 설명으로도 나를 납득하게 만들었다. 결국, '설명이 필요 없는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설명할 수 있는 디자인' 정도는 너끈히 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상대방을 설득하기 전에, 자신부터 설득할 수 있어야 하니까.


본 매거진 역시 설명할 수 있는 디자인을 목적으로 만들었다. 디자인에 대한 시시한 생각부터 깊은 고민까지 모두 글로 남겨두려고 한다. 물론 매일 생각하는 건 아니라 일기처럼 자주 남기지도 못하고 내공이 부족해 인사이트 넘치는 내용을 내놓지도 못하겠지만, 그 과정 또한 언젠가 내 작업을 설명하는 한 부분이 될 것이라 믿고! 시시껄렁하고 어디 내놓기도 부끄러운, 얕은 생각들을 남겨보려 한다.


그럼 설명할 수 있는 디자인은 물론, 언젠가는 설명이 필요 없는 디자인까지 하게 되겠지!



끝까지 읽으셨다면 이 글도 읽어보세요...


(매거진 두 번째 글)

https://brunch.co.kr/@thinkaboutlove/189


https://brunch.co.kr/@thinkaboutlove/18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