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순간에 동기가 부여된다고 느끼는가?
그 방식은 하나인가? 여러 가지인가? 그 방식을 유형화하여 설명할 수 있는가?
동기 부여라는 말은 굉장히 흔하게 쓰이지만, 그 방식은 추상적으로 이야기되는 경우가 많다. 동기 부여를 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블러한 것이다. 그동안 동기 부여됐던 상황들을 톺아보며, 나의 동기 부여 패턴을 파악해보았다.
나는 하기 싫은데 해야 할 일이 생기면 그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내게 어떤 실익을 가져다줄지를 생각하는 타입이었다. 즉, 내가 동기 부여를 할 때 쓰는 카드는 '해야 할 일의 중요성'을 상기하는 것이었다. 이 방법은 꽤 유용해서 자주 쓰긴 했지만, 종종 내 역량 밖이어서 사용할 수 없을 때도 있었다.
이를테면 전에 없던 일을 개척하거나, 해본 적 없는 영역의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등 내가 그 결과물에 대해 잘 모를 때, 그 중요성에 대해서도 확신을 갖기 어려워서 동기 부여를 할 수 없었다. 그럴 때는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으로 해결하곤 했는데, 그런 사람이 없거나 조언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일 때는 좌절을 겪어야만 한다.
그럼 쓰던 방법을 쓸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기만을, 그런 요행을 바라기만 해야할까? 당연히 답은 NO다. 심리적 불안을 타개하기 위해서도 여러가지 카드를 구비해두듯(알아차리기, 화내기, 회피하기 등등) 동기 부여의 좌절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여러 장의 카드가 필요하다.
여러 장의 카드를 갖추려면 일단 내가 갖고 있는 카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즉, 개별적인 인사이트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유형화하여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에서 내가 한 말을 하나씩 떼어서 살펴보자.
나는 하기 싫은데 해야 할 일이 생기면 그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내게 어떤 실익을 가져다줄지를 생각하는 타입이었다. 즉, 내가 동기 부여를 할 때 쓰는 카드는 '해야 할 일의 중요성'을 상기하는 것이었다.
하기 싫은데
하기 싫다는 것은 동기가 없음을 뜻한다. 내 상황이 무동기인 상태인지, 조금이라도 동기가 있는 상태인지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상황에 따라 접근법도 달라진다.
중요한지
해야 할 일의 중요성을 상기하는 것은 '확인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자기결정이론에 따르면 동기에는 네 가지 종류가 있다. 그 중 확인된 동기는 긍정적 동기에 해당한다.
실익을 가져다줄지
결과물의 실익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목표가 외재적이라는 뜻이다. 목표(what)와 동기(why)는 구분하여 인지해야 하는 독립적인 개념이다.
두루뭉술하게 하나로 퉁쳐서 생각했던 내 동기 부여 방식은 이렇게 촘촘하게 분석할 수 있다. 이 방법이 안되면 요소를 하나씩 바꿔가면서 시도해볼 수 있고, 어떤 상황에서든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분기마다 혼자서 짧게 여행을 다녀오곤 하는데, 이번에는 동기 부여 워크샵이라는 테마로 담양에 다녀왔다. 이번 워크샵의 목적은 [블룸북: 긍정동기부여] 책을 읽고, 내용을 이해하고, 책에서 주는 과제들을 내게 맞게 취사 선택 및 가공하고, 실제로 내 상황을 넣어서 분석해보자고.
https://ridibooks.com/books/893001406
내용은 총 두 파트로 구성했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흐릿했던 동기부여라는 단어를 명확하고 뾰족하게 정의해줄 개념들을, 두 번째 파트에서는 그 개념들을 기반으로 직접 자신의 동기를 분석해볼 수 있는 액션 아이템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 모든 내용은 [블룸북: 긍정동기부여]를 읽고 내 나름의 해석을 더해 정리했다.
:현재 내 동기의 상태가 어떤지 궁금하다면 다음 내용들을 체크해볼 수 있다.
1. 동기의 정도(동기의 유무)
2. 목표 및 달성해서 이루고 싶은 결과(목표의 종류)
3. 목표를 추구하는 이유(동기의 종류)
4.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동기부여의 방식)
:동기에는 네 가지 종류가 있다. 이 동기들은 내면화가 잘되어있는 순서대로 나열되어있다. 내가 어떤 동기에 잘 자극받는지, 어떤 부여 방식을 자주 사용하는지 생각해보자.
무기력하게 행동만 하는 '무동기'
:동기가 없는 상태.
주변 환경 때문에 행동하게 되는 '외부의 동기'
:외적인 강압이나 필요성 때문에 하는 마음. 재미도 없고 가치 있다고 느끼지도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하는 일.
내 자신 안의 갈등 때문에 하게 되는 '부과된 동기'
:스스로 해야 한다고 자기 질책하며 갖는 마음. 이를테면 일을 계속 미루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커지면 그때서야 일을 하게 되는 것.
자신의 의지로 행동하는 '확인된 동기'
:즐겁게 할 수 있는 활동은 아니라도 그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자발적으로 할 수 있게 되는 마음. '확인된 동기'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를 상기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
활동 자체가 즐거워서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내재적 동기'
:무언가를 경험 그 자체로 하고 싶어하는 마음. 내재적 동기가 있을 때 내가 가진 능력의 한계를 넘어 '몰입'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목표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목표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이고, 동기는 왜 하고 싶은지 임을 구분하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단순히 일을 내재적인가 외재적인가 하는 단어로 규정짓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성과와 기분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내재적 목표
:내적 이유 때문에 행해지는 것. 친밀한 관계 맺기, 사회에 기여하기, 한 인간으로서 성장하고 발전하기 등
외재적 목표
:외적 이유 때문에 행해지는 것. 외모 가꾸기, 지위나 인지도 높이기, 부와 호사 누리기 등
:현재 상황과 목표 사이의 차이를 인지하고, 이 차이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한 행동 계획을 짜는 것을 목표 시스템이라고 한다. 앞에서 목표와 동기를 파악했다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상위 목표와 하위 목표를 설정한다.
목표 시스템이란 미사일의 작동 방식과 비슷한데, 최종 목적지를 찍어두고, 날아가면서 중간중간 잘 가고 있는지 트래킹해보며 작은 목표들을 설정하고 변경해나가는 것이다.
목표를 구성할 때는 실행의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실행 의도란 언제 무엇을 하는지 구체적인 계획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 목표를 세울 때 주의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접근 동기와 회피 동기의 차이다. 접근 동기는 몸 건강 잘 챙기기 처럼 미래의 원하는 결과를 향해 노력하는 것이라면, 회피 동기는 비만 되지 않기 등 원하지 않는 결과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동기는 접근 동기, 회피 동기 두 가지 모두로 표현할 수 있다. (시험 통과하기 VS 낙제하지 않기)
이 개념들을 실제로 적용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
현 상황을 파악하고 원하는 미래 상황과 비교해보기. 두 상황 사이의 차이를 줄이고, 목표에 근접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생각해보기. 작은 목표들을 달성할 때마다 행동을 멈추고 스스로를 칭찬할 기회 갖기.
:목표의 종류와 그것을 달성하는 방식의 종류를 2x2 매트릭스로 구성하여 이해하는 이론이다.
목표의 종류에는 수행, 숙달 두 가지가 있다. 수행 목표란 경쟁 상대를 외부의 다른 인물로 삼는 것, 숙달 목표는 경쟁 상대를 과거의 나로 삼는 것이다. 타인과의 경쟁을 목표로 하는지, 과거에 비해 성장한 나를 목표로 하는지에 따라 목표를 구분할 수 있다.
달성 방식에는 접근, 회피 두 가지가 있다. 쉽게 말하면 접근은 긍정문, 회피는 부정문이다. 접근은 목표를 성공하기 위해 ‘해야 할 것’을 세우고, 회피는 실패하지 않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세운다.
긍정, 부정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뉘앙스부터 전자가 좋은 느낌이지만, 전략적으로 봤을 때 전자가 유리하다. 전자는 어떤 것을 선택해도 성공하지만, 후자는 모든 가능성을 차단해야 실패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행과 숙달은 두 가지를 적절하게 섞어 활용하는 것이 좋으므로, 수행-접근 / 숙달-접근 방식을 고민해보면 좋다.
수행-접근
"나는 경쟁에서 이기려고 노력하고 있어."
수행-회피
"나는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
숙달-접근
"나는 내 기술을 향상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어."
숙달-회피
"나는 지금 기술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
:성공과 실패를 판단할 때 그 이유를 무엇으로 생각하는지에 대한 개념이다. 성공했을 때는 내부로, 실패했을 때는 외부로 돌리는 것이 동기부여에 도움이 된다. 특히 성공했을 때는 칭찬이 동기부여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이때 내부-고정적 요소보다 내부-유동적 요소가 더 큰 효과가 있음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똑똑하다"라고 타고난 것을 칭찬하는 것보다, "열심히 했네"라고 노력과 과정을 칭찬해주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얘기다. 타고난 것은 칭찬 받아도 내가 할 게 없으니까.
내부-고정
:개인의 바뀌지 않는 능력, 성격.
내부-유동
:바뀔 수 있는 개인의 노력, 마음 상태.
외부-고정
:사회적으로 바뀌지 않는 상황과 구조, 환경.
외부-유동
:외부의 운이나 기회, 바뀔 수 있는 상황.
위 개념들을 이해한 후에, 아래 과정을 그대로 따르며 동기를 분석해보자.
0. 현재 고민하고 있는 목표는 무엇인지?
1.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은 마음과, 시간이나 노력 등 다른 자원을 쏟아붓고 싶은 마음은 어느 정도인지?
2. 목표나 원하는 결과는 무엇인지?
3. 목표를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4. 그 목표를 어떻게 달성하려고 하는지?
5. 2를 보고 내가 원하는 목표가 내재적인지 외재적인지, 외재적이라면 내재적인 용어로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해보자.
6. 3을 보고 내 동기가 4가지(내재적/확인된/부과된/외부의) 중에 무엇인지 점검해보자. 뒤에서 두 가지의 부정적 동기라면, 전자로 바꿀 수 없을지 고민해보자.
7. 4를 보고 목표 시스템을 점검해보자. 목표의 종류는(수행/숙달) 무엇인지, 한 쪽으로 치우쳤다면 고르게 분배할 수 없는지 고민해보자. 또한, 달성 방식이(접근/회피) 어떤 것인지 확인해보고 회피라면 접근으로 바꿀 수 없을지 고민해보자.
8. 목표를 실행하고 성공/실패 등의 결과가 나오면, 귀인 이론에 따라 스스로에게 적절한 방법으로 칭찬하고 위로하자.
끝까지 읽었다면 위에서 내가 동기부여 방식을 분석한 내용이 이해될 것이다. 스스로의 동기도 이 과정대로 한 번 분석해보고, 자신이 어디에 강하고 약한지 파악하여 좀 더 효율적으로 동기를 부여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