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췄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버티고 있었다
사업을 정리하면서 ‘잠깐 쉬자’는 마음이 분명히 있었는데, 막상 12월이 시작되자 백업으로 돕고 있던 마케팅 컨설팅 일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조 역할로만 있던 일이 어느 순간 전담이 되었다. 책임이 생겼고, 동시에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다.
‘드디어 나도 조금 더 중요한 일을 맡는구나.’ 설렘과 부담이 동시에 찾아왔다.
도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사업을 해보며 생긴 건, 일단 오면 해보자는 태도였다. 새로운 일을 통해 직업적인 확장도, 새로운 지식도 얻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현실은 배로 힘들었다. 실수는 반복됐고, 비교는 쉽게 멈춰지지 않았다. 이미 오래 이 일을 해온 사람들과 나를 나란히 놓고 계속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개인 시간은 거의 없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세팅하고, 확인하고, 또 수정했다. 멀티가 되지 않으면 버티기 힘든 일들이 이어졌고 집중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이 일을 계속해야 할까.’
한 번의 실수가 여러 번의 실수로 이어졌고 결국 일하다가 눈물이 터져버렸다. 도와주는 손길이 있었지만,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일 때문에 더는 울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울음은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찾아왔다.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만큼 그 일에 모든 신경을 쏟았다. 난생처음, 한 달을 온전히 하나의 일에만 매달려 보냈다.
그 과정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러 일을 동시에 해내는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버티는 걸까.’
프리랜서를 선언한 지 1년 반. 나는 여전히 시간을 잘 쓰지 못한 채 허겁지겁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한 달을 버티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걸 느꼈을 즈음 정신을 차려보니 새해였다.
쉬겠다고 마음먹었던 12월은 결국 쉬지 못한 채 지나갔다. 기회 앞에서 멈추는 법을 아직 잘 몰랐기 때문이다.
달력의 숫자는 바뀌었지만 새해는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하루처럼 흘러갔다. 그러다 조금의 여유가 생기고 나서야 비로소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놓치고 있던 업무도 보였고, 조급함이 사라지자 잠도 깊어졌다.
눈을 감았다 뜨면 아침이 되는 걸 보니 아마 잘 자고 있었던 것 같다. SNS를 보니 브런치 작가가 된 지인들도 보였다.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다른 사람들의 단단한 글을 보며 ‘나는 왜 이렇게 쓰고 있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바빴던 그 한 달 동안 글을 쓸 시간은 분명 있었을 것이다. 다만 그 시간에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있고 싶었을 뿐이다.
잘 쓰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하지만 비교 속에서 일하거나 쓰는 일은 이제 멈추려 한다.
속도가 느릴 뿐,
다른 사람 속도에 맞추다 더 많은 실수를 할 수도 있으니까.
새해 다짐처럼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올해 또 어떤 기회가 나에게 올지 지켜보면서, 오늘 주어진 일을 해내며.
잘 쓰겠다는 마음보다, 다시 쓰고 있다는 사실만 오늘은 남겨두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