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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 Mar 27. 2023

말도 못 하던 사람이 이 자리로 오기까지

제목 그대로다.

말을 확실하게 끝맺음도 잘 못 내던 나는 누군가에게 설득이 되어야만 하는 학원 상담 매니저다.


어렸을 땐 가족들과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때도 몰랐다.

자연스러운 대화가 아닌 말하는 것 자체를 무언가로 이어지기 위한 행동이라는 걸 아는 순간 얼어버렸다.

식은땀은 물론이며 심장 소리가 귀를 자극시키며 왼쪽 가슴이 아프다고 느낄 정도였다.

성인이 되고 혼자 살게 되면서 스스로 누군가의 대화를 통해 일을 이어가고 해결해야 할 일들이 숨 막히게도 찾아왔다.

대학교 생활의 과제나 교수와의 대화, 선배와의 대화, 자취하면서 해결해야 할 전기, 가스 등등…

꼭 전화를 해야 할 일이라면 전화번호를 찾을 때부터 손에 식은땀이 나고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누군가는 물었다.


“볼터치했어?”


그 말과 함께 뜨거운 열기가 온몸을 감싸 안으며 더 붉게 달아올랐다.

그만큼 내성적으로 작은 집중에도 쉽게 부끄러움을 느끼는 성격이었다. (지금도 집중되면 부끄럽다)

나 자신이 답답하다고 느낄 만큼 말을 못 하고 심장이 뛰고 목소리가 떨려 뒤에서 울어버리는 일도 다수 있을 정도니…


쉽게 나아지지 않아 앞으로도 계속 이런 상태면 어쩌냐는 생각이 매 순간 반복적으로 날 숨 막히게 했다.

내성적이고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전화로 해결해야 할 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대본처럼 적어 다니던 사람이 누가 알았을까.


뻔뻔하게 상대방의 물음에도 웃으며 설득하고 조리 있게 말의 끝맺음까지 확실히(?) 말하게 될 줄이야.

시간의 투자와 경험의 차이가 중요하다는 걸 상담하면서 느낄 때가 많다.

어쩔 땐 ‘오늘따라 왜 이렇게 말을 잘하지?’ 나 자신에게 뿌듯함이 느껴질 땐 그 기분은 지칠 때마다 웃게 만든다.


정식으로 말하는 걸 배운 건 아니었다. 이 말은 즉슨, 요즘은 말하는 것도 배움이 필요할 때가 있다는 거다.

아주 작은 시작과 편안함과 평온함을 느낄 때 무서움과 두려움을 내 다리를 덥석 낚아채듯 주춤하게 만든다.


첫 시작은 체계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았지만 업무가 마음에 들었고 관심 있던 학원에 안내데스크 알바로 시작할 때였다.

아무도 출근하지 않는 날, 당황스럽게도 상담 예약을 했다고 오는 사람이 있어 날 당황케 했다.

작은 학원, 토요일 일하는 직원은 나 하나뿐일 만큼 한가한 날이었는데 대표 이사는 다른 일로 정신없어 까먹었던 거다.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급하게 통화를 하며 10분의 짧은 상담 강의를 듣고 난 상담을 하러 투입이 된 거다.

상담을 받으러 온 학생은 이미 15분이나 기다리고 있던 상황이었고 난 a4용지 가득히 엉망으로 된 글씨를 보며 상담을 했다.

어떻게 상담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10분의 짧은 상담이었다.

웃으며 학생과의 상담을 끝내고 멍하니 화장실로 가 땀과 눈물을 닦고 다시 일하러 자리로 돌아왔다.

수고했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그날 이 일을 계속해야 작은 의심이 나를 울렁거리게 붙잡고 흔들었다.


그때가 시작이었다.

어영부영 어쩔 수 없이 했던 그 상담 하나가 날 바뀌게 했다.


대본을 쓰던 내가 심장이 뛰어 말을 더듬던 내가 웃으며 어떤 상담인지를 파악하고 나의 상담으로 등록해 학원 매출에 기여하게 된 거다.


경험은 무시하지 못한다. 경험이 없다면 일단 기회가 오면 해보면 좋지만 그 기회를 하기로 결정하기까지 두려운 사람들도 많을 거다.


난 누군가 좋은 기회를 줘도 받아먹지 못한 기회가 수없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뭘 믿고 나에게 맡겼을까, 뭘 믿고 나에게 그런 기회를 줬을까. 난 뭐가 두려워 그 기회를 받지 못하고 도망치기만 했을까.


후회의 연속이지만 다시 돌아간다면 지금 같은 생각으로 선택하지는 못했을 거다.

지금이기에 이런 기회를 알고 지금이기에 나는 나름 말로 먹고사는 사람이 되어갈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 그 사람의 이미지를 만들어가기도 한다. 절대 해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해낼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면, 그 사람의 이미지조차 긍정적으로 만들어 버린다.

물론 그 환경을 만들어가고 찾아가는 건 스스로의 몫이다. 나에게 주어진 이 상황을 외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또 새로운 자리에 올라갈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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