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세상 속, 다른 마음의 속도
바쁘게만 살았다.
시간이 나면 다시 일했고, 일이 끝나면 또다시 뭘 해야 할지 고민했다.
하루의 끝은 늘 지친 나였고, 그렇게 흘러간 시간들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줬다고 믿었다.
그러다 문득, 모든 게 잠시 멈춘 듯한 날이 찾아왔다.
얼마 전, 몇 달 동안 보지 못했던 지인과 연락을 주고받다 약속을 잡았다. 지쳐 있었는지, 은근히 그 약속이 취소되길 바라는 마음과 오랜만에 만남에 대한 설렘이 묘하게 공존했다.
당일 먼저 연락을 했고, 상대방의 갑작스러운 일로 약속은 취소되었다. 기대가 사라지니 이상하게도 마음이 가벼우면서도 동시에 허전했다.
최근 들어 인간관계에 얽힌 감정이, 일과 개인적인 피로까지 겹치며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걸까?’라는 자책으로 이어졌다.
지친 상태로 하루가 지나고 집에 그대로 있을까 고민했지만, 결국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왔다.
사람들 틈에 섞이다 보면,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해야 할 일도, 연락도, 마감도 없는 날.
그제야 비로소,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주말의 거리엔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이 무심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카페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니 공부하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 그저 기분 전환을 위해 혼자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모르는 이들이지만, 그들을 보며 ‘살아가고, 숨을 쉬고 있구나’ 하는 감정이 밀려왔다.
어떻게든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잠을 줄여가며 자신을 단련시키는 이와 ‘중간만 가자’는 마음으로 하루를 무던히 흘려보내는 이가 동시에 떠올랐다.
나는 안다.
힘들어도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틈나는 대로 자신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또 안다. ‘이 정도면 됐지’ 하며 생각과 감정을 벽처럼 막고 살아가는 사람.
강의를 하다 보면 그 대비는 더 선명해진다. 당연히 받아들이는 속도도, 태도도 다르다. 그 다양한 얼굴들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조금 더 묻고, 조금 더 기다려주는 것이다.
잠시 여유가 생기자 복잡했던 생각들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그 여유는 오히려 내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을 다시 세울 수 있게 해줬다.
사람들은 말한다. 기대하지 말라고.
나는 그 말을 자주 듣는다.
아마 기대가 너무 몸 밖으로 드러나는 사람이었나보다. 나는 작은 틈조차 허용하지 않으려 했다. 그래야만 불필요한 생각이 나를 괴롭히지 않을 거라 믿었으니까.
하지만 반대였다. 작은 틈이 있었기에 잡생각들이 흘러나가고, 그 안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피어났다.
알면서도, 왜 틈 없이 살 땐 그걸 잊고 있었을까.
지금 나는 다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떤 감정을 지키며 가야 할지 스스로에게 배우고 있다.
혼자라는 시간 속에서, 나는 다시 혼자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