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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부 Jul 13. 2020

모두 모두 어떤 일상을 보내고 계신지요?

보이지 않는 일상이 궁금한 요즘입니다.


 저는 오늘 서늘함에 아침잠을 깼어요. 평소 낮이 돼서야 눈을 떴으니 충분히 이른 시간이었죠. 여름 장마의 서늘한 바람이 머리 위로 불며 작고 차가운 물방울이 눈가로 떨어졌죠. 밤새 이불을 둘둘 감싸고 바닥의 차디 차진 대자리의 감촉을 피하려 애썼더라고요. 그런데도 오전 10시 30분에서야 처음 눈이 떠진 것은 눅진하고 가볍게 짓누르는 공기 덕분이겠죠. 덕분에 잠들기 전까지 저를 괴롭혔던 두통이 사라진 것을 느꼈어요. 몸은 늘어지는데 머리는 가볍달까요? 뚜렷한 이유 없는 싱숭생숭함이 머리를 아프게 했거든요. 뚜렷한 계획도 미래도 그려지지 않는 것이 계속 머릿속을 어지럽히니, 생각을 그만두라는 말을 통증으로 건네는 것 같아 묘하게 마음이 편해지기도 했어요. 이상한걸 저도 알지만요.

 눅눅한 공기에 더 눅눅함을 더하기 싫어 묘하게 씻기 귀찮았지만 어제 감지 않은 머리에 미룰 수 없었어요. 언제나와 같이 막상 씻으면 몸에 붙어있는 밤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아 기분이 한결 좋아져요. 알면서도 씻은 후의 과정이 귀찮아 미적거리게 되지만요. 저는 보숭보숭한 털을 매우 싫어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제모를 합니다. 남의 몸에 있는 털도 안 좋아해서 저도 모르게 눈길을 줄 때가 간혹 있어요. 아, 물론 머릿 털은 괜찮습니다. 물론 제모는 귀찮은 일 입니다만, 매끈해진 다리에 알로에 젤을 발라줄 때만큼은 좋아해요. 꼬릿함이 느껴질 정도로 날 것의 풀 짓이긴 냄새마저 깔끔함을 느끼게 해 주거든요.

 이틀 전 남겼던 밥에 짭짤한 김치와 또 짭조름한 스팸을 넣어 볶아, 전신에 나트륨을 흘러 보내어 힘을 내도록 했어요. 항상 빼놓지 않는 식후 티타임에 오늘만큼은 따뜻한 것을 마시리라 결심하고 차와 커피 중 고민했습니다. 더욱더 포근함을 놓치지 않기 위해 코코넛의 달달함이 느껴지는 커피를 마셨어요. 그런데도 감질나서 바로 카카오 가향 홍차를 끓였죠. 결국 커피와 홍차 둘을 모두 마셨네요. 오늘 밤잠은 괜찮은 걸까요?

 하루 계획은 물론 칠월 셋째 주를 가늠해야 하는 월요일이에요. 몸이 계속 무거웠고 아픈 곳도 많아 병원도 다녀오느라 실제 반, 타협 반의 불가항력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지난 일주일을 보냈어요. 그래서 더더욱 이번 일주일을 다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오늘의 글부터 쓰고 있습니다.

 문득 생각이 나 현관문을 열어보니 역시나, 주말 간 미뤄졌던 택배가 와있었어요. 저는 저번 주에 갑자기 불타오른 소비욕에 인센스를 네 가지나 사버렸거든요. 대학생 시절 동아리방에서 인센스를 피워두고 영업하는 친구를 매캐하다며 구박했었는데 말이에요. 때마침 눅눅할 예정이었고, 그 매캐한 연기가 모기를 내쫓아줄 것만 같았고, 인센스 홀더는 인테리어 효과까지 있으니! 바로 결제해버렸습니다. 역시나 인센스의 정체는 살짝 향기로움이 가미된 ‘제사 향’이었지만 예쁩니다. 기대했던 분위기를 즐기기엔 눈이 매웠지만 꾸역꾸역 태웠고요. 좀 아둔한 짓을 한 것 같긴 한데 뭐, 어쩌겠습니까. 제 고집은 저도 못 이기는 것을.

 몇 달간 집에 박혀있다 보니 티가 나지 않는 소비를 많이 합니다. 분명 돈은 많이 쓰는데, 남들에겐 보이지 않는 것들이랄까요? 갖가지 요리 재료들, 방 안의 분위기를 잡는 향 같은 것들이요. 하다못해 통증을 호소하는 몸을 다스리기 위해 황토 찜질팩도 샀네요. 먼지가 소복이 쌓이고 있던 블루투스 스피커도 다시금 asmr을 틀어놓기 위해 재개하였고, 탈칵탈칵 타자기 소리를 연상시키는 키보드도 꺼냈더니 분위기만큼은 파리의 작업실입니다. 목재 책상도 사고 싶지만 돈의 액수가 소비욕을 이기네요.

 이제 미루던 독서와 그림과 글을 위한 계획을 세워야겠어요. 모두 모두의 보이지 않는 일상이 궁금한 요즘입니다. 너무 무겁지 않은 하루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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