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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부 Aug 06. 2020

괜한 두려움의 두근거림은 폭우 때문  

모두들 안녕하길

항상 이맘때면 그랬습니다. 벌써 이번 해가 거즘 지났구나.
분명, 여름의 나는 무언갈 해냈을 줄 알았는데. 아니, 달라져 있었으면 했는데. 다름없어 보이는 모습에 발전이 없다 우울해야 할지, 여전하다 다행스러워해야 할지. 이번 해 반이 넘는 시간을 방에서 보낸 것에 괜스레 무효라고 외치고도 싶고.

 따가운 햇볕이 마음에 뜨거운 화를 끓어오르게 만들기도 했죠. 시원한 파도 소리를 듣고 싶으면서도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의 드넓음이 기껏 잠재워둔 마음을 울렁이게 만들까 두렵기도 했어요. 아, 유난히 긴 이번 장마는 천둥번개까지 몰고 와 괜한 두려움이 그들 탓인 냥 이불속에 숨어있을 수 있었습니다.

 둔해진 몸뚱이에 위기감이 들던 차에 반짝 해가 나서 산책을 나갔어요. 저희 집 근처엔 상시 열려있는 한옥 마을이 있는데 산책하기 제격입니다. 완만한 땅에 나무와 기와로 지어진 한옥들이 오밀조밀 모여있고, 멋스러운 소나무 위엔 ‘눕기 제격이구나’ 하는 표정의 단골 고양이씨가 있어요. 잉어들이 유유히 헤엄치는 연못까지 있죠. 그곳의 돌덩이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며 멍 때리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돌이 머금고 있던 여름 햇볕의 열기로 따끈따끈 해지는 엉덩이. 순식간에 말라가는 바닥에서 서둘러 집을 찾아가는 듯한 한 마리의 개미 씨. 살짝 축축할 것 같지만 아랑곳 않고 뜨뜻미지근한 돌덩이에 나란히 누워있는 노부부. 눈이 부시게 새파란 하늘 조각과 머물러 있는 먹구름이 공존하는 하늘의 웅장함. 왜 고대 사람들이 하늘신을 떠받들었는지 알 것만 같은 깊이감. 인공적인 자연이 담겨 있는 한옥 정원에 깊이 모를 하늘 아래 있으니, 마치 도미토리움 안에 있는 것만 같기도 합니다. 그 폭우 속에서 어떻게 숨어 있다 나왔는지 팔팔하게 날아다니는 풀벌레들과 까치들이 새삼 신기할 따름. 다들 집이 좋다고들 하지만 반짝 해가 날 때 ‘이때다!’ 하고 나와서 부지런히 산책하는 것을 보면 개미들과 다름없는 것 같네요. 이 순간에도 놓을 수 없는 핸드폰이 덩달아 뜨끈해지는 것이 지금 날씨와도 닮았습니다.

 다만 오늘따라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 고양이 가족이 걱정되네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사히 비를 피하고 햇볕에 보송히 털을 말리고 있기를. 동물도, 사람도, 식물도, 모두들 안녕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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