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억 광년 거리에서 온 빛

011. 크리에이티브, 멀수록 빛나는-

by MANGWON

**"전체 연재 목차 순서에 따라 읽으시면 좋습니다"**



011. 크리에이티브, 멀수록 빛나는-


2022년 3월의 마지막날, 신문에 실린

작은 과학 기사 하나가 눈에 뜨였습니다.

2021년 12월 발사된 제임스웹 망원경에 의해

퇴역을 앞둔 허블 우주망원경이 지구로부터

무려 129억 광년 거리의 별을 발견했다는 기사입니다.

과학자들은 이 별의 이름을 ‘아침 별’을 뜻하는

‘에어렌델(Earendel)’이라고 명명했다고 합니다.


‘돈 100억 원’은 강남의 비싼 아파트 사진 한장으로

(이해되지는 않지만) 그 실체가 가늠될 수 있을 법하지만

129억년은 도.저.히 가늠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빛의 속도로 날아가야 한다니 더욱 그렇습니다.



이렇게 가늠조차 어려울 만큼 먼 곳에서

129억 년 전에 출발한 빛이

깜깜하고 막막한 우주를 가로질러

오늘 우리에게 닿았다는 스토리에는

분명하게 가슴을 울리는 감동이 있습니다.

마치 그 별빛이 내 가슴 한 켠에 도달한 것처럼-

그런데, 이는 우주를 가로질러 도착한

별빛만이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일 듯합니다.

오랜 만에 또 아주 먼 곳에서 찾아와 준

친구에게 우린 모두 더 큰 반가움을 느끼니까요.


앞에서 초치기 처방으로 이야기했던 ‘갖다 붙이기’에 더해서

크리에이티브力을 조금 더 높이는 팁을 말씀드리면

갖다 붙이는 두 대상이나 소재의 거리가

멀면 멀수록 더 크리에이티브하다는 것입니다.

‘짜장면’과 ‘단무지’처럼 이미 또 누구라도

거의 반사적으로 하나가 하나를 연상시키는 대상을

갖다 붙여서는 전혀 크리에이티브할 수가 없습니다.

그 두 대상의 사이와 관계가 멀어야 합니다. 아니

저 별빛처럼 멀면 멀수록 더 반갑고 희소한

아이디어가 될 가능성이 있으니 가능한 한

멀고 깊고 높은 곳에서 보고 생각하고 찾아야 합니다.



2023년: 약 405잔

2025년(전망/추정): 약 416잔-

대한민국의 성인은 하루에 최소 1.1잔을 마시는데

이는 세계 평균 소비량(약 150~152잔)의 약 2.7배입니다.

그리고, 커피전문점이 10만개를 넘어선 곳 – 바로 한국입니다.

이 통계가 이야기해 주는 것처럼

커피가 우리의 일상에 넓고 깊게 스며들어

머지않아 우리의 몸속엔 커피가 흐른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또 앞으로도

‘커피 = 아침을 깨우는 한잔’은 부정되지 않을 듯 보입니다.

즉, ‘아침’과 ‘커피’는 ‘짜장면’과 ‘단무지’만큼 딱 붙어있습니다.

크리에이티브할 틈이, 거리가 없어 보입니다.


캄차카의 젊은이가

기린 꿈을 꾸고 있을 때

멕시코의 아가씨는

아침 안갯속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뉴욕의 소녀가

미소 지으며 잠을 뒤척일 때

로마의 소년은

기둥 장식을 물들이는 아침 햇살에 윙크한다


이 지구에서는

언제나 어딘가에서 아침이 시작되고 있다


우리들은 아침을 릴레이 하는 것이다

경도에서 경도로

그렇게 서로 교대로 지구를 지키는 것이다


잠들기 전에 잠깐 귀를 기울여 보면

어딘가 먼 곳에서 잠을 깨우는 시계가 울리고 있다


그것은 당신이 보낸 아침을

누군가가 확실히 받았다는 증거이다


좋은 아침입니다.

네스카페


카피는 마지막 두줄뿐입니다.

그 앞의 내용은 모두 일본의 국민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 ‘아침의 릴레이’입니다.

딱 붙어있(는 것처럼 보였)던 ‘아침’과 ‘커피’가

지구의 둘레 절반 혹은 지름 거리만큼 멀어졌습니다.

엄밀하게는 그만큼 ‘아침’의 스케일이 커진 것입니다.

그만큼 크리에이티브의 스케일이 커진 것입니다.


앞서 129억 광년 떨어진 별의 이야기를

이렇게 조금 바꿔 보면 어떨까요?

129억 년 전 에어렌델의 한 야구장에서

타자가 배트를 휘둘러 쳐낸 야구공이

오늘 지구에 서 있는 외야수의 글러브에 잡혔다고-



이러면 야구공을 던졌을 투수의 온기부터

긴 시간과 거리를 날아오는 동안

야구공이 겪은 사연들이 더 많아지고 그래서 더 궁금해지지 않을까요?

그러고 보니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다니카와 슌타로 시인의

시집 제목이 [20억 광년의 고독]입니다.


천체물리학자들이 우주망원경을 통해

129억 광년 떨어진 별과 만나는 것보다는

확률적으로 우리가 더 쉽겠다는 위안으로

오늘도 조금 더 좋은 아이디어를

함께 또 각자 찾아보자고 말씀드립니다.




* 아이디어의 뒷골목은 매주 화/목에 업로드됩니다.

* 이번 11화부터 [PART 2] 업로드가 시작됩니다.


PART 2. 석 달 후를 위하여: 크리에이티브의 문법 (아이디어의 작동원리 이해)

Chapter 4. 거리와 스케일

011. 크리에이티브, 멀수록 빛나는 : 아이디어의 규모와 스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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