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3월 1일이다. 2022년도의 3월은 나름 즐거운 날이다. 왜냐하면 빨간 날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삼일절이라서 즐거운 공휴일이기도 하지만 일주일을 계속 일하지 않고 중간에 하루를 쉴 수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모든 이들에게도 오늘은 만세를 부르는 날일 것이다. 또한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뽑는 그날은 다음 주 수요일에 있다. 다음 주에도 나는 왠지 만세를 부를 것만 같다.
이렇게 꽃피는 춘삼월에는 2번이나 빨간 날이 있으니 3월이 빠르게 갈 것만 같다. 3월이 되면 매년 봄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오늘은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지는 어언 5년이 넘었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얘기하면 대단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사실 5년 중에 2~3년 정도는 거의 글을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글을 쓰고 싶어서 쓴다. 정말로 글을 열심히 써서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나의 시작은 조금 달랐다.
시작은 지독한 이별에서였다. 가슴이 미어지는 이별을 겪은 후에 도무지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 뭐라도 해야 했다. 그런 나에게 힘이 되었던 것은 글쓰기 었다. 처음에는 그놈에 대한 원망과 미련의 글을 썼다. 어쩌다 브런치를 알게 돼서 작가 승인도 한 번에 되었다.(아마 그때는 브런치가 유명하지 않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글을 쓴 후에는 조회수도 좋았다. 누구나 사랑을 하면 한 번쯤은 그런 이별을 겪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이별에 대한 글을 계속 쓰다 보니 이별의 감정에서도 무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진짜 글이 쓰고 싶어졌다. 그냥 내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다. 내가 마음으로 느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내 가슴에 있는 감정이 컴퓨터 자판을 거쳐 기록되니 너무 촌스러웠다. 내가 원한 것은 이런 글이 아닌데, 표현력이 너무 떨어진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었다. 다른 유명한 작가들을 글 한 구절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눈물이 핑 돌게 만드는데 내가 쓰는 글은 그냥 글이었다. 어떤 감동도 위로도 되지 않았다.
이후에는 글을 쓸 용기가 나질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가 글을 쓰면 당연히 그냥 글일 뿐인 것인데 내 글에 너무 감정이입을 한 것 같다. 글이 글이어서 상처를 받은 후에는, 다른 유명한 작가들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것도 처음에는 질투에서였다. 똑같은 사람인데 어떻게 그런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부러움과 질투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에세이 책들이 다 거기서 거기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일상에 대한 글인데 소위 말해서 누구나 공감하고 쓸 수 있는 글인데 왜 어떤 작가 책은 잘 팔리고, 읽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뭐지?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위로글은 누구나 쓸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교만한 생각도 물론 했다.(욕 하지 마시라. 지금은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써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에세이를 써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별거 아니겠지로 시작했다. 그런데 글을 꾸준히 써오지 않은 나로서는 A4 몇 장을 넘어가는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꾸역꾸역 어떻게든 글자를 늘려서 글을 써보면 문장의 구성이며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 하여간에 중구난방이었다. 그래서 많은 글을 쓰는 것보다는 짧은 글이더라도 공감이 되는 이야기를 써봐야겠다 싶었다. 사실 중간에는 독자수에 연연하면서 라이킷의 숫자를 세고 또한 브런치의 메인이 실리는 상상을 해보곤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브런치는 에세이 같은 글보다는 유명한 사람들의 전문 분야의 에세이를 더 좋아하더라. 마치 잡지의 칼럼 같은 느낌이 돼버린 것 같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나는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그저 떠도는 먼지와 같은 존재이다. 또한 나는 많은 사람이 읽는 글을 억지로 쓸 생각이 없다. 내가 나의 첫 독자이고 내가 공감하는 글을 쓰고 싶기 때문이다. 정보를 얻기도 하고 전문성을 갖는 것도 아주 좋다. 나도 그러한 글을 읽으니깐 말이다. 그래도 내가 첫 독자라면 내가 쓰는 글은 그저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었으면 좋겠다. 마음 한구석이 서서히 뜨뜻해져 오는 그런 글 말이다. 그냥 작가 말고 진짜 작가가 될 날이 언젠가는 오겠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