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5. 여행 출발하며 한번 넘어졌다고 망한 여행일까
입대 후 처음 받게 되는 훈련소에서의 훈련은 군생활 중 어느 시기보다 힘듭니다. 내 몸이 하루에 이렇게 많은 걸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활동량은 많고 난생처음 겪는 고립감에, 모든 것이 낯선 환경에, 아직 훈련일수는 세기도 싫을 정도로 많이 남았습니다. 어찌어찌 오늘도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발은 퉁퉁 붓고 온몸이 땀에 절어있습니다.
그때 천장 스피커에서 후후 소리 후 현시간부 샤워를 실시하라고 합니다. 방금 전까지 군대 역시 답이 없네 어떻네 비관하던 동기가 세면백을 들고 신난 아기 당나귀처럼 웃으며 총총 뛰어갑니다. 훈련 중 본 가장 날렵한 움직임입니다. 잠시 후 샤워를 마치고 온 또 다른 동기는 털 것도 없는 젖은 머리를 털며 흡족한 표정으로 외칩니다. ‘이게 행복이지!’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답니다. 여자친구와 헤어졌다고 죽고 싶다던 녀석입니다. 이게 뭐라고 이리도 행복합니다.
그때 저는 느꼈습니다. 힘든 건 힘든 거고 좋은 건 좋은 거구나. 불행하다 생각하는 시간 속에서도 행복할 수 있구나. 인생은 폭풍우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빗속에서 춤을 추는 것이라 합니다. 떠올려보면 그 속에서도 적잖이 웃었습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시기라도 불행하기만 하란 법은 없습니다. 불행과 행복은 공존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삶은 매일 매시간 행복하고 편안할 수만은 없습니다. 더 행복한 내일을 위해 참고 견뎌야 하는 시간들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그 시간들이 절대 힘든 순간들로만 채워져 있지는 않습니다. 출근하기 너무너무 싫어도 출근하여서는 오늘 점심 메뉴로 나온 돈가스가 맛있고 커피를 곁들인 동료들과의 수다는 즐겁습니다.
작은 일에도 자신의 하루 또는 인생이 망했다며 비관하는 청년들을 요즘 많이 봅니다. 시험을 망쳤다며, 취업이 안 된다며, 대인관계가 어렵다며 스스로 ‘이생망’이라 표현합니다. 설령 시험이, 취업이, 대인관계가 망한 게 사실이라 해도 하나가 망하면 하나만 망한 거죠. 그거 하나 내 마음처럼 잘 안 됐다고 나의 삶까지 잘 안 풀린다 일반화할 필요 없습니다. 그게 뭐라고 고작 그런 것 하나가 우리의 다채로운 삶을 망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여행 출발하며 한번 넘어졌다고 망한 여행일까요.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즐거울 날들이 서운해합니다.
요즘 힘든 시기라 생각될 때, 이번 생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될 때, 샤워 한번 개운하게 하고 맛있는 치킨이라도 드셔보세요. 행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작은 일로 우리 하루가 망한다면 작은 일로 우리 하루는 행복한 하루가 될 수 있습니다. 하루 망했다고 망한 삶이라면 하루 행복하면 행복한 삶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