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4.다 운입니다, 취업은 더더욱

by 그러네

인사팀으로 3년의 경력이 있습니다. 이전에는 백수경력도 3년이 있었습니다. 취업준비란 걸 시작했을 땐 막연한 자신감에 꿈은 부풀어있었습니다. 좁은 문을 들어가고자 나름대로 고군분투했지만 좌절했습니다. 덜 좁아 보이는 문으로 들어가려 했습니다. 좌절했습니다. 넓어 보이는 문을 찾았습니다. 좌절했습니다. 부풀었던 꿈은 쪼그라들었습니다. 이름도 모르던 회사고, 하고 싶던 일도 아니고, 집에서도 멀어 합격해도 가줄까 말까 하던 회사에서 마저 좌절했습니다.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청년실업이 심각하다는 기사가 보입니다. 기사내용은 읽지도 않고 ‘그래 맞아 진짜 누구든 해결해야 하는 거 아냐?’ 세상을 비관합니다. ‘이렇게 어렵게 취업해도 연봉 3천대라고?’, ‘결혼도 내집 마련도 힘들다며?’, ‘워라밸도 없다고?’ 의지는 떨어져만 가고 시간은 점점 더 빠르게 흐르는 것 같습니다. 그저 어릴 때 모습을 안다는 이유만으로 얕보고 있던 친구들이 하나 둘 취업해 술자리에서 명함을 건네주곤 합니다. ‘나에게 문제가 있나?’ 어느새 나는 스스로에게로 시선을 돌려 문제를 찾습니다. 내가 살아온 삶이 잘못된 건지, 내 모습이 별로인 건지. 자존감이 떨어집니다.


그러던 제게 어느 날 이름도 모르던 회사 중 한 곳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무려 인사팀으로(취업준비 시기엔 면접을 안내하는 사람마저 동경의 대상이었으므로) 나를 뽑아주었습니다.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말하면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이름을 아는 더 좋은 회사로 이직을 했습니다.


첫취업을 하고 채용담당자로 일하며 느끼는 건 취업 다 운인 것 같습니다. 우리네 삶이 다 운의 영향이 크다고 운칠기삼이라는 말도 있지만 취업은 더 그런 것 같습니다. 면접을 보러 갔는데 나랑 mbti 궁합이 잘 맞는 면접관이 여럿 앉아 있었다면 뽑히는 거고요. 어느 회사에서 ‘나이 많은 신입을 뽑고 있었고(실제로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남자를 원했고, 집은 멀어도 기숙사 살면서 기숙사 관리할 사람이 필요’했다면 그 조건에 맞는 당신이 뽑히는 거고요. 탈락에 지쳐 반포기 상태로 자고 있다가 엄마가 준 간식을 보고 이건 또 어느 회사에서 만든 걸까 찾아보니, 마침 그 회사의 채용공고가 오늘까지였고 지원자가 턱없이 적었으면 당신이 뽑힐 가능성이 큰 겁니다.


이제는 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께 문제 없습니다. 불합격하면 운이 없어서 불합격한 거고요. 합격해도 운이 좋아 합격한 겁니다. 그럼 그렇게 다 운이면 노력은 소용없단 말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운을 늘리면 됩니다. 운이란 건 한자어 움직일 운(運)에서 파생된 말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운이란 건 많이 움직일수록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라도 더 경험해보려 집 밖으로 나가고, 좁아 보이든 넓어 보이든 문 하나라도 더 두드려보고 하다 보면 운이 커집니다.


인사팀과 전공이 판이한 저도 그랬습니다. 첫직장에서 저를 뽑은 이유를 물었을 때 제 이력서 취미/특기에 써진 글쓰기와 영상편집을 보고 뽑았다고 하셨습니다(물론 이것만이 이유가 된 것은 아니었지만). 인사팀은 내부 임직원이나 외부 지원자들과 글과 영상으로 소통하는 것도 중요해지고 있다고 하시면서요. 이렇게 무엇이 어떻게 연결되고 운을 만들어 낼지 모릅니다.


취업준비 기간을 취업만을 위한 기간이라고 생각하면 힘들고 지칩니다. 놀아도 내가 이럴 땐가 싶어 즐겁지가 않습니다. 취업 전의 삶도 삶입니다. 충분히 행복해도 되고 그럴 수 있습니다. 취업하면 놀 시간은 당연히 적어지고 잠도 퍼지게 못 잘 테고 자기관리나 공부도 어렵습니다. 지금 많이 잘 수 있을 때 잠도 많이 자고요, 운동해서 체력과 몸매도 만들어놓고요, 취업만을 위한 자기개발이 아닌 더 성숙하고 유능한 나의 2.0버전을 만드는 시간이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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