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3.내가 좋아하는 것을 더 분명히 좋아해야겠다.
영화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영화를 자주 보진 않습니다. 최근 영화를 본 게 언제인가 떠올려 보면 영화를 좋아한다는 말이 민망할 정도입니다. 분명 영화를 좋아하는데 왜 그랬을까요.
떠올려보면 영화를 보려고 할 때마다 망설였습니다. ‘내가 이럴 땐가?’ 분단위로 쪼개진 나의 하루에 나를 기다리고 있는 일과들이 눈에 밟힙니다. 일주일에 두 시간이면 적은 시간이지 하다가도 하루 중 두 시간, 퇴근 후 저녁시간 중 두 시간은 크게 느껴집니다. 할 일이 많은 내 삶은 아직 갈 길이 먼데 두 시간을 오로지 영화만을 위해 내겠다는 결심이 어려웠던 겁니다. 그러다 에이 그냥 해야 될 거나 하자며 곧 영화 타이틀이 나오려는 화면을 닫습니다.
그럼 나는 영화를 끄고 모든 순간에 모든 할 일을 하며 하루를 알차게 보냈을까요. 나는 정말 일주일에 두 시간도 못 낼 정도로 바쁠까요. 의도치 않게 누워서 빈둥대다가 흘려 보낸 시간도 상당했습니다. 관찰카메라로 세어본다면 일주일에 영화 몇 편을 보고도 남았을 겁니다. 고작 몇 시간 못 낼 만큼 내 삶은 대단히 바쁘지 않고, 다른 곳에서 줄일 수 있는 의미 없이 흘려 보내는 시간도 많습니다.
삶에 대한 열정과 성실함을 미덕으로 삼으며 나태함을 경계하다 보니 나의 즐거움에 대해 엄격해진 것 같습니다. 자기개발도 결국 다 잘먹고 잘살고 행복하자고 하는 건데 이런 시간이야말로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중요한 게 아닐까요. 사람마다 무엇을 하든 내가 즐거워하는 시간은 가치 있습니다. 내가 즐거워하는 시간을 스스로가 의미 없는 시간으로 낮잡아 보며 이런 순간을 무시한다니 너무나 서운한 일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더욱 분명히 좋아하고 소중히 해야겠습니다. 이번 주 시간 내어 내가 좋아하는 맥주와 함께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한편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