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제 마음을 모르겠어요.
이곳에서 근무한 지 두 달이 지나가고 정신과를 거쳐 서울에 위치한 심리상담소를 찾아갔다. 1시간에 10만 원.... 꽤나 큰 비용이었다. 하지만 정신건강이 신체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망설임 없이 예약을 했다. 안경을 쓴 부드러운 인상의 50대 초반 정도 되어 보이시는 남자 선생님께서 입을 떼셨다.
"어떤 일로 오셨을까요?" 나는 내 이야기를 했다. 이직을 하게 되었고 그 전 직장에서 있었던 일부터 현재까지 나에게 벌어진 모든 일들을. 작은 노트에 요즘 내가 드는 생각들 또한 적어서 방문했었고 많은 도움이 되었다.
"만약 마음에 입이 달렸다면 지금 뭐라고 얘기하는 거 같으세요?"
선생님께서 질문하셨고 나는 약간의 생각 끝에 대답했다.
"나는 아직 사회로 돌아갈 준비가 안된 거 같아."
대답과 동시에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냈다. 이 질문 말고도 선생님은 많은 위로를 해주셨다.
"일주일 동안 노트북도 안 주고 시키는 일도 없이 너무하네요. 저희 회사도 그런 짓은 안 해요."
많은 위로와 눈물을 쏟아내고 마음은 정말 가벼워졌다. 하지만 이것도 일시적인 것뿐 나는 집 근처에 있는 다른 상담소를 다시 방문했다.
뉴욕에서 유학을 다녀오셨고 인근 정신과 선생님들도 추천을 많이 해주시는 곳이었다. 이곳 또한 1시간에 10만 원. 이번에도 망설이지 않고 예약을 하였고 퇴근 후 그곳으로 달려갔다. 어쩌면 나는 분명 어딘가에 해답이 있을 것이라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안녕하세요. 현재 어떤 상태이실까요?" 선생님께서 물으셨다. 서울에 위치한 상담소와 다르게 이곳은 공감과 위로라기보다는 나의 성향과 성격을 파악하는 것에 집중하는 듯한 상담이었다.
"엄청 예민하신 분 같아요."
맞다. 나는 예민한 편이긴 하다. 차에서 느껴지는 작은 떨림도 일찍 눈치채고 주변의 소음과 분위기를 읽는 것이 남들보다 빠르다. 좋게 말하자면 눈치가 좋은 것이고 안 좋게 말하자면 예민한 것이다.
"이런 분들은 어딜 가나 적응하시는 게 꽤나 어려워요. 가끔은 모르는 게 약이기도 합니다. 너무 많은 것들을 안고 살아가시려고 하는 거 같아요."
회사에 근무하자마자 나는 이곳의 장점보다는 단점에 집중했다. 하루에도 전화를 수십 통씩 받는 사수, 노트북을 들고 해외여행을 갔다는 팀원, 대리운전 결제 신청서. 술을 싫어하고 워라밸을 중요시하는 나에게 너무나 큰 벽으로 다가왔고 대리운전 결제 신청서를 바라볼 때면 가슴이 두근 거리고 얼굴이 화끈해지는 불안 장애의 증상이 올라왔다.
이런 나는 수습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세 번의 회식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