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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 클레어 Aug 10. 2022

상속된 공간으로부터 독립 !

조르주 페렉 '공간의 종류들'을 읽고 


# '공간은 하나의 의심이다'

페렉은 세상이 물려준 의미의 유산을 거부한다. 관념과 상식이 추방당한 그의 세계는 콜라주처럼 낯설다. 그의 외침 속에서 내가 알던 세계는 원효대사의 해골물이, 옹고집의 허수아비가 되어버렸다. 그와 나 사이에 놓인 '공간'이란 개념. 그곳엔 얼마나 큰 간극이 있었던 것일까.



# '시간은 공간을 데려가 형태를 알 수 없는 조각들만 내게 남겨놓는다'

기획자로서 내게 공간은 '만들어지는 대상', '일의 결과물'이었다. 투자비와 공사기간이 책정되는 분명한 물성을 띤 실존체로서 구조와 디자인, 자재와 용도로 구성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탄생된 공간은 그것을 의도하지 않은 누군가의 풍경이 되며 물리적인 철거 전까지 어찌할 수 없는 항구성을 지닌다고 믿었다. 그러기에 공간을 품고자 하는 자는 책임이 필요했다. 그런데 페렉의 공간은 휘발된다. 가변적이고 무정형적인 그것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어느 한순간에 존재한다. 물질체가 아닌, 인식체로서의 공간이다. 그는 수동적이고 피상적인 관망에서 벗어나, 충분하고 적극적인 사유로 일상의 사물과 풍경을 재해석하길 촉구한다. 그것이 오직 나만이 창조할 수 있는 진정한 공간을 만나는 길이기 때문에.


  

# '나는 내 종잇장에서 살고 있다'

페렉은 그를 둘러싼 세계와의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지금의 자신이 포착할 수 있는 공간을 ‘길들인다’. 그 공간의 본질을 향한 오감의 투시가 발견한 것은 무엇일까. 결국 페렉식 공간을 구축하고 소멸시키는 주체는 ‘나’다. 이 공간을 의심하고 길들이는 세계와의 절박한 투쟁 속에서 역설적이게도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자신을 발견한다. 결코 상속될 수 없는 강렬한 생의 감각. 그 스스로의 유산을 남기고자 페렉은 그토록 기민하게 종잇장 속을 유람했던 것이 아닐까.




## 트레바리 모임 후

 

 * 페렉은? 

  - 질료의 물성을 탐구한 사람 

  - 소설가 최인훈과 동갑 (1936년생). 그에게도 광장과 밀실이 중요한 개념이었다 


 * 전개 과정

  - 페이지 < 침대 < 방 < 아파트 < 건물 < 거리 < 구역 < 도시 < 시골 < 나라 < 유럽 < 세계 < 공간 

    마치 드론의 관점으로 시선이 수직 상승하며 확장됨, 이는 생물학의 수직적 계열을 연상시키는데 

    이 개념들은 다시 교배되며 변종적인 의미들이 증폭됨 

    ※ '찰스 임스 (그 의자 맞음) - Powers of ten'의 관점이 생각난다고 

     https://www.youtube.com/watch?v=0fKBhvDjuy0


* 총평 

  - 수많은 질문을 던지는 하나의 현대미술


* 왜 그래야 했을까? 

  - 폴란드계 유대인. 아버지는 세계 2차 대전에 참전하고, 어머니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가 모두 사망

    정체성을 부인당하는 존재로서, 그를 위협하는 거짓된 세상이 물려준 의미 자체를 거부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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