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코치의 혁신습관
요즘 같이 변화가 잦은 시기,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쉽게 무너질 수 있다. 트렌드를 읽고 그 때 그 때 우리는 대응하지만 사실 그 대응이 기존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변화에 올바른 대응을 하지 못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위대한 기업도 기존의 성공방식을 고수하다 몰락하는 경우가 많다. 시대가 변하면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이 바뀌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세계 최대의 완구 전문점 토이저러스도 그랬다. 토이저러스는 2017년 파산신청을 했다. 1948년에 아기용품점으로 출발한 토이저러스는 저렴한 가격, 대형 매장, 다양한 상품 구성으로 전 세계 아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런 사랑을 바탕으로 토이저러스는 1980년에 들어서는 키즈아러스, 베이비저러스처럼 고객을 세분화하며 오프라인 매장을 지속적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온라인의 시대가 본격화됨에 따라 토이저러스는 위기를 맞이한다. 이마트가 2019년 마켓컬리, 쿠팡 등 온라인 업체의 성장으로 적자를 기록한 것처럼 말이다. 오프라인 업계의 강자였던 토이저러스에게 이 상황은 당연히 불편했다. 하지만 온라인의 성장은 가속화되었고 토이저러스도 어쩔 수 없이 온라인 대응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기존 비즈니스의 틀을 바꾸지 않은 것이었다.
토이저러스는 당시 성장하던 아마존과 2000년에 10년 동안 독점 계약을 맺어 온라인으로 장난감을 판매했다. 토이저러스 사이트로 고객이 들어오면 아마존으로 연결해 고객들은 아마존에서 장난감을 구매했다. 본격적으로 온라인 비즈니스를 했다기보다 온라인을 어쩔 수 없이 이용만 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이 결정은 온라인에서 어려움을 겪던 토이저러스에게 올바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마존은 온라인의 급격한 성장세를 보며 다른 회사들과 계약을 맺었다. 토이저러스는 아마존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2006년 아마존과의 계약을 파기한다. 이후 자체 온라인몰을 런칭했지만 고객들의 반응은 없었다. 대신 체험형 매장에 집중하면서 매출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 전략 또한 사람들의 쇼핑 패턴의 변화로 오래 가지 못했다. 디지털 전환의 타이밍을 놓친 토이저러스는 결국 앞서 말한 것처럼 파산 신청에 이른다.
토이저러스는 기존의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브랜드 명성에 기대어 사업을 추진했다. 온라인 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자체 쇼핑몰도 구축하고 아마존과 온라인 유통 계약을 맺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대응 방식은 기존의 사고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기존 비즈니스의 틀 안에서 움직였다. 그래서 토이저러스의 대응은 시대의 변화에 효과적이지 못했다.
2019년 토이저러스는 다시 새로운 체험형 매장인 토이저러스 어드벤처로 돌아왔다. 토이저러스 브랜드를 인수한 트루키즈의 CEO는 아이들이 디지털 경험과 아날로그 감성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몰입형 매장이라고 말한다. 토이저러스의 또 다른 시작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이 시작이 2000년대부터 진행되었다면 어땠을까? 디지털 사고로 무장한 토이저러스였다면 말이다.
변화는 점진적으로 오지 않는다. 수면 아래에 있다 한 번에 수면 위로 올라온다. 그래서 우리는 변화를 빨리 파악하지 못한다. 작은 변화들이 축적되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틀로 봐야 한다. 단순히 새로운 것을 도입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