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의 인품이 프로그램에 다 녹아납니다. 좋은 사람이 되세요."(구자형 작가. MBC '별이 빛나는 밤에' 연출 출신)
인간관계, 커뮤니케이션 유튜버 희렌최(최영선)가 쓴 '호감의 시작'에서 단 하나의 문장을 뽑는다면 이 문장을 고르겠습니다. 창작물에는 창작자의 모습이 고스란히 묻어나기 마련입니다. 그러기에 창작자들은 나를 온전히 드러낼 수 있을 만큼 강한 자아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 '리플리(2000년. 감독 안소니 밍겔라)'에서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고 살인까지 저지른 주인공 리플리(맷 데이먼)는 썸 타던 남자친구에게 자신의 어두운 내면을 살짝 내비칩니다. 자신의 추악한 모습이 드러날까 두려움에 떨고 있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만큼은 이해받고 싶어 한 것일 겁니다.
우리 마음 한켠에는 조금씩은 리플리의 모습이 있지 않나요. 남에게 보여주는 모습 이면에 살짝은 숨기고 싶은 그런 점들이요. 창작물에는 창작자의 모습이 투영되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당당하거나, 아니면 부끄러운 모습도 기꺼이 보여줄 그런 용기가 필요할 겁니다.
역시 라디오 PD·진행자 출신인 희렌최의 인간관계·커뮤니케이션론에는 PD로서의 시작이 다분히 묻어납니다. 인간관계를 주제로 하지만 창작자로서 어떻게 하면 좋은 창작물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비중 있게 묻어납니다.
희렌최가 여러 번 독서를 강조한 것도 창작자로서의 정체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보입니다. 경험을 통해 겸손해질 수 있다며 그 방법으로 독서를 추천합니다. 또 공감능력을 키우는 방법으로도 소설이나 수필을 읽으며 그 주인공의 입장이 되어 상황을 바라보는 경험을 갖는 것을 제안합니다.
신선한 표현을 쓸 것, 구체적으로 표현할 것, 긍정적인 표현을 쓸 것을 제안하는 모습에서도 글을 쓰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희렌최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 꾸준히 기록을 하고, 스스로 질문하고 비딱하게 보며 콘텍스트를 파악하라는 조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따뜻하다, 위로가 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 희렌최라는 인간이 묻어났기 때문일 겁니다.
책의 주제가 인간관계인만큼 새로운 내용은 사실 없습니다.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이 1937년 처음 발표된 이후 수많은 현대적 의미의 인간관계 책이 쏟아져 나왔는데, 지금에 와서 새로운 '인간관계 비법'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또 지금 인간관계 책을 찾는 독자들도 그걸 기대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 책을 읽으며 자신을 다시 한번 더 돌아보고 다지는 시간을 갖기 위해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한 메시지들이 담겨 있는 인간관계 책을 찾는 것일 겁니다. 제가 '호감의 시작'에서 읽으며 메모했던 그런 메시지들은 이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