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AI 시대가 왔는데,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죠?

시마즈 죠 닛케이BP 기자의 'AI 골드러시, 돈을 버는 자는 누구인가'

by 생각하는T


바야흐로 인공지능(AI)의 도입기입니다. 니혼게이자이 Business Publications(닛케이BP)의 실리콘벨리 기자인 저자는 이를 1848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도 새크라멘토 근방 네바다 산맥 기슭에서 금이 발견됐을 때와 비교합니다. 잘 알려졌다시피 이때 큰돈을 번 사업가는 일부 금광업자들과 리바이 슈트라우스(청바지), 새뮤얼 브래넌(삽·곡괭이 도매), 릴랜드 스탠퍼드(도매), 헨리 웨스·윌리엄 파고(현금 보관→은행) 등 골드러시를 기회 삼아 성장한 이들이었습니다.


2022년 챗GPT 공개 이후 본격적인 AI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 그 자체를 개발해 돈을 벌 수 있는 이들은 오픈AI와 구글, 아마존웹서비스,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일부 빅테크에 국한될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하이퍼클로바X 개선 중인 네이버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AI 생태계로까지 영역을 확장하면 돈을 벌 수 있는 기업을 크게 늘어납니다. 국내에서만 해도 AI반도체 제조를 할 수 있는 삼성전자파운드리사업부(현재는 고전하고 있다고 평가되지만 기초 체력은 있으니 말이죠), HBM 제조에 특화하고 있는 SK하이닉스, 퓨리오사와 리벨리온 같은 AI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 기업, 이들을 지원하는 디자인하우스 등으로 확대됩니다.


이 책의 관점이 마음에 드는 것은 AI로 돈을 벌 수 있는 범위는 이보다 더 넓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는 점입니다. 슈퍼마이크로컴퓨터는 엔비디아의 GPU를 활용해 AI서버를 조립하는 기업인데, GPU 수급 능력과 서버 기술력을 바탕으로 큰 성장을 했습니다.


당장엔 실패한 상황이나 미국 바나나(Banana)의 시도도 눈여겨볼만합니다. 바나나는 GPU 대여 서비스를 하는 기업입니다. 중소기업 클라우드 업체 등에서 GPU 서버를 빌려 AI 개발용 소프트웨어 등을 설치한 후 AI 모델 개발 기업에 돈을 받고 제공하는 게 비즈니스 모델이었습니다. 이른바 'GPU 리셀러'였던 것이죠. 하지만 유망한 AI 개발 기업은 리셀러가 아닌 클라우드 대기업에서 직접 GPU를 빌릴 수 있었습니다. 시장분석에 실패한 것이죠. 하지만 'GPU서버를 빌려 이를 재임대한다'는 구상은 눈여겨볼만합니다.


우리 하나하나는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입니다.

그저 'AI 시대가 도래하면 미래가 이렇게 될 거래'하고 여유롭게 관전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창업가 또는 예비창업가라면 일단 '금광'이기도 한 AI 시장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창업까지는 못하는 직장인이라면 하다못해 AI 발전 흐름을 읽고 주식 투자에라도 이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또 하나의 매력 포인트는 '칩 워'의 저자 크리스 밀러와 AI에 대해 나눈 인터뷰가 실려있다는 점입니다. 칩 워가 발행됐던 때는 아직 AI가 본격화하지 않았던 때라, 2020년 즈음까지 미국 중심의 반도체 패권과 이에 대한 중국의 도전에 대해 다뤘습니다.

(크리스 밀러는 반도체 생태계가 미국을 중심으로 그 동맹국 등 간의 협업체계로 이뤄졌고, 이에 배제된 중국은 과거의 러시아처럼 자체적으로 최첨단 반도체 제조를 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한 듯해 보입니다.)


크리스 밀러는 2024년 5월 이뤄진 이 책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여전히 "중국의 컴퓨팅 자원을 미국이 통제할 수 있는 상태"라고 진단합니다. 큰 틀에서 반도체 생태계가 '칩 워'가 쓰인 2020년대 초반과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는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 가능성에 대해 "독자적인 칩 제조는 어느 정도는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규모"라고 짚습니다. 중국이 최첨단 제조장치에 대한 접근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첨단 반도체를 효율적으로 대량생산 하기는 어렵다는 취지입니다.


또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용 GPU에서 매우 강한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다"면서도 "엣지 컴퓨팅 영역 활용 사례와 수요가 늘어날수록 엔비디아는 더 많은 경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굳이 유발 하라리의 '넥서스'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인류 역사상 권력의 핵심은 정보였고 AI는 미래 권력의 핵심 요소가 될 것입니다. 이는 부도 마찬가지고요.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각자 무엇을 해야 할지 질문을 던지는 책, 'AI 골드러시, 돈을 버는 자는 누구인가'였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脫폰노이만…지금은 AI 반도체 신기술 춘추전국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