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는 산업혁명 이전으로의 퇴보”

알렉산드리아 J 래브넬의 책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

by 생각하는T

"공유경제는 '공유'와 '기술기업'이라는 허울을 내걸었을 뿐 노동자의 권익을 19세기 초 가내수공업 수준으로 퇴보시키는 존재다."


미국의 사회학자 알렉산드리아 J 래브넬의 책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의 핵심 메시지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2010년대 후반 미국의 공유경제 플랫폼 △에어비앤비 △우버 △태스크래빗 △키친 서핑 등 4개에서 활동하는 '노동자' 78명을 주로 뉴욕에서 인터뷰하고 취재한 결과를 토대로 이 책을 썼습니다.


우리가 이미 알다시피 에어비앤비는 집, 우버는 차량을 공유합니다. 태스크래빗은 초단기인력중개플랫폼인데 큰 틀에서는 한국의 숨고와 비슷한 것으로 보입니다. 키친서핑은 출장요리사가 집이나 호텔 등 파티 공간에 방문해 음식을 하는 플랫폼인데, 한국에서는 비슷한 앱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태스크래빗과 키친서핑은 처음 들어보신 분들이 많을 텐데, 그도 그럴 것이 두 플랫폼은 폐업했거나 인수돼 플랫폼 성격이 바뀌었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공유경제를 '가내수공업 시대로의 후퇴'로 지적한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18세기 중반에서 19세기 초까지 미국에서 산업혁명이 본격화하기 전에는 가내수공업이 주요 제조업 방식이었습니다. 상인이 면화나 가죽 같은 원재료를 공급하면 노동자들이 자기 집에서 이를 제품으로 만들고, 상인은 이를 수거해 시장에 판매하는 형식입니다. (미국에서도 추후 대형공장에 방적기를 설치하고 노동자들을 고용해 생산하는 방식이 도입됐지만, 뉴욕의 경우 방적기를 돌릴만한 수력이 빠른 강이 없어 비교적 가내수공업이 늦게까지 유지됐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가내수공업은 각 가정이 완성한 제품에 값을 지불하는 형식입니다. 거기다가 그 일꾼들은 각자 자기 집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죠. 당연히 노동운동은 이뤄지기 어려웠습니다. 지금과 같은 노동자의 권리는 대형 공장에서 다수의 노동자들이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서 장시간 노동하면서 노동조건에 불만을 공유하고 사업주에게 환경 개선을 요구하면서 만들어진 것이니까요.


그런데 바로 지금의 공유경제가 가내수공업과 같은 처우를 플랫폼노동자들에게 들이민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저자는 '독립계약자'라는 표현을 쓰고, 한국에서는 노동계를 중심으로 '플랫폼노동자'라는 표현을 쓰나, 경제계에서는 이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지요).


공유경제에 대해 '플랫폼노동자를 착취한다'는 주장은 많이 들어봤지요. 그런데 이를 '가내수공업 시대로의 회귀'라고 지적한 것은 저로서는 신선한 시각이었습니다. 같은 취지의 말이라도, 이처럼 통찰력에 따라 설득력이 달라질 수 있지요.


그리고 이 측면에서 위 4가지 플랫폼 중에서 '태스크래빗'이라는 플랫폼에 가장 관심이 갔습니다. 태스크래빗은 플랫폼노동자들에게 '수주 가능' 상태에서는 △의뢰가 들어온 지 30분 안에 답변을 해야 하며 △들어온 의뢰의 85% 이상은 반드시 수락을 할 것을 요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플랫폼 상에서 노출을 중단했다고 합니다. 이들이 대기하는 시간에 대한 보상은 전혀 없었고요.


태스크래빗이 플랫폼노동자에게 이렇게 숨 막히는 조건을 내걸 수 있었던 것은 여기서 일하는 플랫폼노동자들이 차고 넘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플랫폼에서 의뢰인들이 올리는 단기 일거리는 가구 조립하기, 물건 배달하기, 연못 청소하기 등 특별한 기술이나 자본이 요구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누구나 부업으로 할 수 있는 일이기에 지원자는 넘치니 플랫폼도 의뢰인도 이들에 대한 대우를 높일 필요가 없었던 것이죠(이들을 윤리적으로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적, 경제적 관점에서 그렇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플랫폼 입장에서는 이들 플랫폼노동자를 사용하는 비용은 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하는 비용보다 약 30% 저렴합니다.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비용이 지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기업이나 고객 입장에서 플랫폼노동자를 사용하는 게 모든 점에서 이점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플랫폼노동자의 신원이나 업무 능력, 성실성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의뢰인들이 받는 서비스는 '복불복'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으른 플랫폼노동자가 의뢰를 제대로 소화하지 않을 경우 그 불만은 플랫폼으로 향할 것이고, 기업도 평판을 잃을 수 있습니다. 고객(의뢰인) 입장에서도 공유경제 플랫폼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싼 맛에 사용하는 저품질 서비스'일 수 있지요.


그런 지점에서 저자는 대안적인 공유경제 플랫폼 모델을 제안합니다. '알프레도(주문형 단기 청소 서비스)'가 대표적인데, 이런 플랫폼은 노동자를 풀타임 정규직이나 그와 비슷한 수준으로 고용했습니다. 정규직 고용은 높은 서비스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지요. 알프레도는 2026년 현재에는 일반 개인 고객이 아닌 주거단지 개발사와 계약을 맺고 주거운영 서비스를 제공하는 B2B2C 비즈니스 모델로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노동 그 자체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태스크래빗의 플랫폼노동자가 비인격적 대우를 받는 것이 안타깝지만, 그들이 그런 대우를 받지 않으려면 자신들만의 기술 역량을 키워야 했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플랫폼 기업 경영자들이 비윤리적이다'라고 비난은 할 수 있겠지만,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노동자들을 쓸모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대우한다는 본질은 무시할 수 없죠.


그러면서도 공유경제를 통해 사용하는 서비스가 저품질 또는 일정한 질을 담보할 수 없는 수준의 것이라는 점도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저도 숨고를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집 도배를 한 적이 있는데, 초보인 노부부가 한 도배 결과 특정 벽 부분 벽지가 계속 떨어졌습니다.


이 모두가 자본주의 원리에 부합하는 것들입니다. 꼭 어떤 공유경제 앱이 아니더라도, 자본주의 원리 상 싼 게 비지떡이고 자신의 노동력이 가치 있지 않으면 낮은 처우를 받는 것이죠. 노동자이자 소비자,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취지에서) 잠재적 기업가 입장에서 노동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 책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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