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한국에서 '차별금지법'은 주기적으로 이슈가 되곤 합니다. 아직 제정되지 않은 이 법의 핵심은 '포괄적 차별금지'입니다. 성별·장애·나이·인종·성적지향·종교 등 다양한 이유로 차별을 금지하고 구제 절차를 마련하자는 취지입니다.
한국의 현실에서 가장 큰 이슈는 성 소수자 차별 발언을 금지 또는 처벌할 수 있느냐입니다. 이 때문에 차별금지법에 개신교의 반대가 강한 상황입니다.
최근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읽는 내내 차별금지법을 떠올렸습니다. (제가 읽은 바에 따르면) 책 자체에는 성 소수자 언급되지 않지만, 개인의 자유와 이에 대한 국가의 제한 간의 갈등이 지금의 한국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이슈가 차별금지법이기 때문입니다.
자유론의 대원칙은 이렇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모든 행위는 개인의 자유의 영역이다. 반면에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영역은 사회적 행위에 속하기 때문에 사회나 정부는 그러한 개인의 행위에 개입할 수 있고 개입해야 한다"
그리고 밀은 이를 구현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 '언론 출판의 자유'를 매우 중요한 개인의 기본권으로 규정했습니다.
또 비판의 영역과 처벌·금지의 영역을 구분합니다. 어떤 행위에 대해 사회적 지탄을 할 수 있는 것과 이를 아예 금지하거나 처벌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죠.
그는 아래 어떤 경우에도 새로운 의견을 억압하지 않고 자유롭게 토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야 사회가 진리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진보)고 봤기 때문입니다.
1. 억압하는 의견이 진리일 경우
2. 억압하는 의견이 오류일 경우
3. 사회 통념과 반대 의견이 올바를 경우
저는 위 주장들에 공감합니다. 그리고 이에 따라 차별금지법을 어떻게 봐야 할지 구체화해 봤습니다.
개신교를 포함해 어떤 개인이 "나는 동성애자가 싫어"라는 식으로 성 소수자 혐오 발언을 하는 것을 상정해 봤습니다.
여기서 일단 이 표현이 개인의 영역인가, 사회적 영역인가를 구분해야 합니다. 개인의 영역이라면 이를 금지해서는 안 될 것이고, 사회적 영역이라면 국가나 사회 단위로 관여를 할 수 있습니다.
일단 "나는 동성애자가 싫어"라고 혼자 생각하는 것은 그것은 양심의 자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표현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는 '표현의 자유' 영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그 자유를 지켜야겠죠.
그러나 이를 통해 성 소수자나 다른 이들이 피해를 본다면 외부에서 제한을 가할 수 있을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제한이 '처벌, 금지'인지 '여론의 지탄'인지입니다.
밀의 경우 어떤 행위가 다른 사람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줄 경우에는 이를 막을 수 있지만, 간접적인 피해라면 이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는데 저는 이에 공감합니다(이렇게 사족을 붙이는 이유는, 밀의 말이라고 해서 절대적인 진리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정부 기관이나 기업이 채용을 하지 않는 것은, 그 동성애자에게 직접적인 불이익을 주는 행위입니다. 법적으로 막기에 충분합니다.
하지만 개인이나 집단이 동성애자 혐오 발언을 하는 것은 동성애자들에게 간접적인 피해를 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발언은 '사회적 지탄' 형식으로 비판은 받을지언정, 법적으로 금지하거나 처벌을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다시 강조하자면 존 스튜어트 밀의 주장이 꼭 진리는 아닐 수 있습니다. 영국 동인도회사 관리였던 그는 19세기 당시 소득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의 결혼을 금지하는 유럽 국가들의 정책에 동의했고, 야만 사회(중국 등 동양)를 문명사회(유럽)와 동등한 대우를 하지는 않아야 한다는 태도를 드러냈습니다. 이처럼 현재의 관점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자유를 최우선하고 개인의 행동이 타인에게 영향일 직접적으로 미치지 않는 한 국가나 사회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면, 차별금지법은 제정돼선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겁니다.
한국 현실에 맞춰 차별금지법을 상정했는데, 미국이나 유럽 국가라면 '백인 우월주의'를 사례로 들 수 있을 겁니다. 백인이 아니라고 채용에서 배제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해야 합니다. 하지만 백인 우월주의 발언을 하는 인물에 대해 사회적 지탄을 쏟아 낼 수는 있어도, 그의 발언 자체를 범죄로 분류해 처벌하는 것은 피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간 '개인의 영역'과 '사회의 개입'에 대해 회색지대가 많은 편이었는데요. 이번 책을 읽으면서 이를 정리해 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