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두 명의 시누이가 있다. 신랑은 삼 남매의 둘째인데, 유일한 아들이고 누나와 여동생이 있다. 둘째이면서 장남, 큰 아들이고 막내아들이기도 한 것이다. 주변의 증언을 들어보니 시어머니는 일생을 "우리 귀남이", "아들"만을 노래하며 사셨다고 한다. 첫째의 존재감을 빼앗긴 누나와 막내의 사랑스러움이 가려져버린 여동생은 신랑을 좋아하지 않았다. 시어머니의 편애가 신랑의 잘못은 아니지만, 엄마가 평생을 대놓고 편애하면 편애의 대상도 꼴 보기 싫어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시어머니는 평생 바깥일로 바쁘셨기에 아이를 돌볼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자식들이 어릴 때 첫째는 친정에, 셋째는 큰언니 집에 보내어 맡겼다고 한다. 유일하게 아들만을 계속 옆에 끼고 사셨다. 가난한 집 칠 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딸의 설움을 겪었던 탓일까, 아들을 낳았다는 것에 크게 만족하고 뿌듯해하셨다. 아들을 하나 더 낳고 싶어서 가진 셋째가 딸이라 실망했다는 말씀도 서슴없이 여러 차례 공공연히 하시었다. 나는 그 말씀을 들을 때마다 이건 막내딸에게도 아들에게도 상처가 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내가 본 시누이들은 엄마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있어도 부모를 사랑하지 않는 자식은 없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는 달리 숨겨진 깊은 마음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말이다. 오히려 사랑을 돌려받지 못한 상처 때문에 스스로를 보호하려 더 멀리하는 것이라고 보는 게 더 맞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두 시누이는 무척 친하다. 형제간의 정과 우애가 깊은 것 같다. 언니는 끌어주고 동생은 공경하는 아주 좋은 관계로 보인다. 아쉽게도 우리 신랑은 그 형제의 범주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 같다. 신랑에게는 물론이고 조카인 우리 아이들에게도 정이 없어 보인다. 이야기해주지 않는 이상 사람의 깊은 속마음을 알 길은 없고, 시누이들은 우리 가족과 만나려 하지 않으니 속내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사람을 좋아하고 언니와도 친하게 지내는 나는 그렇게 소원한 형제 관계를 이해할 수 없었다. 엄마가 아무리 편애를 하셔도 나는 언니가 좋았다. 물론 아주 어릴 때는 그렇지 않았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엄마보다 언니가 내게 더 중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 같다. 물론 시누이들도 자기들끼리는 사이가 좋다. 남자 형제인 신랑만 외톨이일 뿐이다.
친오빠나 친남동생을 가져보지 못해서 잘은 모르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남매 사이 썰들을 읽어보면, 신랑과 시누이들 사이도 특별히 소원한 게 아니라 현실남매 사이인 건가 싶기도 하다. 그저 내가 아쉬울 뿐이다. 신랑이 가족의 따뜻함을 느끼며 살았으면 하는 마음과 우리 아이들이 고모의 사랑도 알고 지낼 수 있었으면 하던 마음 때문에 말이다.
시누이들은 어려서부터 자신들을 방치한 부모님보다, 자기들을 직접 돌봐주며 관심과 애정을 보여준 큰 이모네를 더 가족처럼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아버님이 뵐 때마다 매번 전화 한 통 없다며 불평하시는 걸 보면 말이다. 부모로 산 시간보다 자식으로 산 시간이 더 긴 나로서는, 자식이 그렇게 행동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쉬우면 지금이라도 더 자주 연락하고 손을 내밀면 될 일인데 안타까울 따름이다.
큰 시누이는 삼 남매 중 가장 자기 앞가림을 잘하며 장녀다운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시는 것 같고, 작은 시누이도 아버님을 닮아 실속 있게 인생을 잘 꾸려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가까이 지내지는 않지만, 우리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는다는 점만 해도 고마운 사람들이다. 신랑을 비롯한 우리 가족도 짐이 되지 않도록, 나아가 여차하면 조금의 보탬은 될 수 있을 정도의 역할을 갖추어야 할 텐데 말이다. 일단은 아이들을 몸과 마음 건강하게 키우는 데에만 집중해야지. 시누이들도 건강하고 단단하게 잘 버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