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6일
부지런한 우리 아이들, 엄마보다도 일찍 일어나더니 잠깐 안겨있다 방문을 열고 나간다. 셋째는 놀고 싶어서 나간 것 같고 첫째는 아빠를 찾아서 나갔다. 아빠는 밤늦게까지 일을 하다가 컴퓨터방에서 잠든 것 같다. 둘째를 안고 조금만 더 누워있다가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창밖은 자욱한 안개로 온통 하얗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의 짙은 안개라니, 미세먼지 나쁨인 날에 안개까지 끼면 기관지에 너무 안 좋을 것 같은데, 아이들이 등원해도 괜찮은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등원 준비를 한다.
오늘따라 준비가 빨리 이루어져 자유놀이 시간도 20분 가질 수 있었다. 여유로운 아침, 좋다. 나가면서 마스크를 착용하라 지시했는데, 첫째가 끝까지 마스크를 쓰지 않겠다고 버틴다. '먼지가 이렇게 심한데 건강 안 좋아지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과 '엄마가 귀찮음을 이겨내고 깨끗이 세탁해 둔 노력을 헛되게 만들다니!' 하는 생각이 동시에 머릿속을 돈다. 대기오염이 심한 날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강제로 씌우거나 윽박지를 정도로 중요한 것 같진 않아 그냥 두었다. '부모의 말이 권위를 가지려면 꼭 필요한 것만 시키고, 일단 시켰으면 끝까지 관철시켜라'라고 배웠다. 일상의 작은 부분에서부터 그래야 한다는데, 참 내키지 않는다.
집안일을 조금 해두고 필요한 정보를 수집한 후, 순두부찌개를 끓이고 분홍소시지도 구워 신랑과 점심식사를 마친다. 먹은 걸 정리하고 나와서, 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수업에 참석하기 위해 택시를 탔다. 목적지는 외곽이라 택시 기사님들이 싫어하는 동네이다. 대체로 감정을 숨기시지 않는 편이라 타기도 민망하다. 그런데 가까운 곳에 가면 가까운 곳에 간다고 눈치 봐야 하고, 먼 곳에 가면 빈차로 나와야 한다고 눈치를 준다. 친절한 분들이 훨씬 많지만 오늘만은 두 번 다 택시 운이 없었다. 서울 도심에서 살 게 아니라면 차를 사는 게 맞는 것 같다.
수업에서 재미있고 유익한 정보들을 잔뜩 섭취하였다. 관심사가 같은데 아는 건 더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건 즐겁다. 감기약을 먹어 졸리지만 버티고 듣는다. 늦게 와서 남는 자리에 앉았는데, 매번 네 명이서 모여 다니던 사람들 사이에 껴버리고 말았다(한 사람이 늦게 와 비었던 것). 마침 또 실습이 있어 점토로 토기 만들기까지 해 보는 날이라, 아주 어색하게 잘 지내다 왔다.
수업을 마치고 가보니, 소아과 진료를 위해 대기 중이라는 아이들이 티비만 보며 지루해하고 있었다. 아직도 한참 남았길래 길 건너 도넛 가게에서 간식 먹고 있으니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 집에 와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신랑과 아이들은 집안을 정리한다. 착착 손발이 맞아나가는 느낌, 좋다.
소고기 미역국을 끓이고, 분홍 소시지 구이와 소시지, 팽이버섯 넣은 계란 전을 만들어 먹었다. 치우고 씻고 아이들 물병을 씻어둔 다음 잠자리로 간다. 오늘 도착한 에그박사 16권을 조금 읽어주고 다리를 주물러주니 잠자리에 든다. 아이들이 잠든 후에 다시 거실로 나와 집안일을 마무리했다. 건조기 속 빨래를 정리하고, 세탁기 속 빨래를 건조기에 넣어 돌린 다음, 브런치 글을 써서 올리고 빨래를 개고 나도 잠자리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