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장소

2월 1일

by 란님


어젯밤 설거지, 빨래를 마치고 여행짐을 싸고 나니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잠들 수 있었다. 아침에는 밥솥에 남은 밥을 데워 김에 싸주었다. 약식으로 만든 김밥이다. 아이들은 김만 있어도 밥을 잘 먹지만, 김이 너무 맛있다 보니 자주 주면 계속 김만 원하게 될 것 같아서 많이 안 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먹은 걸 치우고 화장실 청소까지 해놓고 짐을 챙겨 집을 나선다.


법원에 제출할 서류 보정을 위해 시아버님을 도와드리러 3시간 15분 거리에 있는 신랑의 고향에 가야 한다. 신랑이야 고향에 갈 때면 기쁜 마음으로 가니까 힘들지 않겠지만, 먼 길 가는 아이들에게도 즐거운 요소가 있어야 하기에 밀가루 놀이 키즈카페를 예약했다.


첫째 조카가 어릴 때 데리고 가본 장소 중 우리 아이들과는 가지 못한 곳이 아직도 남아있다. 당시에는 조카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이였고 우리 아이들은 존재하지도 않았으니 비교에는 의미가 없지만 가끔은 미안한 마음이 든다. 조카에게는 이모의 사랑이 모자라진 게 미안하고, 아이들에게는 엄마의 사랑이 부족한가 싶어 미안하다.


그래도 애기도 없는 이모가 쭈뼛대며 조카를 데려왔을 때와 달리, 6년 차 엄마가 아이 셋을 데리고 올 때는 뭔가 좀 쉬운 느낌이다. 조카바보로 5년을 살다 아이 셋 엄마로 5년을 살았으니, 이제 어지간한 육아 공간은 다 만만하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최근에야 조카바보 생활을 시작한 친구가 조카를 데려 갈 장소에 대해 묻고는 "아이들 세상이 따로 있구나"라고 말했다. 나도 그런 놀라움을 느끼던 때가 있었는데, 어느새 육아 고인 물이 되어버렸다.


아빠의 절친 삼촌이 사주신 생선구이로 점심을 먹고, 치즈양념과 후라이드가 반반 섞인 순살치킨과 집에서 씻어온 레드 체리를 저녁으로 먹었다. 이제 셋이서 한 마리를 뚝딱 먹는다. 고향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하러 나간 아빠는 아마 신데렐라가 되길 포기하고 자정을 훌쩍 넘겨서야 숙소로 올 것이다.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재미있게 놀다, 엄마와 같이 책을 읽고 엄마를 시켜 다리 마사지를 받은 다음 엄마 품에 안겨 잠이 든다(양팔에 한 명씩 안기고 하나는 엄마 배 위에 누워 잔다).


최근 개인활동과 어른의 볼일이 많아져서 아이들과 조금 멀어지는 느낌이었는데, 주말에 밀도 있게 보충할 수 있는 것이 좋았다. 내일도 아이들과 하루 종일 함께 있으면서 눈도장 마음도장 꾸욱 눌러 찍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