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3일
고작 1박이었지만 타지에 머물다 집에 오니 좋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보이는 창밖 풍경이 익숙하여 안심된다. 시리얼로 아침을 먹이고 유치원 가방(수저와 물병)을 챙겨 집을 나선다.
오랜만에 가는 유치원이라 그런지 아이들은 신이 났다. 등원버스는 아파트 앞에 정차하지만, 그곳까지 가는 길이 꽤 험난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건물을 나가면 주차장과 실내 상가를 지나고 나야 바깥으로 나갈 수 있다. 인도이긴 하지만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지나다니는 일도 종종 있고 가끔은 물류 하차 트럭이 위에 올라오는 일도 있으니 마냥 안전하지는 않다.
그런데 신이 난 첫째가 혼자 마구 뛰어간다. 상가 복도를 뛸 때는 "엄마랑 같이 가~" 정도 말하고 말았지만, 유리문을 열고 나가 코너를 돌아가니 진땀이 난다. "같이 가!!" 소리치며 쫓아갔는데 이미 저만치 뛰어가서 웃고 있다. 애가 하나라면 나도 따라 뛰면 될 일이지만, 나머지 아이 둘을 팽개치고 뛰어갈 수도 없고, 첫째의 속도를 따라 다 같이 뛸 수도 없는 일이다(넘어져 다칠 수 있다).
결국 엄마가 소리를 꽥 지르고 나서야 입을 삐죽이며 돌아오는 첫째에게, 정제되지 않은 감정을 내보이며 버럭버럭 화를 내고 말았다. 어두워진 아이의 표정을 보고는 아차 싶어 달래줄 방법을 고민했으나 버스는 이미 떠났다. 아이는 엄마가 자기를 미워한다 생각하며 하루 종일 마음이 안 좋겠지, 속상하다.
아이를 혼내는 행동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는 아이의 잘못을 바로잡으려 가르치는 것이고 둘째는 부모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분노하는 것이다. 아이가 자기 말을 무시한 것에 대한 분노 - 이건 부모 문제이지, 아이가 혼날 일이 아니다. 혼이 날 짓을 하면 혼이 나야 한다, 특히 안전과 관련된 일은 타협할 수 없다. 하지만 잘못된 행동을 하자마자 바로 훈육할 경우, 분노를 걷어낼 틈이 없어진다. 잠시 숨을 고르며 치졸한 감정을 거두고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만 차분한 어조로 훈육해야 한다. 조급한 나는 오늘도 실수하고 말았다.
유치원이 마칠 때쯤 아이들을 데리러 가, 지난 7개월 간 매월 4회씩 방문해 온 실내 놀이터에 갔다. 지자체에서 놀이학교 바우처를 발급해 준다는 정보를 접하고 다니기 시작한 건데, 단계별로 무언가를 배워나가는 게 아니라 재밌게 놀고만 오는 곳이라 이제 좀 지겨워한다. 당분간 쉬기 위해 정산을 하려고 지금까지의 결제내역과 출석일자를 체크해 보았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9월에 결제한 내역을 찾을 수가 없었다. 사장님께 여쭈었더니 한참을 찾아보다 9월에는 정산 기록이 없다고 말씀하신다. 반영하여 오늘까지의 이용요금을 모두 정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도 매일이 정신없지만, 육아하며 가게까지 운영하시는 분들은 정말 어나더레벨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