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0일
등원버스를 제시간에 타려면 아침 8시 45분에는 현관을 나서야 한다. 그러려면 늦어도 20분까지는 일어나야 하고, 아침까지 먹으려면 10분에 일어나야 한다. 그런데 오늘은 모두가 8시 25분에 일어났다. 막내는 여느 때처럼 일찍 일어났으나 우리를 깨우지 않았다.
등하원 버스 선생님과 유치원 선생님께 전화를 드리고 1시간 늦게 등원하기로 한다. 여유롭게 준비하고 시리얼을 먹고 조금 놀다 아빠 찬스로 안전하게 등원했다. 어제 이불 빨래를 하느라 생활 빨래를 못했기에 오늘도 세탁기는 바쁠 예정이다. 새로 바꾼 종합비타민 때문일까, 오랜만에 에너지가 남는 느낌이라 집안정리를 조금 해보기로 했다.
오늘의 목표는 '아이들 공간 만들기'다. 아이들이 우리 집에 온 지도 벌써 6년인데, 거실 장식장에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없어 소외감을 느낄 것 같았다. 때문에 칸 3개를 비워 각자의 사물함(전시장)을 만들어주기로 약속했지만 한 달이 넘도록 지키지 못하고 있었다. 미뤄둔 정리의 1번 과제는 이것이다. 이제 해줄 때가 되었다.
해당 칸을 채우고 있던 책들을 옮기고 쌓인 먼지를 닦아낸 다음, 아이들의 졸업장과 어린이집 작품집, 각종 체험에서 만들어 온 작품을 넣어주었다. 하원하고 와서 보더니 아주 좋아한다. 몇 번씩 열고 닫으며 취향대로 전시방식을 변경한다. 제주도 여행에서 받은 꼬마요리사 증서도 넣어뒀더니 "엄마, 제주도 또 가고 싶어요"라고 반복하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랄까.
하원시각 즈음 전화가 왔다. 자주 가던 실내놀이터 사장님이었다. 생각해 보니 이번 주부터 안 간다고 명확하게 말씀드리지 않았던 것 같다. 2월에는 정기적으로 안 가고 갈 때마다 결제하겠다고만 말씀드렸으니, 이번 주에 오는지 안 오는지 불명확하게 들렸을 것이다. 다른 집과 달리 우리 집은 애가 셋이라 빠지면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수도 있다.
오늘은 갓 만들기를 한다며 참석 여부를 물어오셔서, 별다른 계획은 없던지라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갓이 뭐냐고 묻는 아이들에게 옛날 모자라고 말해주며 사자보이즈의 'Your idol'(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OST) 영상을 보여주며 갔다. 도착하니 미술 선생님이 갓의 모자와 차양을 이어 붙이고 계셨는데, 정교하게 붙이는 게 어려워 선생님이 하고 아이들은 갓끈에 구슬 끼우기만 할 거라고 하셨다. 남는 시간에는 나무 자동차에 색칠하기 놀이를 했는데, 아이들은 잘 따랐지만 불만족스러워 보였다. 아무래도 이제는 몸을 움직이며 노는 놀이를 해야 할 것 같다.
신랑이 반찬가게에서 반찬을 잔뜩 주문해 온 덕에 저녁 메뉴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계란프라이만 새로 굽고, 나머지 반찬은 데워서 낸다. 밥 먹은 걸 치우고 온 가족이 씻고 나면 잘 준비 완료이다. 물론 엄마는 내일 가져갈 아이들 물병과 수저통을 씻어서 잘 마를 수 있게 엎어놓고 자야 한다. 설거지는 식기세척기가 해주지만 세제가 남아있는 경우가 종종 있어, 아이들 식기는 반드시 다시 헹구는 과정을 거친다. 책 한 권씩 읽어주고 다리까지 주물러주고 나면 정말로 누울 시간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 옛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방학기간에 친구가 새로 이사한 집에 놀러 가기로 했는데, 일정을 확정해야 한다. 그냥 딱 정하면 되는 일이니 고민은 그만하고 내일 신랑과 얘기해서 정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