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1일
오늘의 집안일을 시작하며, 어제 쌓아둔 빨래에 건조기 안 빨래까지 꺼내니 또 산을 이뤘다. 차근차근 접어서 분류 수납하고 화장실 청소까지 마치니 얼추 밥 먹을 시간이다. 밥솥에 남아있는 밥에 고추장과 무 생채, 참기름을 넣어 비비고 위에다 계란프라이를 올렸다. 계란을 각자 두 개씩 올렸건만 먹고 나서도 배가 안 찬다. 역시 고기가 좀 있어야 배가 부른가 보다.
부족한 배를 마저 채우기 위해 치킨 한 마리를 시켰다. 그런데 같이 먹어야 할 신랑이 운동하러 나가겠다며, 치킨은 나 혼자서 얼른 먹고 함께 나가자고 말한다. 데이트!! 다녀오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지금 가면 아이들 하원시간에 돌아오기 조금 빠듯할 것 같아 집에 남았다.
신랑이 하원시간에 맞추어 오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그냥 안전하게 내가 데리러 가기로 했다. 밖에서 모인 김에 다 같이 아빠 차를 타고 외출한다. 오늘은 평생교육문화원 등록 마감일이다. 감사하게도 미성년 자녀가 두 명 이상이면 수강료 무료라고 하니, 조금 귀찮아도 등본을 떼어 제출해야 한다. 나간 김에 근처에 있는 공원에 들러 킥보드를 타고 공놀이도 한다.
이 공원은 중앙의 커다란 잔디밭을 러닝트랙이 감싸 안고 그 둘레를 다시 매끈한 표면으로 감싸는 구조이다. 자전거나 오토바이 등 바퀴 두 개 달린 탈 것의 출입이 금지된다고 그려져 있긴 하지만, 파랗고 매끄러운 면에서는 종종 어린이들이 킥보드(바퀴 세 개)나 인라인스케이트, 스케이트보드를 타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은 안내방송이 나왔다. 음주 및 취사 행위, 자전거와 킥보드 반입이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킥보드를 가져온 우리 가족과 밸런스바이크를 태우던 가족이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차로 이동한다. 지금껏 운 좋게 지적을 안 당한 건지 아니면 아이들이 커서 눈에 띄게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다른 곳에서 타야겠다.
집에 돌아와 저녁 메뉴로 미역국과 카레 중 뭘 먹을래를 물었다. 피곤해서 낮잠을 잔다며 내복만 입고 침대방에 간 둘째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소리를 친다.
"카레~~!!!"
채소를 씻어 썰고 잘린 돼지고기 등심을 볶은 다음, 물을 붓고 카레가루를 넣어 걸쭉하게 끓이면 완성이다. 오전의 나처럼 아이들도 카레밥 하나로는 양이 안 찰 수 있으니, 구운 고구마 조각에 메이플 시럽을 뿌려 접시에 담아냈다. 실수다. 고구마를 본 둘째가 밥 말고 고구마를 먹고 싶어 한다. 갑자기 배가 부르다며 카레밥을 먹지 않아 속상했다. (카레는 너의 픽이었잖아..)
잠자리에 들기 전 친구집에 방문할 날짜를 정해야 한다. 하루 종일 집에 있었음에도 하루가 끝날 때가 되어서야 정할 수 있는 게 우습다. 절대적인 시간 부족 때문이 아니라, 마감이 임박해야 압박을 느끼는 나의 성정 때문일 것이다. 평가야 어떻든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이 잠들기 직전 신랑과의 짧은 대화를 통해 일정을 확정했다. 방학에 뭐 하고 놀지 정하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나는 누군가에게 무언가 제안하는 일을 어려워하는 사람이 아닌데, 결혼생활은 너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