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9일
월요일,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는 날이다!
이번 주가 지나면 도합 15일 간 방학이라 빠지지 않고 보내야 한다. 기분 좋게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등원버스에 태워 보냈다. '당장 해야 할 일'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 너무 좋다! 여유를 즐기고 있는데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신랑이 평온함을 깼다.
오늘 외출하는 사람 입장에서 집이 어질러진 것이 신경 쓰였는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장난감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정리해 주는 건 고맙지만 자꾸 한숨을 푹푹 쉬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들을 한 움큼씩 쥐어 휴지통에 팍팍 버린다. 그들 중엔 카드놀이용 카드나 퍼즐 조각도 있기에 "이따 내가 분류할 테니까 아무거나 버리지 마" 했는데, "안 하잖아"라고 받아친다. 음, 할 말이 없다.
평온한 상태는 이미 깨어졌기에 나도 오늘의 할 일을 시작한다. 나를 구박하기 바빠 신랑이 잊은 듯한 시아버님 일을 먼저 처리해 준다. 오늘 해야 할 일 목록 중 1번이 그 일이다. 우리 신랑은 마음이 넓은 사람이지만, 심통만 나면 시야가 편협해진다. 그럴 때면 전체를 보거나 상대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마음에 안 드는 점과 트집거리만 찾는다. 그러지 말라고 말해줘도 잔소리라 생각하니 도울 방법이 없다. 그냥 '또 저러네' 하고 넘기는 수밖에.
이불 빨래를 돌리면서, 공과금을 납부하고 필요한 물품을 주문한다. 곧 이사한다고 들은 지인과도 약속을 잡아야 하는데, 언제로 잡는 게 좋을지 모르겠다. 약속이 없는 날이라고 언제든 나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집안만 둘러봐도 내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거기에 기획노동! 설 연휴와 방학 스케줄도 잡아야 하고, 막내가 가고 싶다던 학원은 언제부터 가면 좋을지 정해야 하고, 아들들을 데리고 가볼 축구클럽도 알아봐야 한다. 목요일에는 유치원 재원생 설명회도 있고, 글쓰기 모임 과제도 수행해야 하는데.
머릿속이 복잡하다, 밥부터 먹어야지. 신랑과 나는 일요일이면 "오늘은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가 생각나는 세대라 주말 내내 먹고 싶었지만 아이들에게 먹이기 싫어 참았다. 외출하기 전 배고프지 않게 짜파게티를 끓여 먹이고, 나는 어제 남은 밥을 처리하기 위해 라면을 끓였다. 라면에 짜파게티 소스를 넣어 짜장라면을 끓이니 맛있었다. 설거지를 마치고 이불 빨래를 계속하면서 글쓰기 과제를 수행한다.
산만한 나는 무언가를 할 때 한쪽에다 태블릿으로 영상 틀어놓는 것을 좋아한다. 최근 영어를 너무 안 써서 무뎌지는 느낌이라 이번에는 미드(미국드라마)를 틀었다. 즐겨보는 OTT에서 미드를 보려니 멤버십 업그레이드가 필요했는데, 선택한 작품마다 애플티비 오리지널이라 적혀있었다. 막상 애플티비에 들어가보니 5일 동안 무료 체험이 가능하다고 해서, 수년 만에 애플아이디에 로그인을 하고 무료체험을 시작했다. 일단 5일 동안 보고 구독 여부를 결정해야겠다.
외출(운동)을 다녀온 신랑이 몹시 피곤해 보여 낮잠을 권했다. 아이들 하원 마중은 신랑의 일이지만, 곤히 자길래 깨우지 않고 내가 다녀왔다. 저녁 먹을 때까지 계속 재워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막내가 어제부터 기침을 해서 병원에 가봐야 한다. 신랑이 정신을 차리는 동안 아이들은 공동정원에서 킥보드를 타고 놀았다. 바람이 안 부는 포근한 날씨라 야외활동하기 좋았기에, 소아과에 다녀온 후에는 집 앞 바닷가까지 진출해 보았다.
잠깐이나마 바닷가를 걷고 모래를 만지니 좋다. 약 2년 전, 바로 이 모래사장 위에서 즐거워하던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이사를 결정했었다. 초심이 되살아나는 기분이다. 올해는 바닷가에 좀 더 자주 나오도록 해야겠다.